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법문/6. 신심명

[법륜스님의 '신심명'] 제17강

상원통사 2019. 7. 7. 22:16

오늘은 신심명 여섯 번째, 마지막 강의가 되겠습니다.

 

계심평등(契心平等)하야 소작구식(所作俱息)이로다 :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계심평등,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해지면,

어떤 사물의 이치가 내 마음에 계합했다는 것은 제법이 공한 도리를 깨달았다는 뜻으로,

색이 공함을 깨달으면 평등해지고, 만법이 공함을 깨달으면 평등해집니다.

이 산이 동산이다 서산이다 하는데, 사실은 동산도 서산도 아니고 다만 산일뿐이다,

다만 산인 줄 알게 되면 이 산은 동산도 되고 서산도 된다,

동산 서산 남산 북산이라 불릴 수도 있고 큰 산 작은 산이라 불릴 수도 있다,

그러니 동산 서산 남산 북산 큰 산 작은 산이 다 평등해지는 겁니다.

 

소작구식, 짓는 바가 모두 쉬도다,

제법이 공한 도리를 깨치면 사량분별, 온갖 시비분별이 다 끊어져 버린다,

'짓고 짓는 바' 이게 사량분별심(시비분별심)인데, 이것이 다 가라앉아 버립니다.

여러분들은 제법이 공한 줄 모르기 때문에 온갖 시비분별심이 일어납니다.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짓는 바인데, 우리는 자기가 지어놓고 그것을 객관화 시키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깨치면 온갖 사량분별이 다 사라져 버리고,

법의 도리를 깨쳐 일체가 평등해지면 짓고 짓는 온갖 사량분별이 다 사라져 버립니다.

 

호의진정(狐疑淨盡)하면 정신조직(正信調直)이라 : 여우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바른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

호의진정, 여우의 의심이 다하고 맑아지고 깨끗해지면,

정신조직, 바른 믿음이 고르고 곧으리라.

제법이 공한 줄 깨치면 모든 사량분별이 사라져버립니다.

온갖 의심이 다 끝나고 정신이 깨끗하게 맑아지면 그 때야 바른 믿음이 됩니다.

알지 못하고 환상을 쫓는 것은 어리석은 믿음(미신)이고, 깨달아 모든 의심이 다 사라지면 바른 믿음이 됩니다.

바르게 믿는 마음이 신심(信心)입니다.

 

일체불류(一切不留)하야 무가기억(無可記憶)이로다 : 일체가 머물지 아니하여 기억할 아무것도 없도다.

일체불류, 일체가 머무르지 아니한다, 항상함이 없다, 일체가 곧 무상하다,

무가기억, 어찌 기억할 것이 있겠느냐, 기억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집착할 바가 없다,

근데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데도 우리는 삶이 영원하리라고 망상을 피웁니다.

그러기에 늙어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젊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고 집착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예외없이 다 변해간다는 것을 알면 집착할 바가 없을 것입니다.

 

허명자조(虛明自照)하야 불로심력(不勞心力)이로다 :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로다.

허명자조,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곧 텅 비었다는 뜻입니다.

불로심력, 노력할 일이 없다, 마음의 힘을 수고로이 할 것이 없다, 애써 마음 쓸 일이 아니다,

제법이 공한데 애를 써 이래저래 되기를 바라느냐, 인연따라 이루어지고 인연따라 흩어질 뿐이다.

법성게에 불수자성 수연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성품을 지키지 아니하고 다만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다,

인연 따라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가는 것입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오면 괴롭다 하고(원증회고), 좋아하는 사람이 가면 괴롭다 하는데(애별리고),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내는 것과 오는 인연이 만날 때 기쁨이 되는 것이고,

내가 미워하는 것과 가는 인연이 만날 때 기쁜 것일 뿐입니다.

또 좋아할 때 가는 인연을 만나면 괴롭고, 미워할 때 오는 인연과 만나면 괴로운 것입니다.

인연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것이니, 좋고 싫고에 끄달리면 안 됩니다.

오는 인연은 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가는 인연은 가는 대로 받아들이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도 아니고 미워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데 가는 인연을 만나니 괴로움이 생기고 미워하는데 오는 인연을 만나니 괴로움이 생깁니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없애버리면 오든가든 괴로울 일이 없어집니다.

 

허명자조하야 불로심력이로다,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이 아니로다,

이 산을 동산이다 서산이다 남산이다 북산이다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산은 공할 뿐입니다.

이 동네 살면 동산이 되고 저 동네 살면 서산이 되듯, 인연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겁니다.

 

비사량처(非思量處)라 식정난측(識情難測)이로다 :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님이라 의식과 망정으론 측량키 어렵도다.

비사량처, 사량처가 아니다, 생각으로써 헤아릴 곳이 아니다,

머리로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헤아릴 것이 아니다, 사량분별로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식정난측, 알음알이와 감정 이런 것으로는 측량하기가 어렵다,

이성적인 판단, 감성적인 정분으로는 이 세계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제18강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