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한가한 일요일, 앞을 가로막는 차도 없는 길을 쌩쌩 달립니다.
들녁을 한참 지나고 산기슭에 접어들자 내비 아가씨 하는 말, "도착하였습니다!"
전남 화순의 쌍봉사, 광주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여태 몰랐다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면 ~~
쌍봉사자문(雙峰獅子門)이 나오고 ~~
연못을 지나면 ~~
천왕문이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 하나,
앞에는 분명 '천왕문'이라 쓰여있는데 뒤에는 '선예문(鮮銳門)'이라 적혀있습니다.
문은 하나인데 이름은 두 개, 건물은 하나인데 이름은 두 개,
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절에서도 많이 보았는데 왜 그럴까? 혹시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세요 ~~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저만큼에 범종각이 있고 ~~
못 미쳐 너른 잔디밭 한켠에는 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커다란 고목나무 그늘 아래 다소곳이 놓여있는 돌로 만든 탁자와 돌로 만든 의자들,
풍경소리 종소리 염불소리 들으며 담소를 나누고 사색을 하고 머리를 비울 수도 있는 곳 ~~
그런 여유가 넘쳐나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아내는 한 마디 합니다.
"너무 좋아요. 부모님 모시고 왔으면 참 좋아하실건데 ~~"
나도 이런 곳이 좋습니다.
크고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곳보다 작고 소박하고 조용한 이런 곳이 정말 맘에 듭니다.
범종각 뒤에는 큰 공사를 하고 있네요, 아마도 템플 스테이용 집을 짓고 있는 것 아닌가 ~~
전남 화순 중조산 쌍봉사(中條山 雙峰寺)
-. 초기 남종선의 중심 도량
-. 신라 구산선문 중의 일문인 사자산문(狮子山門)의 개조인 철감선사가 통일신라 48대 경문왕 8년(868)에 창건
대웅전(大雄殿)
-. 평면이 방형(方形)인 3층 전각(殿閣)으로 사모지붕의 목조탑파(木造塔婆)형식을 지닌 희귀한 양식
-. 목조탑파 건축으로는 법주사 팔상전과 쌍봉사 대웅전 2동만이 현존함
-. 숙종 16년(1690) 중창, 경종 4년(1724) 3중창된 사실이 확인되나 초창 시기는 불확실
-. 1984년 4월 3일 실화로 소실, 1986년 12월 30일 복원
대웅전 목조삼존불상
-. 앉아서 설법하고 계신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왼쯕의 아난존자와 오른쪽의 가섭존자가 합장하고 서 있는 전통적인 삼존상 형식
-. 아난존자는 부처님을 오랫동안 옆에서 모신 제자답게 후덕한 얼굴이며,
-. 가섭존자는 수행을 잘하는 수행자의 얼굴답게 점점이 수염까지 그려져 있음
-. 1984년 대웅전이 화재를 만나 불길에 휩싸였을 때, 마을 농부가 달려와 삼존불을 한 분씩 등에 업고 나와 무사할 수 있었음
호성전(護聖殿)
-. T자형 맞배지붕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형태의 전각
-. 원래는 세조의 위패를 봉안한 건물로 짐작되나, 현재는 쌍봉사 창건주 철감 도윤선사와 중국의 조주 종심 선사의 진영을 모시고 있음
나한전(羅漢殿)
극락전(極樂殿)
"극락전은 대웅전 화재로 피해를 입을 뻔했으나 돌계단 옆의 수령이 수백년 된 단풍나무가 불길을 막아 지켜냈다.
뜨거운 불길에 고목 한 가지를 잃은 단풍나무지만 삼라만상에 불성이 깃들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명찰순례>의 사진과 같은 각도로 한 컷!
사반세기가 지났건만 나무도 축대도 그대로입니다.
화마도 피해간 극락전이건만 어처구니 없는 사연도 있었네요,
최완수님의 <명찰순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좌우 불벽에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이라고 한문으로 묵서되어 있다.
마치 놀부네 제사처럼 글씨로 좌우 협시 보살상을 표시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럴 리가 없다. 분명 15년 전 여기에 왔을 때는 원만 상호를 가진 좌우 협시 보살상이 모셔져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니 어느 때 주지 하던 사람의 속가 형이 두 협시 보살을 훔쳐갔다고 한다.
그 주지 하던 이는 지금 실어증에 걸려 있다니 죄와 벌의 분명한 인과는 피할 수 없는가 보다."
그 때 잊었던 보살을 되찾은 것인지 아니면 새로 모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완벽합니다.
지장전(地藏殿)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듯, 최완수님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융복 차림의 시왕상이 섞여 있어 마치 문무 양반이 합좌해있는 듯한 전각 분위기인데 조각 기법이 그토록 정교하고 사실적일 수가 없다.
목조상이건만 하나한의 동작 표현이 마치 살아 움직일듯 생동감이 넘쳐나고 얼굴 표정은 산 사람의 그것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천변만화한다.
이런 조각 기법은 인조 장릉의 석인 조각에서만 보아 왔었는데 이제 이곳 쌍봉사 명부전에서 다시 목조상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꿈엔들 알았겠는가.
~~ 이렇게 훌륭한 목조상들을 아직까지 국가에서 지정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는 스님들의 거처와 종무소가 있는 곳 ~~
안에 들어가서 한 스님께 책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디에 있는 지 여쭸더니 저리로 가라 합니다.
초의선사가 거닐었던 대나무숲을 지나 ~~
계단을 올라가니 책에서 본 그 탑이 나옵니다.
쌍봉사 철감선사탑(국보 제57호)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모셔 놓은 일종의 무덤이다
철감선사는 원성왕 14년(798)에 출생하여 18세에 출가하였고 경문왕 8년(868) 쌍봉사에서 입적하였다.
이 탑은 8각 원당형의 기본형을 잘 나타낸 부도다.
신라의 여러 부도 가운데 조각과 장식이 가장 화려한 최대의 걸작품이다."
철감선사탑비
"현재 비신은 없고 귀부(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와 이수(비석 위에 용의 모양을 새긴 돌)만이 남아있다.
사각이 바닥돌 위에 거북은 용의 머리를 하고 여의주를 문 모습으로 사실성이 강하다.
이수는 용 조각을 생략하고 구름무늬만 새겼다.
비신은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렸다고 전한다."
작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절,
소란스럽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 머무르고 싶은 쌍봉사,
나중에 장인 장모님 모시고 다시 한 번 와야겠습니다.
이제 우린 운주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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