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강에서 계속)
대도체관(大道體寬)하야 무이무난(無易無難)이다 : 대도는 본체가 넓어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거늘
대도(큰 도)는 본체가 넓어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다.
우리는 쉬운 일이 있고 어려운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에게 피아노 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내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에게 운전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에 여러분은 여기 와서 법문하라고 하면 어렵다 하겠지만 나한테는 쉬운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일이 어렵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쉽다고 하니,
일 자체에는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다, 쉽고 어려움은 다 사람에 따라 있는 것이다.
또한 어렵다 하는 것도 마음을 내면 아주 쉬워지기도 합니다.
쉽고 어려움이 우리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객관적인 사실에 쉽고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닙니다.
대도(진리)는 넓어서 쉽고 어려움이 없다, 이건 첫 번째 줄과 똑 같지요,
지도무난이요 유혐간택이라, 지극한 도(대도) 어렵지가 않다, 양단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이런 것처럼 대도에는 쉽다 어렵다 할 것이 본래 없다.
소견호의(小見狐疑)하야 : 좁은 견해로 여우같은 의심을 내어
소견, 작은 견해란 좁은 견해를 말합니다.
마음이 좁으면 마음 씀씀이가 좁고, 보는 눈이 좁으면 소견머리가 좁다하고, 소견머리가 좁으면 자꾸 의심을 하게 됩니다.
호의, 여우 狐 의심할 疑, 견해가 좁으면 항상 여우같이 의심을 한다.
우리는 의심이 많은 대표적인 동물로 여우를 듭니다.
여우가 길을 가는데 사람이 떨어뜨린 고기 덩어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걸 본 여우가 ‘역시 나는 먹을 복이 있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웬 떡이냐 하고 먹으려다가 한 생각 돌립니다.
‘고기가 공짜로 떨어졌을 리 없다, 어리석은 짐승들은 덥석 집어 먹겠지만 난 안 속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먹지 않고 지나쳐 한참 가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독을 타서 미끼로 쓰는 것이라면 땅바닥이 아니라 그릇에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독을 탄 게 아니다’
그래서 먹으려다가 다시 한 생각 돌립니다
‘이거 미끼다, 짐승들도 꾀가 생겨 쟁반에 있으면 잘 안 먹으니 흙밭에 떨어뜨려 놓은 것이다’
그래서 안 먹고 가다가 다시 또 돌아옵니다
이렇게 의심하는 것을 여우같이 의심한다고 하고, 아홉 번을 바꾸면 꼬리가 아홉인 구미호요, 백 번을 바꾸면 백호라 합니다.
범부중생도 여우같이 의심합니다
부부간에도 조금만 섭섭하게 하면 못 살겠다 하고, 조금만 잘해주면 천생연분이라 합니다.
우리는 온갖 것을 의심하며 살고 있는데, 이게 다 견해가 좁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작은 바늘구멍으로 손끝을 보면 각각의 손가락 다섯 개가 보이겠지만,
큰 구멍으로 보면 다섯 손가락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어 하나의 손임을 알 수 있다,
좁은 견해로 보면 다섯 손가락 밖에 볼 수가 없지만, 큰 견해로 보면 손가락은 한 손에 연결되어 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만상이고 양단이요, 이게 한 손임을 아는 게 앞에서 나온 일공입니다.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으니 별개로 보지만 그 가려진 것이 벗겨지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라 하지만 뭉뚱그려진 하나가 아니고, 별개라 하지만 서로 연관되어진 별개다,
연관되었기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단독자로서의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하나다,
하나냐 다름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냐 다름이냐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일불이(不一不異),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 만물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닙니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여기 콩이 한 되 있습니다.
콩과 콩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다 모양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콩입니다.
그러나 팥과 콩을 비교할 때에 콩과 콩은 같은 콩이라 합니다.
팥과 콩만 놓고 보면 서로 다른 곡물이지만, 옆에 채소가 있다면 같은 곡물이라 하고,.
팥 콩 채소를 돌맹이나 쇳덩이와 비교할 때엔 같은 먹거리에 속하게 됩니다.
뭐하고 비교하니 다르다, 뭐하고 비교하니 같다 이렇게 말해야 옳은 것입니다.
이건 정말 같은 것이다, 정말 다른 것이다 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다름과 같음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불일불이,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다 우리들의 마음이 일으키는 겁니다.
우리들이 바라보는 관점, 비교대상에 따라서 다르게 일어나는 겁니다.
(제12강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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