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막내는 노랫가락으로 대답합니다,
코알라도 보고, 감옥에도 가고, 캥거루도 보고, 등대에도 가고 ~~
여기는 숙소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진 포트 맥쿼리의 코알라 병원(Koala Hospital),
안으로 들어가면 맨먼저 코알라 앰블런스(KOALA AMBULANCE)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 있는 코알라들은 다 온전치 못하여 앰블런스 타고 들어온 녀석들,
산불이 나서 화상을 입었거나, 떨어져서 부러졌거나, 어미 잃은 새끼이거나, 그나마 원인마저도 모르는 등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그 중 우리 안에 있는 놈들은 상태가 조금 나은 녀석들이라는 데 ~~
언뜻 봐서는 어디에 있는 지 잘 몰라요, 꼼짝을 안하니 한참 들여다 봐야 겨우 찾을 수 있답니다.
나무에 이렇게 매달려 꼼짝도 안하고 하루에 스무 시간을 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근데 운 좋게도 움찔 하는 모습을 누나가 동영상으로 잡았습니다, 한 번 볼까요.
어떤 곳은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없게 가림막을 치고 안내문을 적어놓았습니다.
'재활훈련이 끝나고 곧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인간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암, 이해하고 말고, 이것은 번역한 것이 아니라 내 맘대로 의역한 것이라는 것도 이해해 주세요 ~~
병원 입구에는 가입원서 비슷한 것이 있는데 분명 'adoption', '60$'라는 말들이 적혀있어요,
돈을 내면 입양해 준다는 말 같은데, 한 마리에 5만원이면 너무 싸잖아, 순간 좋지 않은 잔머리가 돌아갑니다.
요놈들 몇 마리만 분양 받아 한국으로 가져가자, 한 마리에 50만원은 받지 않겠나,
아니지, 정력에 좋다고 하면 500만 원에 살 사람도 있을거야, 여행경비 충분히 뽑고도 남겠다,
근데 문제네, 팔릴 때까지는 집에서 키워야 하는 데 그 동안이 문제구나,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사는 놈들이니 우선 먹이를 구하는 것이 문제일테고,
똥도 치워야 할테고 냄새도 날테고 소리도 꽥꽥 지를텐데 주변 민원도 문제로구나, 에이 아깝지만 포기하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 데 김칫국 생각에 침만 흘렸습니다,
입양이라 하지만 실물 입양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입양하는 겁니다.
입양하는 코알라 사진과 이름, 입양하는 사람 이름, 입양일자, 남기고 싶은 말을 적은 증명서를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야생 코알라 보호를 위한 후원의 일종으로 입양이라는 형식을 빌린 것입니다.
우린 입양까지는 못하겠고 후원이나 해야지, 가지고 있던 동전을 몽땅 털어 여기 기부함에 넣었습니다,
우린 복받을겨 ~~
아이들을 위해 퀴즈 형식으로 코알라의 습성을 적어놓았네요, 보고 배웁시다!
-. 어미 코알라는 이빨이 몇 개? 30개
-. 하루에 똥을 몇 개나 쌀까? 200개(토끼똥 같이 동글동글함)
-. 코알라 코는 무슨 색깔? 검정색
-. 'Koala'란 무슨 뜻일까? 물이 없다(식물을 통해 물을 섭취해 따로 물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여 졌음)
-. 코알라는 하루에 몇 시간 잘까? 20시간
호주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그렇지요, 캥거루, 그 다음은 코알라, 그리고 또 있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축사 짓고 ~~
사랑하는 우리 소와 한 백 년 살고 싶어 ~~
드넓은 초원에서 노니는 모습을 열심히 담고 있는 데 ~~
우릴 물끄러미 쳐다보던 한 녀석이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저건 뭐여, 이상하게 생겼네, 얼굴은 누리끼리 하고 키는 작달만 하고,
분명 사람인 것 같기는 한데, 돌연변이 종인가, 오래 살다 보니 별 것 다 보네 ~~"
Trial Bay Gaol,
코알라 병원에서 북쪽으로 90Km 떨어진 아라쿤(Arakoon) 국립공원 안에 있는 감옥소,
여기서 Gaol은 [gaol]이라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dʒeil]이라 발음하며 jail(감옥)과 같은 뜻이랍니다,
'가올'이라 쓰고 '제일'이라 읽다니, 영어는 너무 어려워요, 한글이 최고!
멀리서 보면 성곽같이 튼튼하게 돌로 만든 감옥소,
19세기 후반 이곳 트라이얼 만(Trial Bay)의 방파제 공사에 투입된 죄수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었답니다
이 감옥은 일반 노무자들에게 임금을 주고 지었으며, 방파제 공사에는 형기 만료에 가까운 죄수들이 투입되었답니다, 난 영어를 너무 잘해 ~~
안에 들어가면 당시 사용했던 레일, 철도 차량 바퀴, 보일러 등이 아직도 남아있고 ~~
박물관이라는 곳에 들어가니 당시에 썼던 채찍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에고 무셔라 ~~
여기는 죄수들을 수용했던 옥사 ~~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리니 너른 잔디밭에 캥거루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캥거루의 나라라 감옥에도 캥거루 동상이 있구나, 진짜같이 참 잘 만들었네 ~~
아니었어요, 요 녀석들은 진짜 캥거루입니다.
우연히 잠시동안 한 녀석도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장면을 본 것입니다,
이내 팔짝팔짝 뛰어 가기도 하고, 잔디를 뜯어먹기도 하고 ~~
열심히 똥을 싸기도 합니다, 녀석들에게 속았어요 ~~
옥사는 'Y'자 형태로 생겼는 데 ~~
안에는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여기는 당시의 주방이고 ~~
뒤로 돌아가면 감시초소가 있습니다.
초소에 올라보니 돌더미만 남은 무너진 방파제가 보이는 데, 그간의 역사가 이렇습니다.
-. 1874년 : 의회에서 선박피난처를 건설하기로 결정
-. 1877년 : 일반 노무자를 고용하여 감옥부터 지음
-. 1886년 : 죄수들을 수용하기 시작함
-. 1889년 : 방파제 공사 시작함
-. 1890년대 : 태풍으로 방파제 유실됨(여러 번 유실된 것 같음)
-. 1903년 : 방파제 공사는 포기하고 감옥은 폐쇄
Silent Cell
이름이 좋아 침묵의 방이지 사실은 사고친 죄수들을 가두는 독방이지요,
문을 닫으면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어둠의 방이었답니다.
"The cells were ralely used", 수용환경이 좋아 이 독방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다는 데, 믿거나 말거나 ~~
안에는 사람 묶어놓고 채찍으로 쥐어패는 'Whipping Triangle'도 있습니다.
그러나, "Instead, these cells were used as sleeping quarters",
독방에 가둘 죄수는 하나도 없고, 비워두기는 너무 아깝고, 에라 여기서 잠이나 자자,
믿읍시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다음에 들른 곳은 감옥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Smoky Cape Lighthouse,
아마 안개가 연기처럼 자욱하여 이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은데 ~~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백사장 하나는 끝내줍니다.
지금은 자동화 되어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는 등대,
등대지기의 숙소로 썼던 건물을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빌려주고 있네요.
우린 기념사진 한 방 찍고 ~~
돌아나가는 데 ~~
여기서도 야생 캥거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동생이 캥거루 보자고 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어요.
요 녀석들이 있으면 잔디를 깎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알아서 싹싹 잘도 갉아먹습니다.
날이 저물어갑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사우스 웨스트 록스 리빙스톤 거리(Livingstone Street Souty West Rocks),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다리가 보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다리'라고 하면 무조건 칙칙한 콘크리트가 떠오르는 데, 이곳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들도 많이 있어요,
한 쪽은 아래로 배가 지나갈 수 있게 높이 들려져 있는데 ~~
이 밑에는 뭐가 있지?
고기들만 노니는 게 아니군요, 노 부부가 카누를 타고 노닐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도 앞으론 이렇게 놀아볼까 ~~
예쁜 나무 다리를 뒤로 하고 숙소로 가는 데 ~~
조그만 성당이 보입니다,
반가움에 아내는 가까이 가보았지만 아무도 없고 문은 잠겨져 있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섭니다.
조그만 마을이지만 여기엔 전원주택들도 많이 있고 ~~
왼편에 보이는 것 같은 복덕방도 다섯 군데나 있습니다, 여기도 투기 열풍인가 ~~
어지간하면 나도 한 채 사볼까, 침실 4개, 욕실 2개, 주차공간 2면인 2층짜리 주택,
떨이입니다, 5만$ 깎아서 79만5천$, 우리 돈으로 환산하니 6억5천만 원,
'0' 하나 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아니다, 내가 재산을 10배로 불리고 나서 사는게 더 낫겠다. ㅎㅎ
숙소, 오늘은 호텔인데 동생은 여기도 비싸다고 방을 하나만 잡았습니다.
안되지, 우리의 물주이신 누나는 독방을 드려야지,
그리고 우리 넷은 한 방에 자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어라, 침대가 더블 하나, 싱글 하나 밖에 없어요,
돈은 5인분 받고 방은 3인실을 준 것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가서 강력히 따졌지요, 내가 아니고 제부가 ~~
그랬더니 침대 다리가 하나 부러져서 그랬다, 미안하다, 그냥 방을 하나 더 주겠다,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았습니다, 두 개 값 내고 세 개에서 편안히 자는구나 ~~ ㅎㅎㅎ
저녁을 먹고 ~~
그냥 잠자리에 들려니 시간이 아깝습니다, 다시 밖에 나왔지요,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사방에는 어둠이 내리고 바람마저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는 해어름,
나는 감히 명명합니다, 이곳이 바로 폭풍의 언덕이라고!
달빛마저도 한 점 없는 칙칙한 밤,
맥주 한 병을 원샷하며 호주에서의 일곱째 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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