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호주여행

[호주여행] 5. 사막이로구나, 다크 포인트

상원통사 2019. 3. 31. 21:49

* 모텔(Motel) :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놓은 여관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있지만, 우린 '모텔'이라 쓰고 '러브호텔'이라 읽고 있지요,

그럼 호주는 어떤가, 여그는 한국과 달라요, 진짜로 Motorist's Hotel입니다.



풍광도 좋고, 수영장은 기본이지유 ~~



여기가 어디냐 하면, 어제 머물렀던 맥쿼리에서 북동쪽으로 105Km 떨어진 불라델라(Bulahdelah Way),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구하려 했으나 근처 어디에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여관방을 잡았답니다.



러브호텔과는 달라요, 비지니스 호텔처럼 깔끔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강력히 성토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글쎄 방값이 비싸다고 꼬꼽쟁이 동생이 1개 밖에 안 얻었어요,

이 방 하나에서 어른 다섯이, 환갑 즈음인 사람 둘을 포함해서 다섯 명이 자야 합니다,

너무 불편할 것 같으니 추가로 더 얻을 수 없냐고 물었더니 곤조마마 말씀 왈,

"텐트에서 자는 것 보다는 낫잖아, 정 하고 싶으면 직접 하셔 ~~"

'잉글리시 노 굿'인 우리의 약점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막내, 그래도 밉지 않습니다.(실은 남은 방이 없었음)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우린 길을 나섭니다.



에고고, 그런데 이게 뭔 일이당가, 길이 끊어졌어요,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 좀 보세요, "Bombah Point Ferry, OUT OF SERVICE"

길을 가다가 물이 나오면 다리를 놓는 것이 우리네 상식인데, 이곳에서는 다리 없는 도로를 가끔씩 만납니다.

대신 무료로 배편을 운항하여 길을 건네주는 데 오늘은 공사 중인 관계로 운항을 안한답니다,

이 길로 오면 빨리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경관도 좋다고 오는 동안 자랑까지 했는데, ㅊㅊㅊ

제부는 관리사무소에 따지러 갔지만 가면 뭐 합니까, 돌아오는 대답이야 뻔하지요, 빙 돌아가시오!

나야 뭐 아무거나 다 좋지요, 원시림 구경 실컷 했고, 비포장 길을 달리는 경험도 했고, 다리 없는 도로라는 새로운 호주 문화도 접했으니...



어쨌든 30Km만 가면 되는 길을 55Km나 달려서, 아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갔으니 도합 90Km나 되는군요,

그러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 우린 먈강(Myall River)가에 있는 티 가든스(Tea Gardens)에 들러서 ~~




오늘의 특별요리를 주문했는데 싱싱하고 맛도 좋았어요, 얼마나 맛있었느냐 ~~




요 녀석도 맛은 알아서 제발 한 입만 달라고 우리가 먹는 내내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그러나 우린 한 톨도 안 줬습니다, 왜냐,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군요.



식사를 마친 후 이빨을 쑤시며 벌판을 지나고 ~~



숲길도 지나서 ~~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 한 장 남기려 포즈를 잡았습니다, 이유는? 

조난당하면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사진이 될 것같기에 ~~



여기는 다크 포인트 원주민 거주지역(Dark Point Aboriginal Place),

내 영어가 시원찮아 제대로 번역을 할 수는 없는 데, 몇 개 아는 단어로 유추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이 지역은 4,000년 이상 워리미족(Worimi)이 살던 곳으로, 봄이면 다크 포인트에서 의식을 행하고 축제를 벌이곤 했었는데,

1830년대 이주민들이 이곳에 들어와 원주민들을 대량학살하였다.

(A more brutal history is the massacre of Aboriginal people on the headland in the 1830s by settlers.)

원주민들은 아직도 이곳 해안에서 고기를 잡고 조개도 채취하며 살고 있으며,

다크 포인트는 워리미족 후손들에게 과거를 이어주고 조상들의 지식과 문화를 전해주는 중요한 곳으로 남아있다.



모랫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




사막이 나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안사구이지만 엄청나게 커서 사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431호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와 비교해 보세요,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풍광도 그렇고 ~~





어쨌든 사막 도착 기념으로 한 컷!



이렇게 보면 황량한 모래밭에 무엇이 있을까 싶지만 ~~



생명이란 신비한 것입니다, 모래밭에서 짠 바람 맞으면서도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수 있다니 ~~







식물들만 뿌리내리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들도 있고 ~~



어디선가 밀려온 해초들도 쌓여 있습니다, 미역을 닮았는데 씹어보니 너무 질겨요 ~~




쉼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황량한 곳에서도 ~~



동심은 살아있어 조개껍질로 예술혼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서명을 했지요, "AHNA", 아내의 세례명입니다,

어라, 근데 이 발가락은 뭔 발가락인고??



여기가 다크 포인트, 모래 해안에 바위가 돌출된 입니다, 

정식 명칭은 Little Gibber Headland,



저 앞 오른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곳은 브로턴섬(Broughton Island),

17,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엔 30Km 앞 바다까지도 육지였는 데, 점점 수위가 높아져 6천년 전에 섬이 되었답니다.

워러미족은 이곳 다크 포인트에서 만나, 남자들끼리 또는 여자들끼리 저 섬을 방문하곤 하였답니다.



다크 포인트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



4륜구동 차를 몰며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고 바퀴자국만 남아있습니다.



파도, 우습게 보면 절대 안 되요 ~~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나를 덮쳐 바지까지 젖었습니다.



이 때부터 내게는 신발을 들고 다녀야 하는 슬픈 일이 일어났지요,

브리즈번에서 조금 작다고 샌들을 사지 않은 게 후회막급합니다.



여기까지 사막 방문 끝, 이제 우리는 길을 돌아가야 하는 데,

보세요, 얼마나 황량한 지, 사우디 사막은 사막도 아니여 ~~



그러다가 길을 잃어부렀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벼, 쩌기 쩌쪽으로 가야하는 것 같은디 ~~



우린 잠시 헤매다가 ~~



발자욱만 남기고 사막을 빠져나왔습니다.



해변에 남긴 발자국은 한 번 파도에 다 사라져 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사막에 남긴 발자국은 한 번 바람에 다 사라져 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우리가 남긴 삶의 껍질들은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그래서 어느 철학자는 힘주어 말합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

우리 다리에 힘 있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닙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두리번거리다 보니 ~~



호수(Two Mile Lake)가 나오는 데 ~~



옆에는 오토 캠핑장(Mungo Brush Camp Ground)이 있습니다.

호주에는 유료 캠핑장도 있지만 이곳처럼 무료 캠핑장도 많이 있답니다.

여행일정을 물어보니 동생이 그랬지요, '가다가 좋으면 쉬고 아니면 다른 데 가면 되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새삼 이해가 갑니다, 이제부터는 캠핑카 공부도 해야겠다!



호수에는 오리만 있는 게 아니라 ~~





말로만 듣던 펠리칸도 있네요.




하늘의 구름이 진해지고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빗방울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하니 싸늘함마저 느껴집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요,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 먹고 발 닦고 잠 자게 날레 돌아 가자!

오늘은 달도 별도 숨어버렸으니 은하수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고,

방 안에서 애꿎은 맥주만 축내다 보니 호주에서의 여섯 째 밤이 슬금슬금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