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민속촌 개장한 것이 1974년이니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지요, 아버지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서울 밑에다가 민속촌이란 것을 만들었는데, 글쎄 초가집 같은 것들을 잔뜩 지어 놨다더라.
온 사방에 널리고 널린 게 초가집인데 뭣 한다고 쌩돈 들여 그런 짓들을 하는 지 알다가도 모르것다 ~~"
역사가 일천한 호주에도 그런 쓸데 없는 짓들을 하는 데가 여러 곳 있습니다.
이름하여 올드 빌리지, 시드니를 중심으로 사방에 10여 개나 있는데(60~160km 정도 떨어짐),
우린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The Australiana Pioneer Village"에 들렀지요,
정확한 주소는 "Rose Street Wilberforce, New South Wales", 구글 지도에 이 주소를 치면 나옵니다.
잔디밭에 차를 몰고 들어가본 적이 있나요?
여기선 이렇게 주차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린 시간을 거슬러 15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는데 ~~
맨 처음으로 보이는 곳은 교회당 St. Matthew's Church,
1890년대 맥도날드 강가에 지어졌는데, 이곳으로 옮겨다 놓았답니다.
지금의 한인교회가 그렇듯이 당시 교회도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사귀는 사교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궁금한 외부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등
개척자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적어졌네요.
(요것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순전히 내 자력으로 번역한 것이기에 틀린 부분에 대해선 절대로 책임지지 않음. ㅎㅎ)
이 거리는 "Green Tree Road Main Street"라 이름붙이고,
양켠에는 근처 마을에 남아있던 오래된 집들을 옮겨다 놓았습니다.
그럼 몇 군데 들러볼까요,
이곳은 1860년대에 지어진 블랙호스 여인숙의 마굿간,
당시에 못이 부족하여 한쪽 나무에 구멍을 내고 다른 나무를 끼워 조립하는 장부맞춤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 장부맞춤 : 한 부재에는 장부를 내고 다른 부재에는 장부 구멍을 파서 끼우는 목재의 맞춤법
안에는 당시에 썼던 마차가 한 대 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 지어졌던 1880년대 스타일의 헛간,
외벽에는 현상수배범 전단지가 붙어있는데 이곳이 과연 뭣 하는 곳이냐 ~~
이쪽에서 양떼들을 몰아 헛간쪽으로 보내면 그곳에서 한 마리씩 붙잡아 양털을 깎고 ~~
안에서는 깎은 양털을 분류하고 프레스로 압착하는 등 작업을 했던 곳인데, 양털 가공에 필요한 기계들 몇 점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1862년에 지어진 대장간,
오른쪽 앞에 구멍이 세 개 뚫린 틀은 뭐하는 것이냐 ~~
죄수들 데리고 가다가 이렇게 묶어놓고 자기들은 안에 들어가 쉬거나 다른 일을 보았답니다.
대장간 안에서는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어 물어봤더니 종(鐘)을 만들고 있답니다.
이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모두 다, 입구에서 입장료 받는 분들부터 마당청소하는 분들까지 모두 다, 자원봉사자들이랍니다.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이곳은 일요일만 문을 연다고 해서 왜 그런지 궁금했었지요(자료를 보니 성수기엔 주중에도 며칠 더 개장함),
자원봉사자들이 평일엔 생업에 종사하고 휴일에만 여기와서 봉사활동을 하니 그런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이분들 정도면 여기선 젊은 축에 속합니다, 머리 하얀 꼬부랑 할머니들도 많이 있습니다.
왼쪽은 담배가게, 가운데는 약국, 오른쪽은 글쎄요 뭔지 모르겠네요.
그 당시 살았던 서민들의 집에 들어가 볼까요 ~~
여긴 거실 겸 식당,
식탁이 있고, 그릇장이 있고, 장식장이 있고, 피아노도 있고 ~~
벽난로엔 주전자도 있고 냄비도 있고 ~~
안방엔 침대, 서랍장, 경대, 그리고 벽에는 사진이 걸려있는 등 우리네 살림과 비슷합니다.
지극히 서민들 집인데 왜 캐노피 침대를 썼을까, 설마 공주마마 흉내 내는 것은 아닐테고,
추측하건데 여름엔 모기 때문에 그렇고 또 도마뱀이 많아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지 않았나, 아니면 말고 ~~
또 다른 집에 들어가 볼까요,
여긴 이런 집들이 여섯 채가 있는데, 모두 다 구조가 비슷합니다.
안방 하나에 거실 겸 식당 하나, 다 해봐야 크기가 15평쯤 되는 작은 오두막들입니다
이렇게 단촐한 살림인데도 어느 집이나 빠지지 않고 갖춰진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피아노!
설마 자랑하려고 장식용으로 채워놓은 것은 아니겠지요,
이 집엔 아기 요람까지 있네요.
여긴 "Smoke House"라 적혀있기에 관광객을 위한 흡연실인가 했더니 그게 아닙니다,
생선,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을 훈제하는 곳으로 마을 공동 시설이랍니다.
건물은 유칼리 나무로 지었고 안에는 그냥 벽돌로 쌓은 아궁이만 하나 있습니다.
여긴 이발소와 마구 파는 곳,
참 정말 오래된 이발소 의자와 이발 기구들 ~~
그리고 그 옆집엔 말안장, 등자, 말발굽 등이 있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생각납니다.
나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도 말발굽 바꿔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말을 나무틀에 묶어놓고 무릎을 구부린 후, 불에 달군 편자를 말발굽에 대면 치익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고 누린내가 나고,
쇠못을 꽝꽝 박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발이 뜨겁고 아플까 걱정했던 시절,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겁니다.
여긴 실제로 먹을 것이나 음료수를 파는 곳이고 ~~
여긴 기념품을 파는 곳,
우린 눈요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그 옛날 은행도 있고 ~~
파출소도 있고 ~~
우체국도 있는 데, 저 안쪽은 살림집입니다.
여긴 목공소인데 ~~
입구에 뭐가 세워져 있나 했더니 관입니다 관,
에구 무셔라 ~~
여긴 세탁소,
여긴 푸줏간,
우와, 그 옛날에 소방차까지 있었다니 ~~
이렇게 한 바퀴 둘러봤더니 배가 슬슬 고파져서 ~~
전통 식당에 들어갔는데 ~~
안에는 색색의 예쁜 유리병들이 있고 ~~
벽에는 옛날 옛적 사진들이 걸려있습니다.
우린 전통음식을 주문했지요, 요건 Ploughman's Lunch라는 메뉴인데,
옛날에 남자들이 밭에 일하러 나가면 밥 먹으러 집에까지 오기 힘들어 점심으로 싸주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 ploughman : 쟁기질 하는 사람
* 플라우맨즈 런치 : 흔히 퍼브(pub)에서 메뉴로 내는, 빵, 치즈, 피클, 샐러드로 된 식사
이곳에서는 값도 싸고 양도 많이 줍니다.
위에 것은 10,000원, 아래 것은 5,000원,
요것만으로도 다섯 명의 점심 요기로 충분했답니다.
맛있게 먹은 기념으로 주방에서 일하고 계시는 할마씨께 부탁하여 기념사진 한 컷!
여기는 그 당시에 꽤나 힘있었던 사람의 집입니다.
집안도 널직하고 거실도 제법 꾸며져 있고 ~~
축음기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일제시대엔 축음기 한 대가 집 한 채값이었답니다.
여기까지 둘러보고 우린 길을 나서는 데 ~~
그럼 과연 여기가 얼마나 큰 곳이냐, 다 해봐야 요만큼 밖에 안됩니다.
용인에 있는 민속촌과는, 아니 우리네 조그마한 민속마을과도 규모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서 전통을 보존하고 가꾸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그 뜻만은 높이 사야겠지요.
잘 구경하고 우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밤엔 너무 늦게 들어와 숙소가 어떻게 생겼는 지 돌아볼 생각도 못 했는데, 이젠 여유가 생겼습니다.
앞 마당엔 족구를 할 수 있게 네트도 쳐져있고, 마당 한 구석엔 골프연습장도 있습니다.
오른편에 보이는 큰 통 두 개는 빗물을 받는 통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우물용펌프는 없고 가압펌프만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물이 생활용수 전부입니다.
빨래하고 씻는 것까지는 좋은데 빗물을 먹어야 하니 조금은 찜찜했는데, 이틀이나 먹었지만 아무도 배탈이 안 났습니다.
건물 앞쪽으로 달아내 놓은 곳은 탁구장이고,
물이 찰랑찰랑 담겨져 있는 여기는 수영장, 이네들에게 수영장은 지극히 평범한 기본 시설로 보이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수영복을 입어보기는커녕 발도 담궈보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문화,
실내에 들어가면 바닥에 나무마루판울 깔고 반질반질 광도 잘 내놓았는데, 신발신고 질겅질겅 막 밟고 다닌답니다.
방 셋에 화장실 둘인 이층짜리 집 전체를 에어비앤비에서 빌렸는데 우리네 펜션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취사할 수 있는 모든 도구가 다 갖춰져 있고, 쌀도 있고 식용유도 있고 소금도 있고 커피, 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고보니 주인이 한국사람입니다.
여기까지 왔는 데 그냥 갈 수 있느냐, 인증 샷을 남겨야지요,
웃으면서도 찍고 ~~
팔짝 뛰면서도 찍고 ~~
장난치면서도 찍었을 뿐 아니라 ~~
우리 부부만 특별히 사랑샷을 한 컷 더 남겼습니다.
브리즈번에서 준비해온 먹거리를 요리하여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글쎄 난 잠이 오질 않아요,
그래서 뒹구적 뒹구적 거리다가, 말도 못 알아먹는 TV를 보다가, 그래도 심심하여 책 좀 보다가 너무 재미없어 밖으로 나갔지요.
호주 하고도 시골 숲속 한 가운데 있는 외딴 집,
온 사방은 깜깜하고 발밑마저도 보이지 않아 고개들어 하늘을 한 번 쳐다보았지요,
근데 글쎄 이게 웬일입니까,
하늘에, 하늘 가운데에 은하수가 있습니다, 은하수가!
어렷을 적 외갓집에서 처음으로 보고, 십여년 전 리비아에 출장갔다가 지중해변에서 두 번째로 본 것이 전부인데,
하늘 쳐다볼 여유도 없이 지내왔는 데, 어쩌다 쳐다봐도 흐린 탓에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여기서 그 은하수를 다시 보았습니다.
슬쩍 잠이 든 아내를 살짝 깨웠지요, 하늘에 은하수가 있다고 ~~
아내는 그 날부터 밤이면 밤마다 하늘만 쳐다봅니다.
그리고 날마다 날 채근합니다, 하늘의 별을 따다 달라고 ~~
이렇게 셋째 날 밤도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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