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호주여행

[호주여행] 12. 골드 코스트를 마지막으로

상원통사 2019. 4. 25. 20:25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된 108배, 호주에 왔다고 빼먹으면 안 되지요,

방석으로 쓸만한 것이 없을까, 옳지, 덮었던 이불을 한 번 이용해보자,

얇은 이불을 몇 겹 겹쳐서 방석으로 만들고, 휴대폰에 저장해 둔 정목스님의 기도문을 틀어놓고 절을 하는데,

글쎄 요녀석이 슬금슬금 앞에 와서 앉더니 계속 쳐다보며 한 마디 합니다.

뭐여, 뭐하는 것이여, 일어섰다 앉았다 엎드렸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운동을 하네 ~~



우리가 호주에 도착하기 전에 시부모님 댁에 맡겨두었다가, 어제 오면서 데리고 왔는데 요녀석 하는 짓이 참 가상합니다.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왔는 데, 이전 주인에게 얼마나 학대를 당했는 지 처음에는 눈치만 슬슬보며 이상하더니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

엄청 영리하여 절대로 차 안이나 집안에서는 똥오줌도 싸지 않고, 사람 말 다 알아들으며 사람 이상으로 예의도 지킨다,

한 번은 한인수퍼에서 사온 불량식품 쫀득이를 먹다가 식탁 위에 놔두었더니 요놈이 덥석 물어가더라,

어떻게 하나 지켜봤더니 그 중 하나만 떼어서 먹고 나머지는 다시 물어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더라,

처음 보는 사람일 지라도 함부로 짓지 않고, 가끔씩 먼 하늘을 보고 짓거나 들짐승이 가까이 오면 짓곤 한다,

어려서 개에게 물렸던 아내는 지금도 개를 무서워하지만 요녀석에게만은 가까이하고 귀여워 합니다.

딱 한 가지 나쁜 점은 온 집안에 털을 날린다는 것, 그 외엔 별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그래도 내 주장은 한결같다, 개는 개같이 키워야 한다! 



TV를 켜니 예쁜 기상캐스터가 나와서 일기예보를 하는 데, 어디에 서있나 봤더니 골드 코스트 해변이랍니다.

지금 사이클론(태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지도를 한 번 보세요,

지금은 여기 태평양 가운데에 있지만 진행속도로 볼 때이틀 후면 이곳에 도착합니다,

해변에 계신 분들은 대피하시고, 태풍에 날아갈 것들은 미리미리 챙기시고, 생수와 라면과 부탄가스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추측컨데 이런 말을 했겠지만, 낸들 알아먹을 수가 있나 ~~

TV를 보던 매제가 얘기합니다, 저거 다 뻥이요, 사이클론 안 올거요, 한두 번 속은게 아닙니다.


오늘은 기상캐스터가 서서 일기예보를 했던 그 골드 코스트에 갑니다.

왜 가느냐,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한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므로 우리도 인증샷 찍으러 가는겁니다.

그래야 누가 어딜 다녀왔냐고 물으면 시드니도 가고 골드코스트도 다녀왔다고 할거 아녀요.


여기는 골드코스트의 북쪽에 위치한 해변, 집에서 남동쪽으로 75Km 떨어진 스핏 골드 코스트(The Spit Gold Coast, Queensland),

* Spit(사취, 砂嘴)   바다 쪽으로 돌출하고, 한쪽 끝은 육지에 붙어 있는 좁은 해안지형              



방파제쪽으로 가다 보니 경고문이 있는 데 우리말로도 적혀있습니다.

'~~ 이 경고를 어길 경우 ~~ 어떤 상해나 손상에 대해서도 ~~ 배상청구를 할 수 없음'

한국사람이 많이 와서 친절을 베풀어 준 것인지, 한국사람이 사고를 많이 쳐서 그런 것인지 ~~

(물론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로도 적혀있음)



여기는 방파제 ~~



사방을 둘러보니 그냥 시~워~언~~합니다.



태풍이 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파도도 사람들이 즐길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음에 호주에 오면 요런 걸 타고 놀아볼까, ~~



아니면 요런 걸 타고 놀아볼까,

벌써부터 고민이 생깁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ㅎㅎ




벌써 점심시간, 우린 식당가가 몰려있는 마리나 코브(Marina's Cove)로 자리를 옮겼는데 ~~



밥 먹을 생각은 안 하고 뭘 그리 열심히 쳐다보나 했더니 ~~



글쎄 양어장이 따로 없네요, 물 반 고기 반.



저녁을 거하게 먹기로 하고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로 배를 채운 후 남쪽으로 8Km쯤 이동하는 데 ~~



가는 길이 멋있어요, 가로수로는 야자수가 최고입니다, 도시의 풍경을 확 바꿔놓잖아요.




여기는 아일린 피터스 공원(Eileen Peters Park)

한가로이 벤치에서 호떡 뒤집기를 하며 몸을 그을리는 사람들도 있고 ~~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 열심히 가는 사람들도 있고 ~~




무슨 일 없나, 해변을 감시하는 갈매기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파도타기 학교(Surf School)도 있네요,



숙련된 조교에게 열심히 배운 후 ~~



바다로 들어가 실전에 임합니다.

내가 가면 노인당에서 대표로 왔다고 안 받아줄려나??




때마침 모래 조각 전시회(Sand Safari Arts Festival)가 열리고 있는 데,

정말로 재주들 참 좋아요, 꿈틀대는 용도 있고 ~~



용왕님이 머무는 바닷속 궁전도 있는데 ~~



어라, 치매걸린 노인이 여기까지 왔나, 그 양반 29만 원밖에 없어 비행기표도 못 끊었을 건데 ~~




한 편에는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도 있고 ~~




인어 아가씨가 앉아서 포즈도 취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줍니다.

근데 궁금한 점 하나, 인어를 헤아릴 때는 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한 마리라고 해야 하나 ~~



서퍼들의 천국(Suffers Paradise), 골드 코스트에 왔지만 우린 손발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




눈으로만 즐기고 증명사진만 찍고 돌아갑니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처럼 ~~






이 사람 좀 보세요, 우리가 이곳에 도착해서부터 지금까지 두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 이 자세 그대로 서있습니다.

제부에게 별 희한한 사람 다 있다고 했더니 하는 말, '마약해서 그래요'

우리 나라도 지금 마약 때문에 시끌벅적한데, 여긴 대낮에 한길가에서 저러고 있다니 ~~

그나저나 두 시간씩이나 같은 자세로 서있기 얼마나 힘들까, 난 마약같은 것은 절대로 안 해야겠다.



태풍이 온다고 하니 방송국에서 중계방송차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큰 바람에 큰 파도가 휩쓸고나면 와장창 뒤집어져 한 동안 고생 좀 하겠구나 생각했는 데,

귀국 후 동생에게 들으니 태풍이 육지에 상륙하기도 전에 스멀스멀 사라져버렸답니다.

여기 기상청도 우리나라만큼 뻥이 센지, 매제의 신통력이 족집게 도사 수준인지 ~~ 



조금 더 머물면 좋겠지만 우린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골드 코스트를 떠났습니다,

왜냐, 귀국 준비 해야지요, 비실비실한 동생 건강히 지내라고 한의원에 가서 보약 한 재 지어주고,

발바닥 크림, 영양제, 비타민제 사러 약국에 들르고, 초코렛, 치즈 사러 수퍼에도 들렀습니다.

그렇게 호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



우린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 아침 일찍부터 서두릅니다.

며칠동안 정들었던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를 뒤로 하고 ~~



구멍가게보다 조금 큰 브리즈번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 비행기 타고 돌아갑니다, 13박 14일 호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여행이라 하면 빡빡하게 일정을 짜고 무리가 되더라도 쉬지않고 돌아다녀야 본전 뽑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여유있게 놀면서 쉬면서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고 치유가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동생네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고 경험이 풍부했기에 한 번도 헤매지않고 보낼 수 있었지요,

앞으로의 여행은 이런 식으로 다니는 것도 시도해봐야겠어요, 

섬여행도 좋고, 올레길도 좋고, 둘레길도 좋고, 휴양림도 좋고,

한 번에 한 달쯤 나가는 것으로 계획하여 가다 쉬다 가다 놀다 그마저 피곤하면 며칠씩 묵자 ~~

그러자면 국민연금도 나와야 되고, 캠핑카도 알아봐야 되고, 전기자전거도 만들어야 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정작 본인은 못 가면서도 통 크게 여행경비 전체를 쾌척한 매형께 고맙고,

패키지 여행이었으면 대접받고 편하게 지냈을텐데, 막내에게 갖은 구박(?) 다 받으면서도 꿋꿋이 버텨낸 누나께 고맙고,

여행 내내 혼자서 운전하고 이곳저곳 안내하며 고생 제일 많이 한 매제에게 고맙고,

여행 내내 조잘대며 분위기 띄우고, 여행경비 남아서 반납했다고 하자 "나였음 하나도 안남고 오히려 내돈 더들어갔다고 하지"라는 동생에게 고맙고,

더 아프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바뀌고, 은하수 안 따다 준다고 날마다 투정하는 아내에게도 고마운데,

난? 이번 여행에 별로 이바지한 게 없네 ~~


여기까지 긴 시간동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 +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