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서 뜨는 해는 어떻게 생겼을까,
오늘도 해돋이를 보려 세수도 안 하고 시간 맞춰 나갔지만 역시나 꽝!
먼 산은 바다를 가리고 구름은 하늘을 가려, 부챗살로 남은 햇살에 아쉬움만 가득,
우리보다 더 일찍 나온 사람들이 있어 뭐 하나 봤더니 ~~
어떻게든 한 마리라도 올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강태공들입니다.
솜씨가 어떤가 한참을 지켜봤는데, 폼만 멋있어요, 그들도 우리처럼 꽝!
이 분은 수련을 하는 지 묘기 대행진을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커다란 가방에 온갖 희한한 것들을 다 가지고 와서 한 가지씩 선을 보입니다.
칼춤도 추고, 곤봉도 던지고, 쇠구슬도 돌리고, 줄넘기도 넘고 ~~
새벽부터 붐비는 여기는 시드니와 브리즈번의 중간쯤에 위치한 사우스 웨스트 락스(South West Rocks),
캠핑카 한 대 몰고 와 구석에 세워놓고, 세월아 상관 안 할테니 너는 니 알아서 가거라 내버려두고,
수영도 하고 서핑도 하고 낚시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자연과 함께 하는 곳, 이름하야 그냥 푹 쉬는 곳입니다.
우리는 그들처럼 마냥 쉴 수가 없지요, 길을 나서 또 다른 곳을 찾아가는 데 산길을 오르다보니 재미있는 곳이 나옵니다.
길을 만들다 장애물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든 부수고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네 상식이지요,
근데 여긴 달라요, 장애물을 만나면 부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순응해 버립니다.
사진이 없어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이렇게 바위가 툭 튀어나와 작업하기 힘든 곳에서는 2차로가 1차로로 줄어듭니다.
대신 양켠에 신호등이 있어, 이쪽 차가 갈 때엔 반대편 차가 서 있고 반대편 차가 올 때엔 이쪽 차가 서서 기다립니다.
길은 꼭 왕복이 가능해야 한다는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 배워도 좋을 듯 싶습니다.
도리고 국립공원(Dorrigo National Park)의 우림센터(Dorrigo Rainforest Center),
오늘은 산 속의 폭포 보러 간다해서 뭔가 했는데, 겉보기는 별 꾸밈도 없고 규모도 크지 않은 그런 곳입니다.
근데 자료를 찾아보니 그게 아니에요,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랍니다.
식물학자의 천국(A Botanist's Paradise)이라는 수식어도 붙어있습니다.
입구 벽면에는 이곳 원주민들 스타일의 벽화가 붙어 있는데,
모자이크 형태로 작은 조각들을 일일이 붙여 만드는 게 그 특징이랍니다.
센터 안에 들어가면 기념이 될만한 물건들이 많이 있어 몇 개 사려다가,
지금 사면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 나올 때 사가지고 가자고 나름대로 머리를 썼는데,
4시 30분이면 말없이 문을 닫아요, 우린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답니다.
길이 75미터의 Sky Walk, 굳이 번역하자면 하늘길이라 해야 하나 ~~
아래를 내려다 보니 으~씩합니다.
겹겹이 쌓여있는 산들을 바라보니 예전 부석사에서 바라보던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그곳에서 단체로 기념 사진 한 방 찍고 ~~
한 바퀴 빙 도는 데 6.6Km, 시간으로는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숲속 탐방길에 들어섭니다.
해를 가린 구름은 연한 어둠을 만들고 습기 머금은 공기는 싸늘함마저 내뿜는데,
하늘 보이지 않게 빽빽히 들어선 나무들은 원시림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얘기해 줍니다.
아아, 이래서 사람들이 아프리카까지 가서 숲속 탐험을 하는구나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길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발걸음조차 내딛기 힘든 곳,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곳,
들리는 것이라고는 새 소리와 나무 부비는 소리뿐이고, 내 생전 처음 보는 나무와 열매들이 시야 너머까지 빽빽히 들어찬 곳,
Rainforest(우림, 雨林)이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곳입니다.
그냥 갈 수 있나요, 엄청나게 큰 나무 앞에서 사진 한 방 찍고 ~~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가는 데 ~~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보았던 그 나무들도 보입니다.
이름은? 모르지유, 사원들을 뒤덮고 있었고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에 들어찬 나무들이라는 것밖에 ~~
버섯들도 많이 있어요, 함부로 먹다가는 그냥 골로 가겠지요 ~~
한참을 가는 데, 막내가 갑자기 소리칩니다, 뱀이다!
쨔샤, 또 장난치는구나, 누가 속을줄 알고 ~~
근데 진짜였어요, 진짜로 뱀이 나왔습니다.
제부가 말합니다, '물지는 않는다, 몸으로 휘감아 먹이를 잡는 뱀이다, 가까이 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지나갈 때 까지 기다려라',
위험할 때엔 영어로 말하는 것도 다 들립니다.
동영상으로 찍은 것을 다시 보니 뱀이 길을 가로지르는 데 2분 정도 걸렸더라구요,
길이가 3미터쯤 되는 엄청나게 큰 뱀, 내 생전 처음 보는 무지무지 큰 뱀,
길을 지나려다 우리를 보고 멈칫하고 서있다가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서서히 길은 건넌 것입니다.
안내문을 다시 보니 이렇게 적혀 있네요,
"뱀을 만나면, 멈춰서 조용히 기다려라,
천천히 뒷걸음쳐서 물러나라,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둬라"
한 마디로 말하면 까불면 물릴 수도 있다!
물리면? 답이 없어요, 여긴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구급상자도 없어요, 혼자 알아서 자알 나가야 되요.
여기는 어디일까 ~~
폭포입니다. 여기 탐방로에 있는 두 개의 폭포 중의 하나,
생긴 것은 영락없이 우리 나라의 인공폭포 닮았고 규모는 우리의 인공폭포들보다 작지만,
사방이 가려서 그런지 울리는 소리는 대단합니다.
그리고 또 가다 보니 ~~
여자 타잔이 출몰하기도 하고 ~~
나무 요정이 나타나기도 하고 ~~
아무렇게나 서있어도 멋지게만 보이는 천연 포토존이 나오기도 합니다.
커요, 정말 커요, 엄청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요 ~~
나도 폼 잡고 한 컷 찍어 보았는데, 배 밖에 안 보이네요 ~~
여기는 또 다른 폭포,
그 앞을 가로지르는 흔들 다리를 지나서 ~
원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고 ~~
미래의 새생명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
장난치고 노닥거리고 해찰하며 걷다 보니 ~~
언제 지나간 지 모르게 네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
맑은 하늘이 펼쳐진 속세의 입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여기 이 숲에서 기를 받아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었다고 ~~
나는 말합니다.
회복만 된 것이 아니라 너무 넘쳐서 이젠 옆에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
사진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기계문명의 한계,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의 한계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 마디는 꼭 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호주에 가면 여기 꼭 들러보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서너 시간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몸도 마음도 정신도 맑아지고, '구름 위에 뜬 기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여기 반나절 일정만으로도 우린 호주 여행 본전 다 뽑고 남았습니다.
오늘은 할 말이 많아 둘로 나눕니다, 여그까지 1부 끝, 다음 편에 2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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