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기웃

그 섬에 가다 - 소록도, 외나로도

상원통사 2019. 8. 23. 22:51

"그럼 우리가 내려갑시다!"

'답답하니 바람이나 쏘이러 올라갈까' 하셨다는 말씀은 30여 년만에 처음 들었습니다.

날도 더운데 굳이 올라오실 필요가 있나, 또 오셔봐야 갈 데도 마땅찮고....

생각해보니 나도 참 무심한 놈입니다.

어찌 이번만 답답증을 느끼셨을까, 자주 그러셨겠지만 사위에게 미안해서 표현을 안 하셨겠지요,

그래, 잘 됐다, 휴가 얻어 효도여행 한 번 하자, 덕분에 아내에게 점수 따보자,

근데 어디를 갈까, 옳지, 쉽사리 가기 어려운 곳, 그 섬에 가자! 


두 번이나 읽었지만 내용은 하나도 생각 나지 않은 소설, 이청준님의 <당신들의 천국>,

그 배경이 되는 소록도까지 가는 데만 2시간 남짓,

차에서 내리자 마자 우릴 마중하는 것은 머리 벗겨지도록 따갑고 눈 뜨기마저 힘겨운 8월의 햇살,

두리번 거리니 저만큼 양산을 대신해줄 소나무 숲이 보여 허겁지겁 갔는데,

입구에 적힌 안내문은 더위에 찌든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수탄장(愁嘆場)

"이곳은 과거 직원지대와 병사지대를 구분하는 경계지역이었다.

 병원에서는 감염을 우려하여 환자 자녀들을 직원지대에 있는 보육소에서 생활하게 하였으며,

 병사지대의 부모와는 이 경계지역 도로에서 한 달에 한 번 면회를 허용하였다.

 부모와 자녀가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눈으로만 혈육을 만나야 했던 이 장소를

  환자들은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근심 愁, 탄식할 嘆, 마당 場)이라 불렀다."



평화롭고(?) 한가한 길을 한동안 걸어내려가니 ~~




애한의 추모비(哀恨의 追慕碑)가 있고 ~~

"국립소록도병원은 1916년 일본 총독부 영에 의해 개원되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아 원생들은 자치권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는 자들에 의해 협상대표자 84명이 처참하게 학살을 당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1945년 8월 22일이었습니다.

 ~~ 우리는 학살당했던 현장에 ~~ 상징적인 기념비를 2002년 8월 22일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옹벽벽화를 지나 ~~



중앙공원에 도착합니다.



소록도 중앙공원

-. 1934년부터 환자 위안장으로 가꾸어 오던 산책지를 대유원지로 만들어 1936년 12월 1일 준공

-. 1939년부터 4개월동안 환자들의 피와 땀으로 약 6,000평의 공원으로 바꿈

-. 1962년 벽돌가마터와 그 주변 약 1,200평을 공원으로 조성함



구라탑(救癩塔) : 한센병은 낫는다




안으로 쭉 들어가면 또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습니다.



소록도 벽돌공장 이야기

"일제시대 때 소록도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소가 어디나고 묻는다면 이곳 벽돌공장터 자리라고 답하겠습니다.

 ~~ 하지만 이곳이 한센환우들로부터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리게 된 시작은 바로 중일전쟁(1937년)부터입니다.

 ~~ 수입증대를 위해 1년 총생산량을 할당하여 마을별로 분배하였습니다. 거의 강제노동이 된 것입니다.

 ~~ 이렇게 고된 일과 병세 악화를 견디지 못해 일을 하지 않거나 반항을 하면

      어김없이 감금실(소록도 감옥)에 갇히고 출소하면 바로 강제로 단종수술(정관수술)을 받았습니다.

~~ 바다로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면 더 혹독한 일을 당했고, 탈출하다 수영 미숙으로 죽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 지금 십자고상이 서 있는 자리는 벽돌공장의 굴뚝자리입니다."



여기는 1935년에 건립한 검시실(檢屍室)이고 ~~

"소록도의 환자들에게 '3번 죽는다'라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한센병 발병, 두 번째는 죽은 후 시신 해부, 세 번째는 장례 후 화장이다."



여기는 감금실(監禁室)입니다.

"일제 말기에는 부당한 처우와 박해에 항거하든 환자들이 무수히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었으며,

 출감 시에는 예외 없이 정관절제를 당하였다고 한다."



                    감 금 실

                                              - 김 정 균 -

아무 죄가 없어도 불문 곡직하고 가두어 놓고

왜 말까지 못하게 하고 어째서 밥도 안 주느냐

억울한 호소는 들을 자가 없으니

무릎을 꿇고 주께 호소하기를

주의 말씀에 따라 내가 참아야 될 줄 아옵니다.


내가 불신자였다면 이 생명 가치 없을 바에는

분노를 기어코 폭발시킬 것이오나

주로 인해 내가 참아야 될 줄 아옵니다.


이 속에서 신경통으로 무지한 고통을 당할 때

하도 괴로워서 이불껍질을 뜯어

목매달아 죽으려고 했지만

내 주의 위로하시는 은혜로

참고 살아온 것을 주께 감사하나이다.


저희들은 반성문을 쓰라고 날마다 요구받았어도

양심을 속이는 반성문을 쓸 수가 없었노라.



이 다리마저 없던 그 시절엔 여긴 지옥이고 저긴 천국이었겠지요.



소나무길을 따라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



한센병 박물관 나옵니다.



지금은 나을 수 있는 별 것 아닌 병이 되었지만,

오늘 여기 오기까지 그 길은 멀고 멀고 험하고도 험했습니다.



예전부터 참 힘들었던 병, 우리 조상들도 낫게하려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또 고삼원(苦蔘元)을 먹이고 바닷물에 목욕을 시키며 많은 사람을 고치는 데 힘썼다."

"안지의가 한센병에 걸리자 마을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조차 그를 피했다. 하지만 박지지는 남편을 19년 동안 정성껏 돌보았다."

"유준(柳駿) 박사는 1959년 선명회 특수피부조직소를 설립하여 나균을 포함한 항산균 연구를 통해 한센병의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하였다."

"소록도에서 쓰는 말 중에 '몰라 3년, 알아 3년, 썩어 3년' 이라는 말이 있다.

 한센병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활을 표현한 곳이다."



지금은 한가로운 이곳이 예전엔 고통이었습니다.

지금은 평화로운 이곳이 예전엔 지옥이었습니다.




이젠 흔적으로만 남은 그 시절들,

고생하신 분, 힘들게 사신 분, 억울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고,

이젠 그런 고통이 있는 지도 모르게 만들어주신 과학자들께 뭐라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정기후원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 소록도 성당,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를수가 없지요.





성당 옆엔 피정 온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한적한 유럽 어느 시골 마을에 온 느낌입니다.



이곳 소록도 성당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데 ~~



어때요, 좋은 일하고 이렇게 한 번 즐겨보심은 어떤지 ~~



아무나 들어왔다간 큰 일 나요,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슴에게 혼난답니다.



승리의 모후 성모상 앞엔 ~~



묵주기도의 길이 있고 ~~



그 윗쪽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기념 십자가상이 있습니다.



그림 좋은 곳, 공기 좋은 곳, 한적한 곳,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

아내는 다시 와서 하룻밤 묵어가자고 하는데 그게 언제 가능할 지 ~~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기념사진 한 컷!



2009년 개통한 소록대교를 나와 고흥읍에서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외나로도 ~~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왜냐,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곳 우주선 발사대 기초공사를 했었지요,

궁금하여 도면을 봤는데, 글쎄 발사체 화염을 유도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벽두께가 무려 3m ~~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왔는데, 그냥 꿈만 꿀 때가 더 좋았습니다.

발사대 근처엔 가는 길마저도 찾을 수 없고, 겨우 허락하는 것은 이곳 우주과학관 관람 ~~




안에 들어가니 "아리랑 3A호"도 있고 ~~



"아리랑위성 5호"도 있고 ~~



한국형 발사체의 심장 "75톤급 엔진"도 있습니다. 



우리도 직접 날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발사체를 장착하고, 아버님이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밟으니 ~~



하늘 높이 날아 올라 UFO를 만났습니다, 오른쪽 위에 비행접시 보이시죠?



어르신들은 우주복을 입고 외계생명체와 조우를 하고 ~~



아내는 우주인과 사랑에 빠지고 ~~



난 그 우주인 등딱지를 꼬집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동심으로 돌아가 한나절을 보내고 다시 광주로 옵니다.

아침부터 강행군이라 어르신들은 힘드셨을 것 같은데 괜찮다고 하십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도 ~~



하여튼 내일도 강행군을 할겁니다,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