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호주여행

[호주여행] 10. 우리는 천생연분

상원통사 2019. 4. 17. 23:32

하늘다리(Forest Sky Pier)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15Km쯤 남쯕으로 내려가면 콥스 하버(Coffs Harbour),

마침 점심먹을 시간이라 요트클럽에 딸린 식당에 들어갔는데 전혀 생소한 문화가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이곳 식당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입국신고서(?)를 적어 한 장은 제출하고 한 장은 본인이 꼭 갖고 다녀야 하는데,

우선 회원하고 같이 왔는 지 뜨네기인지 구분하고, 날짜, 이름, 주소, 서명, 회원의 확인 서명, 회원 번호 등등 적는 것도 많습니다.

밑에 잘 읽어보라는 란이 있어 사전 찾아가며 자알 읽어봤는 데, 별 내용도 없어요, 

촌놈 기죽이려고 그러는 지 괜히 폼 잡느라 그러는 지 모르지만, 신원조회 당하는 것 같아 잠시 당황할 수 밖에~~

그래서 매제가 통쾌하게 복수해주었지요,

어떻게? 이름 적는 란에 누나는 onNie(언니)로, 나는 HyunNim(형님)으로, ㅋㅋㅋ



남들이 맛있게 먹고 있어 물어봤더니 오늘의 스페셜 메뉴랍니다,

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푸짐하게 보여 네 가지를 다 시켰지요, 이제 배 두드리며 실컷 먹겠구나 ~~

그러나 남의 떡은 으레 커 보이는 것인가, 우리 식탁에 올려놓고 보니 양이 별로 많지 않아요.



배도 채웠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는 데 ~~



물 위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




물 속에서 헤엄치는 가오리도 구경하며 ~~




조금 떨어져 있는 머튼버드 섬(Muttonbird Island)으로 향합니다.




Mutton Bird, 우리 말로 쇠부리슴새,

마오리족이 살·기름·날개를 이용하는 슴새, 4월이면 멀리 필리핀까지 날아갔다 8월이면 돌아오는 인터내셔널 철새,

한가지 특이한 습성은, 둥지를 트는 게 아니라 땅에 굴을 파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는 것 ~~



가까이 가서 보니 진짜로 요런 구멍들이 많이 있습니다.

새들은 볼 수 없었지요, 지금은 새끼들도 다 커서 비행연습 중이랍니다.



새들 대신 주변 구경만 실컷 했는 데,

저기가 아까 우리가 걸어오며 보았던 요트 정박장이고 ~~



저기는 그림같은 집들이 들어서 있는 '저 푸른 언덕'이고 ~~



여기는 바다를 가르며 하루를 즐기는 요트족 ~~



모든 것을 한 장의 사진에 담으면 이렇게 보입니다.




눈으로 즐기는 구경을 끝내고, 이젠 취향대로 즐기려 자리를 옮깁니다.



여기는 길이가 400m나 되는 나무다리(Coffs Harbour Jetty),

따가운 햇빛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겨우 셔터를 누르고 있는 데 ~~



매제가 소리칩니다, "저기 거북이가 있다!", 영어로 뭐라고 했냐면, "Turtle!"



진짜로 바다 위에 거북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하하, 가오리도 보고 거북이도 보고 오늘은 횡재 연속이구나,

자랑을 해야겠는 데,수영한다고 간 아내는 어디쯤에 있나 ~~



찾기는 찾았는 데 표정이 조금 이상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매제와 나는 사진찍는 것을 그만 두고 그 쪽으로 향했지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글쎄 아내가 물에 안경을 빠트렸답니다.

한국에서 사가지고 온 비싼 수영복이니 꼭 한 번은 입어봐야한다며 겁많은 아내가 바다로 향했는데,

막상 물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파도가 높아 머뭇머뭇 하고 있는데, 

그 중 센 놈이 키높이만큼 올라와서 얼굴을 한 방 꽝 ~~,

귀는 멍하고 눈 앞은 깜깜하고 입 안은 짭짤하고 머리는 어질어질하여 한참 동안 서있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얼굴의 물기를 닦다 보니 안경이 사라지고 없다는 겁니다.

눈이 나빠 안경없이는 지내기 힘든 줄 뻔히 알기에 얼른 옷 갈아입고 안경 맞추러 나가자고 했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돗수 있는 선글라스도 가져왔으니 그것 쓰면 되요, 괜찮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매제는 애꿎은 동생만 나무랍니다.

"그 자리가 파도가 제일 센 자리인데 미리 주의를 줬어야지 그런 말도 안 하면 어떡하냐(영어로 ~~)"

그러면서 안경을 찾아야 한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고 차로 향합니다.

허~~ 참~~, 이 넓은 바다에서 파도마저도 출렁거리는 데 어디서 어떻게 찾는다고 그래, 그만 두자,

소용 없어요, 매제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닙니다, 물안경 쓰고 바닷속으로 뛰어듭니다,

이그그, 할 수 없지요, 명색이 남편인데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갔지요.

바닷속은 10Cm 앞도 안 보여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도 없지만 매제는 연신 물속으로 들어가 찾아 헤맵니다.

나도 할 수 없이 찾는 시늉을 합니다, 아이구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거나 바다 속에서 안경 찾는 거나, 구시렁 구시렁 ~~

매제는 손으로 더듬거리고, 나는 발로 더듬거리고 ~~

한참동안 그렇게 찾았지만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입니까,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지,

에이 이만하면 성의는 보였다, 이제 그만 두자, 아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더듬어 보자,

오른발로 살살 더듬는 데 엄지 발가락에 뭔가 툭 걸리는 느낌, 그리고 순간 스치는 생각, 안경이다,

어떻게 건져야지? 어설프게 하다가 놓치면 영영 못 찾는다, 물이 깊어 손으로는 안 되겠고, 어떡한담,

옳지, 발가락으로 잡아서 올려보자, 다시 한 번 더듬어 위치를 확인하고 발가락을 살짝 구부려 꼭 잡고,

오른 발을 살살 올리면서 왼손을 물 속에 넣어 잡는 순간 느낌이 확 옵니다, 맞아요, 안경이 맞아요,

너무 기뻐 저절로 소리가 튀어 나왔지요, "찾았다!"

저만큼 떨어져 있던 매제도 그 순간 동시에 소리칩니다, "잡았다!"



세상에나, 바닷속에서 안경을 찾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아내는 그냥 감개무량하여 한 마디 합니다, "우린 하늘이 점지해 준 천생연분이에요!"

쌍무지개가 뜨더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점수를  따따블로 땄습니다.



하하, 기분 정말 좋더라고요,  속말로 기분이 째지더군요.

그래서, 2500원짜리 수영복 입고 다시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이제부터는 파도를 타고 놀겠다.

20년도 더 전에, 큰 아이 안고 에버랜드에서 만난 인공파도는 재미 없고 소독약 냄새만 풀풀 났었는데,

남태평양의 진짜 파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처음엔 얕은 곳에서 놀다가 요령이 생겨 점점 깊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파도가 높아도 괜찮아요, 살짝 솟구치면 붕 떠서 온 몸으로 파도를 안고 해안으로 밀려가는 짜릿함,

아아, 바다라는 데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구나, 다음엔 서핑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 ㅎㅎㅎ



여기는 콥스 하버에서 북쪽으로 15Km쯤 떨어진 무니비치(Moonee Beach),



하여튼 어딜 가나 해변 하나는 끝내줍니다.

가다 놀다 가다 쉬다 하면 된다는 동생 말이 진리입니다.




무니 비치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해안 절벽, 그린 블러프(Green Bluff),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곳인데, 동생은 여기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것이 좋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 동안이나 서 있었던 적도 있었다는 데 ~~



난 잘 모르겠습니다.



그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



좋아요, 정말 좋아요 ~~



언덕에서 조금 더 옆으로 가면 덤불이 나오고 ~~



그곳에선 캥거루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귀에 번호표를 꽂고 있어요, 꾸준히 조사하고 관찰하는 모양이지요.



이렇게 큰 척추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가까이 한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경고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절대 캥거루를 향해 걸어가지 마라

-. 절대 캥거루보다 커보이게 서 있지 마라

-. 절대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거나 소통하려 하지 마라



캥거루를 뒤로 하고 바닷가 백사장으로 내려갔더니 ~~



저기 멀리 점이 하나 보이는 데 ~~



점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집채만한 파도가 무섭지도 않은 지 젊은 처자 혼자서 파도 앞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아니다, 저 아가씨도 잃어버린 안경을 찾고 있는 것이렸다.



바닷가 모래밭까지 내려온 캥거루가 한 마디 합니다,

"맞아 맞아, 당신 말이 맞아, 안경 찾고 있어!"




양반다리하고 명상에 잠겨 있던 매제는 잠시 생각합니다.
"그 안경 내가 찾았어야 했는 데 ~~"



그림같은 집을 쳐다보고 있는 아내에게 나도 한 마디 합니다.

"로또 복권 당첨되면 여기 와서 이런 집 짓고 삽시다, 그 땐 꼭 고무줄로 안경 묶고 다녀요 ~~"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도리고 숲에서 기력을 담아온 아내는 안경 덕분에 곱배기로 활기가 넘칩니다.

호주에서의 아홉 번째 밤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