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법문/6. 신심명

[법륜스님의 '신심명'] 제15강

상원통사 2019. 6. 26. 13:51

(~~ 제14강에서 계속)

 

안약불수(眼若不睡)면 제몽자제(諸夢自除): 눈에 만약 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고

안약불수, 눈에 만약에 졸음이 없다면, 즉 잠에서 깨면,

제몽자제, 모든 꿈이 스스로 사라져버린다.

눈에 졸음이 있다는 말은 미혹하다, 어리석다, 자기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뜻이고,

눈에 졸음이 없다는 것은 잠에서 깼다, 어리석음에서 깨어났다는 뜻입니다.

 

심약불이(心若不異)면 만법일여(萬法一如):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심약불이, 마음에 만약 다름이 없으면, 좋았다 싫었다,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으면

만법일여, 만법이 한결같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만법)들이 다 그대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만법에는 아무 허물이 없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 맞고 틀림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고, 그냥 그것일 뿐이다.

 

똑같이 탄소로 이뤄졌는데 숯이 되고 석탄이 되고 흑연이 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석탄 값어치는 작고 다이아몬드 값어치는 크다고 말하지만,

얼어 죽을 지경이라면 다이아몬드는 쓸모가 없고 숯이나 석탄이 제일이고,

중요한 문서를 남겨야 할 때는 흑연이 제일이다,

만물이란 본래 값어치의 높고 낮음이 없이 그냥 그것일 뿐이다, 그 값어치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같다, 보리쌀이든 금이든 다이아몬드든 흑연이든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일뿐인데, 우리는 이것은 동산이고 저것은 서산이라 하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고,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렸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다 우리의 어리석은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꿈속에서 왕자를 만나고 공주를 만나고 강도를 만난 것과 같이 다 마음에서 그려진 것이다.

 

일여체현(一如體玄)하야 올이망연(兀爾忘緣)이라 :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올연히 인연을 잊어서

일여체현,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올이망연, 그 우뚝 선 모양이 인연을 다 잊게 한다, 여기서 은 우뚝하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만법일여’, 만법이 한결같다 했는데 한결같다의 핵심은 공입니다.

반야심경에서 공의 세계는 불생불멸이요 불구부정이요 부증불감이라 말합니다,

생하는 것도 멸하는 것도,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늘어나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바로 한결같다는 겁니다.

생도 멸도 아닌 게 한결같은 것이고, 한결같음이 바로 공입니다.

제법이 공한 거기에서 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다 일어납니다.

인연이 사라지면 공이라고 하고 인연이 일어나면 색이라고 합니다.

제법이 공한 현묘한 그런 도리에서는 모든 인연이 다 사라집니다.

 

만법제관(萬法齊觀)에 귀복자연(歸復自然)이라 : 만법이 다 현전함에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만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꿈속에서 온갖 일이 벌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저절로 사라져버린다,

모든 게 다 본래자리로 돌아간다.

 

민기소이(泯其所以)하면 불가방비(不可方比): 그 까닭을 없이하면 견주어 비할 바가 없음이라

민기소이, 여기서 민은 다할 민이므로 그 까닭을 다하면, 그 원인들이 다 사라져버리면

불가방비, 견줄 것이 없다, 이 도리는 그 무엇과 견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강도에게 쫒기던 사람이 눈을 떴다, 눈을 뜨니 강도가 없는 줄 알게 되었다,

눈을 떴을 때 오는 편안함 그것은 꿈속에서 받는 어떤 구제와도 견줄 수가 없다,

내가 강도를 잡든지, 누가 와서 강도를 잡아주든지,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나를 숨겨주든지,

그 어떤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꿈을 깨어서 얻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근데 사람에 따라서는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속에서 예쁜 공주나 늠름한 왕자를 만났는데 눈을 딱 뜨니 꿈이다,

그러면 깜박 속을뻔 했네 이러고 끝이 나야 되는데, 베개와 이불을 갖고 다른 방에 가서 그 꿈을 더 꾸려고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면 좋은 꿈이라 그런다고 합니다.

꿈에 좋은 꿈이 있을까요? 꿈속에서는 좋은 꿈 나쁜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눈 뜨면 좋은 꿈 나쁜 꿈이 없어요, 그냥 꿈일 뿐입니다.

중생계에서는 좋고 나쁨이 있지만, 깨달으면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꿈속에서는 강도를 만나면 나쁘고 관음보살을 만나면 좋지만, 눈뜨면 그냥 다 헛것입니다.

헛것에 무슨 좋고 나쁨이 있겠어요, 눈 뜬 뒤에도 좋고 나쁨을 논하는 것은 아직도 꿈이 덜깼다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이것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부처님을 말할 때도 천상천하 무여불, 하늘 위에 하늘 아래 비교할 바가 없다고 합니다,

이건 누구와 비슷하다 이렇게 비교할 수가 없다,

이 경지는 꿈속의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얘기입니다.

 

(제16강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