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시드니에서 150Km 떨어진 펜넬만 맥쿼리가(Macquarie Road Fennel NSW),
지극히 평범한 시골동네인데 아침부터 왜 이리 시끄러운가,
가속페달 밟는 차소리는 그래도 견딜만한데 오토바이 굉음소리는 도저히 참기 힘듭니다.
어제 밤 외계인이 침입하여 촌놈들을 전부 폭주족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확인하러(?) 밖에 나왔습니다.
왕복 이차로지만 이 동네에서 제일 번잡한 사거리, 게다가 집앞이 오르막길이고 아침 출근시간이니 그럴만하지요.
하아, 근데 재미있는 집이네요,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간판을 보세요, 'SURGERY'라고 적혀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집은 원래 가정집이 아니라 외과의원이었어요,
벽에 달린 스위치를 올리니 간판의 불도 들어오고, 마당엔 장애인 주차구역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침대를 놓아 안방으로 쓰고 있지만 원래는 진료실이었던듯 아직도 손씻는 세면대가 그대로 남아있고,
거실 서랍장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장난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주방은 조제실이었던 듯 약품 보관했던 캐비넷이 자물통 채워진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의원이 숙소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펴봅니다.
시골 의원이니 환자 수도 고만고만했을 터, 경영이 특별히 어려워져 문을 닫지는 않았을 것이니,
틀림없이 의사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 더이상 진료를 못하게 되어 의원을 내놓았을 것이다,
마침 부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집을 사서 세간살이 들여놓고 에어비앤비에 숙소로 내놓았는데,
이것들이 극히 최근에 일어난 일인지라 병원 흔적을 다 지우지 못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
그럼 이 집의 새로운 주인장은? 이름도 그렇고 마당에 불상을 모셔둔 것으로 보아 중국인이 틀림없습니다,
같은 중국인인데 어제 시드니의 숙소 주인과 오늘 이 집 주인은 어찌 이리 천양지차일까,
관리하는 사무실에 간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여러 채를 갖고 전문적으로 숙소 임대업을 하는 것 같은데,
어쨌든 다 좋아요, 전문적으로 하면 전문적으로 관리를 잘 해야지 그러면 되나,
그렇게 엉망으로 관리하고, 잘못했어도 미안한 줄도 모르고, 자든지 나가든지 알아서 하라고 베짱을 내밀면 어쩌란 말인가,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막되먹은 녀석들 같으니라구.
이럴 때 반사적으로 한 마디가 툭 튀어나옵니다, "짱꼴라들은 어쩔 수 없어~~"
오늘 이곳의 숙소 주인도 중국인입니다.
깔끔하게 숙소 관리도 잘하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차 커피도 다 준비해놓고, 부엌 살림살이와 양념들까지도 완벽합니다,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은 수세미가 없어서 설겆이할 때 불편했다는 것인데, 그거야 애교 아니겠어요.
한 가지 더, 비록 새벽에 들어왔지만 엄연히 하루를 더 묵게 되었으니 숙소 비용을 내야지요,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답신이 왔는 데, '안 주셔도 되는데 ~~, 내고 싶으면 알아서 식탁 위에 놔두고 가세요'
같은 말이라도 어쩜 이리도 이쁘게 합니까, 맘에 쏙 들어요, 틀림없이 얼굴도 예쁜 미인일거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는 한 마디, "대륙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
커다란 냉장고도 새 것이고, 가스오븐도 새 것이고, 서랍 안에는 한 번도 쓰지 않은 그릇들도 있습니다.
새로 꾸민 주방에서 상쾌한 마음으로 조촐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린 길을 나섭니다.
숙소에서 33km, 40분 거리에 있는 캐더린힐(Catherine Hill Bay)에 도착하자 우릴 맞이하는 것은 남태평양의 파도들 ~~
그리고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
지금이 한여름 피크시즌이니 우리네 같으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여 발디딜 틈도 없으련만,
여기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보입니다, 이 좋은 곳을 놔두고 다들 어디로 갔나 얘네들 호강에 초쳤구나 ~~
근데 지도를 보니 이해가 가네요, 이런 백사장이 대륙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이어졌으니,
2,500만 호주사람이 다 나와서 해변을 거닐어도 눈에 띄지 않을만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배에 석탄을 싣기 위해 설치했던 부교(Jetty)랍니다,
이곳은 1883년에 탄광이 개발되었는데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2년에 채산성문제로 폐광했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시커먼 석탄이 드나들었다니 ~~
우리네는 바베큐 통에 숯불 피워 고기 구우며 쏘주 한 잔 걸치는 것을 재미 중의 재미로 알고 있는데,
여긴 전기로 고기를 굽는 바베큐 통이 준비되어 있네요, 숯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겠지요, 아무데서나 고기 굽지 말고 꼭 여기 와서 구워가지고 가서 얌전히 먹어라,
안전 문제도 있고, 쓰레기 문제도 있고, 연기도 나고, 환경 문제도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추측만 해봅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기는 한데 햇볕이 너무 강해요, 오래 있으면 머리 벗겨질 것 같아 길을 나섭니다.
이름 모르는 강이 나오고, 강변 나루터에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
그 옆에서 물에 발을 담그며 아내가 하는 말, "호주 와서 할 것 다 했네, 이제 그냥 집에 돌아가도 난 괜찮아요"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야호! 소리가 들려요 ~~
고개돌려 보니 한 마리 올렸네요, 구경하는 우리도 맞장구 쳤습니다. 우와 ~~
근데 찬찬히 보세요, 고기 잡은 사람 따로(오른쪽), 고함치는 사람 따로(왼쪽)!
학꽁치 닮은 이 고기는 맛이 없어 안 먹는답니다.
특이해서 한 컷 찍었는데, 이곳 공중화장실에는 도기가 없습니다,
세면기도 소변기도 심지어 양변기까지도 스텐(Stainless Steel)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라, 자세히 보니 변기 시트가 부숴지고 없네요, 일보다가 잘못하면 빠질 것 같은데 ~~
에구구 큰일 났어요, 이 대목에서 카메라의 배터리가 똑 떨어졌습니다.
무슨 소리냐, 분명히 챙긴다고 챙겼는데 글쎄 배터리 충전기를 브리즈번 집에 놔두고 와버렸잖아요,
이제 DSLR 카메라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매제가 인터넷으로 알아보더니 이곳에서 새 충전기는 9만원, 중고는 4만원 줘야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새 것이 8천원, 그것도 차에서도 충전이 되는 겸용 타입,
나쁜 놈들 너무 비싸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망설여집니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사기는 사야하는 데 우리나라의 가격을 알고 나니 도저히 살 맘이 안 생깁니다, 그래 포기하자!
내가 무슨 사진 작가도 아니고, 꼭 사진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 필요하다면 똑딱이도 있고 휴대폰도 있으니 그 정도면 이곳을 기억하는 데 문제 없겠지,
제부는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했지만 난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결국에는 후회했습니다, 4만원 버리고 그냥 살 걸 ~~~~
어쨌든 지금부터는 똑딱이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어떤 것은 좀 괜찮지만 어떤 것은 영 맘에 들지 않아서, 원 ~~
그래도 여기선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는 알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각설하고, 여기가 어디냐, 우리나라로 말하면 길거리 좌판 농산물 파는 가게입니다
안에 들어가니 물건도 쬐끔밖에 없어요, 자기가 직접 재배한 것을 판다나 어쩐다나 ~~
가격은 마트보다 싸다고 하네요, 옥수수가 3개 3천원, 오이가 3개 2천원, 수박이 반 통에 3천원 등등.
맥쿼리 호수(Lake Macquarie)
-. 이 호수의 물은 베일스포인트의 수력발전소 용수로 이용되며 풀바흐 섬에는 야생동물 보호지역이 있음
길을 조금 가면 호수가 나오고 또 가면 호수가 나오고, 온 사방에 호수 천지이기에 동생에게 물어봤더니 전체가 하나의 호수랍니다.
그럴리가, 지도를 찾아봤더니 진짜입니다, 맥쿼리 호수,
보기에는 호수같지만 한 쪽이 트여있는 바다, 의심스러워 물을 찍어 맛을 봤더니 엄청 짜요, 바다 맞습니다.
호수를 둘러싸고는 이렇게 한가한 마을들이 있습니다.
여기는 맥쿼리호수 요트클럽,
배들이 여기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
물에도 엄청 많이 떠있습니다.
배만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많이 있어요,
얘네들은 방과후 학습으로 패들링(Paddling)을 배우고 있답니다, 우리 아그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그리고 주변엔 멋진 집들이 있고 ~~
물 위에는 백조가 아닌 흑조(Black Swan)들이 떠있습니다.
우린 오늘의 스페셜 요리, 새우 데침을 시켜놓고 ~~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킵니다,
건배 ~~, 위하여 ~~, 이대로 ~~
이제 해가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우린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지요.
지구가 돌기는 참 빨리 돌아요, 순간에 해가 사라지며 구름이 그 자리를 메꿉니다.
해넘이까지 봤으니 그냥 집으로 간다? 아니지요, 이제부터는 실루엣이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저녁을 먹고 습관처럼 밖에 나와 깜깜한 하늘을 쳐다보지만, 은하수는커녕 별마저도 안 보이네요,
구시렁구시렁 시부렁시부렁, 돌아가서는 천체망원경을 하나 살까보다 ~~
이렇게 호주에서의 다섯 째 날 밤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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