여기저기 기웃기웃

새로운 피서지 - 태백산맥 문학관

상원통사 2019. 8. 28. 23:58

섬이 1,004개나 되는 신안군에 새로 놓은 다리 이름은 천사대교,

이 다리 위에서 찍은 인증샷만 있으면 천국에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겠지 흑심을 품었는데,

구경간 김에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 민어회도 한 접시 먹고 오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역시나 햇빛 피할 곳이 어디 구석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이 더위를 몽땅 온 몸으로 맞아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다른 곳을 찾아보자 ~~

사람이 많지 않고, 시원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그런 곳이 어디에 있을까, 그렇지, 바로 이곳이야!1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서편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밤마다 스스로의 몸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 그믐 달빛은 스산하게 흐렸다.

 달빛은 어둠을 제대로 사르지 못했고, 어둠은 달빛을 마음대로 물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1986년 10월 5일 제1판 발행, 1988년 8월 30일 제19판 발행, 값 3,500원,

이제는 누렇게 변해 책장 한 구석에 꽂혀있는 태백산맥의 첫 구절입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자리한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우리 말고도 더위 피해 피서(?)온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



이제 막 해설사께서 설명을 시작하시는데, 구수한 사투리를 곁들이니 감흥은 따따블 ~~



해설이 끝나고, 이제는 무엇이 있나 여기저기 살피는데 ~~




눈에 들어오는 것은 취재수첩과 ~~

"~~ 특히 빨치산에 대한 자료는 그 어디에도 없으므로

 이 작은 수첩 하나는 수십 권의 역사책이 당할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담배 태우는 도구들 ~~

"평소에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가 글을 시작하게 되면 세 갑으로 늘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네 갑이 되기도 했다.

 파이프를 사용했던 것은 색다른 담배 맛을 즐기거나 멋을 부리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담배를 좀 줄여 보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층에 올라가니 이상한 방이 하나 있는데 이상한 말도 적혀있습니다.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




세상에나 ~~

어떤 사람은 대학노트에 어떤 사람은 원고지에, 태백산맥 1권부터 10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적은 것을 보내와 진열해놓았습니다.



그 중에는 며느리의 것도 있고(왼편), 아들 것도 있고(가운데), 여러 독자들이 울력한 것(오른편)도 있습니다.



여기는 문학사랑방,

예술관련 각종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수준높은(?) 공간에 왔으니 딸과 함께 기념사진 찍고 ~~



사위와도 함께 기념사진 찍고 ~~



난 뽀나쓰로 <16,500매의 육필원고> 옆에서 한 컷 더!



밖으로 나오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더운 날이구나 너무 더운 날이구나,

차에 오르려다 왼편을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멋드러진 한옥, 

궁금증을 내려놓지 못하니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집니다.



현부자네 집

"중도 들녘이 질펀하게 내려다 보이는 제석산 자락에 우뚝 서있다.

 이 집과 제각은 본래 박씨 문중의 소유이다.

 이 집의 대문과 안채를 보면 한옥을 기본 틀로 삼았으되 곳곳에 일본식을 가미한 색다른 양식의 건물로,

 한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꽤 흥미로운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현부자네 집으로 묘사되었다."




여기 앉으니 그래도 좀 시원합니다.



올 여름 색다른 피서는 제대로 골랐구나 싶네요.



마당을 내려다보고 ~~



뒤란도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니 저만큼에 있는 것은 바로 ~~



소화의 집

「조그만 하고 예쁜 기와집,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의 구조.....

   부엌과 붙은 방은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시는 신당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무당 소화네 집의 모습이다.

 당시의 무당집은 실제로 제각으로 들어서는 울 안의 앞터에 있었다.

 소설 태백산맥은 이 집의 신당에서 정참봉의 손자 정하섭과 무당 월녀의 딸 소화가

 애틋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길고도 아픈 이야기를 시작한다."



날이 더우니 둘러보는 것도 반쯤은 귀찮은 일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최고는 뱃속 채우는 것 ~~



문학관 안내 데스크에서 소개해준 이집의 원래 주특기는 꼬막정식이지만,

정작 주인장은 '굳이 달라면 주겠지만 지금은 여름이라 갈치정식이 더 낫다'고 합니다.

주인장 말이 진짜입니다, 어느 찬 하나 나무랄 것 없어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들을 모두다 싹싹 비웠습니다.

1인분에 8,000원, 싸고 맛나구나 ~~ 



배도 채웠으니 어디로 갈까, 토지문학관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