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는 내가 다녀본 사찰 중에서 가장 거만스런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
의젓한 풍모를 과시하는 자태가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친절한 인상을 주는 곳이다.
~~ 만덕산 백련사는 기골이 장대한 무인의 기상이 풍긴다는 식으로 해설하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백련사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술을 하는 스님이 있었고 절집의 내력도 무인과 인연이 남달리 깊었다."
유홍준님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백련사를 두고 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입구의 관광안내소는 조금 삐딱하여 거만해 보이고 ~~
걷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고 버티고 서있는 일주문은 오만해 보입니다.
전남 강진의 만덕산 백련사(萬德山 白蓮寺)
문을 들어서자 마자 눈앞엔 나무들이 펼쳐지는데 ~~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51호)
"백련사 남쪽과 서쪽 구간의 5만m2에 달하는 면적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 추백, 동백으로 구분되는데, 백련사 동백꽃은 대부분 이른 봄에 피어 '춘백(春栢)'에 해당된다."
그 가운데를 걷자니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여기 올 때는 혼자 오세요,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귀를 쫑긋하고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시끄러우면 나무들이 속삭이는 말을 듣지 못해요, 조용히 살금살금 ~~
"이 길은 다산과 초의선사가 교류하던 사색의 숲이며 철학의 숲이고 구도의 숲이다."
해탈문을 지나니 ~~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폭포소리가 들립니다.
아무 것도 없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두리번 거리니 저만큼 숨겨진 곳에 작은 물줄기가 보입니다.
도심에서야 도랑이고 맨홀이라 하겠지만 여기선 흐름이고 울림통입니다.
방울져 떨어지며 온 몸으로 부딪는 소리는 공명이 되어 지나는 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차나 한 잔 하고 가게나~~
동백숲 끄트머리에선 대나무 이파리가 살랑거리고 ~~
그 마지막엔 때 찌든 이들에게는 쉬이 보여주기 싫은 듯 '오만한 돌계단'이 앞을 막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고목이 된 배롱나무가 너른 품을 열어 젖히고 있고 ~~
뒤켠에는 만경루(萬景樓)가 자리잡고 있는데 ~~
때마침 아무도 없어 혼자 독차지하는 기쁨을 한참동안 누렸습니다.
최완수님은 <명찰순례>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만경루에 올라서서 정면을 바라보니 강진만이 눈 아래 펼쳐져서 넘실대는 바닷물결이 잡힐 듯 가까이 다가든다.
돛단배가 오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시심이 절로 인다."
나도 한 번 느껴보려 했지만 오늘은 구름이 훼방을 놓아 꽝!
대웅전(大雄殿)
-. 백련사는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나 확실하지 않음
-. 고려 1232년에 원묘국사 요세(了世)가 이곳에 보현도량을 개설하고 백련결사(白蓮結社)를 일으켰음
-. 대웅전은 1762년에 건립됨
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의 글씨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이 한 쪽에 치우쳐 있어 좀 다른 느낌입니다.
한참 기다려도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아 그냥 멀리서만 한 컷!
범종각을 지나 ~~
명부전에 들렀다가 ~~
응진전을 슬쩍 보고 ~~
천불전까지 왔다가 ~~
다시 돌아 삼성각을 보는 것으로 오늘의 절집 순례는 끝 ~~
백련사 사적비(白蓮寺 事蹟碑)
-. 숙종 7년(1681) 5월에 세워짐
-. 비문은 홍문관 수찬을 지낸 조종저가 찬하고, 낭성군 이우가 글씨를 썼으며 동생인 낭원군 이간이 전서를 썼음
-. 원래 원묘국사비가 있었으나, 이수(머릿돌)과 비신(비의 몸돌)은 유실되었고 귀부(거북이 모양의 받침돌)만 남아 전해짐
-. 고려시대의 귀부에 17세기 후반의 이수와 비신을 갖추고 있어 고려와 조선시대의 특징을 동시에 볼 수 있음
왼편은 혜일대종사비(慧日大宗師碑)인데 ~~
두 거북의 모습이 자못 대조적입니다.
이제 내려갑니다,
그러나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이 보이자 걸음이 멈칫,
그냥 갈 수 없지, 조금만 가보자 ~~
마냥 걷고 싶은데 ~~
걸어서 다산초당까지 가고 싶은데 ~~
여기까지만으로 만족하고 걸음을 돌립니다.
오늘 느낀 아주아주 중요한 점!
절에는 평일에 오자, 부산하지 않고 조용해서 너무 좋다.
절에는 혼자 와도 괜찮다, 방해받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 마음껏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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