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법문/6. 신심명

[법륜스님의 '신심명'] 제16강

상원통사 2019. 6. 27. 11:39

(~~ 제15강에서 계속) 

 

 

지동무동(止動無動)이요 동지무지(動止無止):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나니

멈추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아니요 움직이면서 멈추니 멈춤 또한 아니다,

우리는 멈춘다 움직인다 하지만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멈출 것도 없고 움직일 것도 없고, 갈 것도 없고 올 것도 없다,

지옥과 천당이 따로 있어야 오고 갈 데가 있지 지옥과 천당이 없다면 오고 갈 일이 없다 이런 얘기입니다.

 

부처님과 앙굴리말라의 대화중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앙굴리말라  : 사문아, 너는 멈추라는데 왜 안 멈추느냐?

부처님       : 나는 벌써부터 멈춰있었다. 안 멈춘 건 너다.

앙굴리말라  : 그게 무슨 소리냐, 너 계속 가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멈췄다 그러느냐?

부처님       : 나는 이미 욕망이 사라졌다.

좋은 사람이니 나쁜 사람이니 천상에 가느니 마느니 이런 모든 것이 마음에서 멈춰버렸다,

여기서 멈췄다 하는 것은 마음이 일체 속박에서 벗어났다, 번뇌가 끊어졌다는 뜻입니다.

앙굴리말라가 멈췄냐 안 멈췄냐 하는 것은 부처님의 외관상 행위를 갖고 논한 것이고,

부처님은 마음속의 분별이 멈췄다 안 멈췄다를 말씀하는 것입니다.

너는 멈추지 않고 헐떡거리고 있다, 천상에 가려고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느냐,

그때 앙굴리말라가 깨쳤습니다, 꿈에서 깨보니 자기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환상에 사로잡혀 많은 사람을 해친 것을 안 앙굴리말라가 하소연하니 부처님은,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한 사람도 해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꿈속에서 사람을 죽였는데 눈뜨고 나니 꿈이다, 그럼 살인을 한 거요 안한 거요?

꿈속에서 어머니 심부름을 가다가 잠을 깼다, 그럼 심부름을 계속 가야할까요?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침과 움직임이 있다, 분별의 세계에서는 오고감이 있는데,

이 경지에서는 움직이는 것도 멈춘 것도 아니다, 이것은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다와 같은 말입니다.

꿈속에서는 나를 해치는 사람도 있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눈을 뜨면 나를 해치는 사람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양기불성(兩旣不成)이니 일하유이(一何有爾): 둘이 이미 이루어지지 못하거니 하나인들 어찌 있을건가

둘이 성립할 수가 없는데 어찌 하나인들 있을 수 있겠느냐,

양변이 사라지면 하나도 존립할 수가 없다,

하나를 세우면 다른 하나가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에 이미 둘이 되어버린다,

이것이 진리다 하는 순간 거짓이 있게 되고, 진과 가가 둘로 벌어진다,

그러니 진과 가가 사라지는 것, 진도 아니고 가도 아닌 것이 진정한 진이다

 

동산이다 서산이다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이지만,

저 산은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니다이것은 시비를 떠난 거다,

그러나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닌 산, ‘비동비서산이 진리이다이렇게 세우면

동산이라 하는 것은 거짓이 되고 서산이다 하는 것도 거짓이 된다,

그러기에 여기서 다시 진과 가가 생기는 것이다,

 

동산도 서산도 아닌 줄 확연히 깨달은 사람은 동산 서산을 고집하지 않는다,

알기 때문에 누가 동산이라 해도 끄덕끄덕하고 서산이라 해도 끄덕끄덕하게 된다,

동산이 진리라서, 서산이 진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리라고 고집하면 벌써 진리가 아니다.

 

구경궁극(究竟窮極)하야 부존궤칙(不存軌則)이라 : 구경하고 궁극하여 일정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요

구경이란 마침내 ~에 이르다, 궁극이란 극에 달했다는 뜻이므로, 구경궁극은 마침내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는 바퀴 궤 또는 법 궤이니 궤칙은 법칙과 같은 말이므로,

부존궤칙은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정한 법칙을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깨달음의 경지에는 일정한 법칙이 없다, 이걸 금강경에서는 무유정법, 정함이 있음이 없는 법이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이 산은 무슨 산이라고 정해진 명칭이 없습니다.

이 동네에서 보면 동산이고 저 동네에서 보면 서산이고 앞에서 보면 뒷산이고 뒤에서 보면 앞산이다,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다,

즉 동산이라 하지만 동산이라 하는 실체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거기에서는 동산이라 불리지만 동산이 아니고 다만 그 이름이 동산일 뿐이다.

선생님이 나는 선생이다이러는데 사실 선생님이라고 할 실체가 없고, 다만 그 인연에서 그 이름이 선생일 뿐입니다.

학생에게는 선생님이고, 집에서는 아내나 남편이고, 절에 오면 우바새 우바이인데,

내가 선생님이다 하는 상을 지으니까 문제입니다.

이 동네에서 동산인데 저 동네 가서도 계속 동산이라고 하면 갈등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서산이라고 하는데 난 계속 동산이라고 부르니 논쟁을 하는 겁니다.

회사에서는 사장이지만 아내에게는 남편일 뿐인데 아내를 종업원 대하듯이 하니 문제가 생기고,

애들은 아빠라고 생각하는 데 애들을 종업원 대하듯 하니까 갈등이 생깁니다.

그런 상이 없어야 자유로와지고, 그런 상을 갖게 되면 불편해집니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이런 법칙을 두지 않습니다,

무유정법인데 우리 중생세계는 늘 규칙을 둡니다

 

계심평등(契心平等)하여 소작구식(所作俱息)이로다 :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계심평등,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해지면,

모든 상을 버리고 하나의 존재를 그냥 하나의 존재로만 보면 일체가 다 평등합니다,

남자다 여자다, 높다 낮다, 승이다 속이다, 이렇게 보지 않고 그냥 하나의 존재로 보는 것을 평등하다고 말합니다.

소작구식, 소작이란 짓는 바, 구는 다할 구, 식은 그친다는 뜻이므로

그침이 다한다, 쉬는 것이 다한다, 짓는 바가 다 쉰다, 모두 다 그친다, 방하착과 같은 뜻입니다.

 

호의진정(狐疑淨盡)하면 정신조직(正信調直)이라 : 여우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바른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

호의진정, 여우같은 의심이 다하여 마음이 맑아지면,

정신조직, 바른 믿음이 고르고 곧으리라

의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청명하고 맑아지면 그 때야 바른 믿음이라 할 만하다.

 

복을 바라고 부처님 믿거나 하느님 믿는 것은 바른 믿음(정신)이 아니고 어리석은 믿음(미신)에 속합니다.

무당 믿고 목신 믿고 수신 믿는 것만 미신이 아닙니다.

부처라는 상을 짓고, ‘복을 빌면 복을 주시겠지이렇게 믿는 것이 미신입니다.

부처님을 믿고 영험을 받았다 이것은 뭘 좀 줬다, 자기가 원하는 게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이런 믿음은 사실은 어리석은 믿음이고 이런 믿음은 믿을 바가 못 됩니다.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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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무위 우인자박(智者無爲 愚人自縛) : 지혜로운 이는 함이 없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얽매이도다.

법무이법 망자애착(法無異法 妄自愛着) : 법은 다른 법이 없거늘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장심용심 기비대착(將心用心 豈非大錯) :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크게 그릇됨이 아니랴.

미생적란 오무호오(迷生寂亂 悟無好惡) :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기고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거니

일체이변 양유짐작(一切二邊 良由斟酌) :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로다.

몽환공화 하로파착(夢幻空華 何勞把捉) :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득실시비 일시방각(得失是非 一時放却) :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안약불수 제몽자제(眼若不睡 諸夢自除) : 눈에 만약 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고

심약불이 만법일여(心若不異 萬法一如) :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일여체현 올이망연(一如體玄 兀爾忘緣) :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올연히 인연을 잊어서

만법제관 귀복자연(萬法齊觀 歸復自然) : 만법이 다 현전함에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민기소이 불가방비(泯其所以 不可方比) : 그 까닭을 없이하면 견주어 비할 바가 없음이라

지동무동 동지무지(止動無動 動止無止) :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나니

양기불성 일하유이(兩旣不成 一何有爾) : 둘이 이미 이루어지지 못하거니 하나인들 어찌 있을건가

구경궁극 부존궤칙(究竟窮極 不存軌則) : 구경하고 궁극하여 일정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요

계심평등 소작구식(契心平等 所作俱息) :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호의진정 정신조직(狐疑淨盡 正信調直) : 여우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바른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