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호주여행

[호주여행] 11. 은하수를 담아서

상원통사 2019. 4. 21. 22:23

하루 종일 햇빛이 쨍쨍 내리쬔 맑은 날씨였으니 오늘 밤엔 은하수를 볼 수  있겠구나,

근데 구름같은 은하수를 어떻게 사진에 담지, 옳지 그렇게 한 번 해보자,

동생네 부부가 깰까봐 살금살금 조심조심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화장실에 가서 연습을 해봅니다, 성공!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 잠든 아내에게 속삭입니다, "은하수 보러 안 갈래요?"

밖으로 나오니 온 사방이 깜깜, 하늘을 쳐다보니 희미하긴 하지만 은하수도 보입니다.

이제 사진을 찍자, 카메라를 '셔터 우선' 모드로 바꾸고, 시간은 30초로 고정하고,

삼각대가 없으니 카메라는 맨바닥에 내려놓고, 방향은 어림짐작 은하수 쪽으로 맞추고,

작은 돌맹이를 찾아 카메라 밑에 고인 후 최대한 조심히 셔터를 누르고 기다립니다.

처~~얼~~컥, 이제 됐구나, 화면을 확인하고 카메라 방향을 약간 조정하고, 또 확인 하고 또 조정하고 확인하고....

그렇게 찍은 것들 중 고르고 골라 제일 잘 나온 사진이 바로 이것입니다.

은하수가 안 보인다구요? 분명히 담아왔으니 찬찬히 잘 찾아보면 보일거에요, 

잘 안 보이면 마음을 '동심 모드'로 바꿔보세요, 그래도 안 보이면? 그럼 양심불량이지 뭐~~ ㅎㅎ



은하수만이 아니다, 남태평양의 해돋이도 꼭 찍어야 한다, 오늘 아니면 이제 시간이 없다,

잠시 눈을 붙인 후, 해 뜨는 시간에 맞춰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그 사이에 일기가 변해 오늘도 우리의 바램은 구름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이만큼이 남태평양 해돋이 촬영의 최선,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더 호주에 오라는 신의 계시로 알고 잠시 접어둘 뿐이다!!!




이른 아침인데, 배가 고파 먹거리를 구하러 나온 사람이 보입니다.

그러나 맹탕~~, 낚싯대 끝에 달린 것은 고기가 아니라 미끼입니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부는 날 ~~



우린 언덕에 서서 한참동안 해를 바라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해변을 바라보다가 ~~



하늘이 파랗게 물들기 시작할 즈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밀물이 들 때 조금 넘어오고, 파도가 치면 또 넘어와 생긴 짠물 호수,

그 안에는 고기들이 헤엄치고 있고, 바닥엔 조개들이 꼬무락거리고 있고, 물가에는 새들이 날아와 앉습니다.



벌레를 먹는 지 풀뿌리를 먹는 지는 모르지만 요놈들 먹을 것 찾기에 한창이네요.



여기가 어디냐, 콥스하버(Coffs Harbour)에 있는 리조트입니다.

우리가 머문 곳들 중 가장 비싼 숙소, 하룻밤에 23만원이나 되니 동생은 당연히 방을 하나만 얻었지요,

다섯 명이 한 방에서 자도 텐트에서 자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나 그럴 수가 있나요, 마침 빈 방이 있다기에 누나 방은 따로 얻었지요.

우리는 2층, 누나는 1층,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타고 누나 방까지 가려면 한참 걸립니다.

치카치카 이를 닦고 있는 데 갑자기 화재경보가 삐이삐이 울려요, 무슨 일일까, 틀림없이 오작동이겠지,

나야 이런 것에 익숙하지만, 혹시나 하고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봤더니 역시나 오작동이니 안심하랍니다,

방에 돌아왔는 데 갑자기 드는 생각, 우린 여럿이니까 무슨 일 있어도 대처할 수 있지만 혼자 있는 누나는 괜찮나?

그렇지 않아도 겁 많은 누나인데, 잉글리시도 노 굿이어서 방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일텐데,

얼굴이 파래져 달달 떨고 있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방을 찾아가는 데, 저만큼에서 우리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혼자서 잘 대처했어요, 괜히 걱정 했어요, 그래서 얻은 오늘의 교훈,

사람은 비상상황이 되면 영어같은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이곳은 엄청 큰 리조트입니다, 위의 사진은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 룸으로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

유닛(Unit)이 따로 있고, 타운하우스가 따로 있고, 빌라가 따로 있고, 들어오는 입구도 이렇게 멋지고 ~~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브리즈번까지 거리는 380Km, 부산에서 집까지 가는 정도,

빠진 짐이 없나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길을 나섭니다.

가는 도중에 들렀던 재미있는 곳 하나, 동생이 교회가 카페로 바뀐 곳이 있다고 하기에 설마 그랬는데 진짜입니다.

교회 간판만 바꾼 카페, 지붕에 십자가가 그대로 있습니다.



하느님이 보시면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 ~~



안에 들어가니 인테리어만 조금 바꿨을 뿐 교회당 그대로입니다.

기념으로 사진을 몇 컷 찍으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그만 뒀습니다.

우린 바깥에서 차만 한 잔씩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드디어 브리즈번의 집에 도착, 우리 집이 아니고 동생네 집에 도착,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집에 들어오면 그냥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입니다.

난 그냥 풀어지는 데 여자들은 어쩔 수 없나봐요, 도착하자마자 청소를 시작합니다.

근데 정말로 신기한 점 하나, 열흘씩이나 비워두었던 집인데 식탁을 쓱 문질러보아도 먼지가 묻어나지 않습니다.

너무 신기하여 마루바닥도 문질러보고 방바닥을 문질러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날에도 며칠만 비우면 바닥에 먼지가 쌓이는 데 도대체 왜 그럴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날아오는 먼지도 없지만 잔디가 많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먼지도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깨끗한 하늘, 먼지없는 세상, 쉴거리 천지인 호주,

이민와서 사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푹 쉬다 가는 것은 적극 추천합니다.




하루를 푹 쉬고 난 다음 날 아침,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레드랜드 만(Redland Bay)의 부두에서 배를 타고 30분 더 가서 내린 곳은 러셀 아일랜드(Russell Island) ~~



매제의 부모님 즉 사돈네가 살고 계신 동네입니다.

이제는 은퇴하여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돈네가 먼 곳에서 왔다고 점심 한 끼 같이 하자고 우릴 초대했습니다.



때마침 영국에 살고 있는 고모님과 고모부도 여행을 왔기에, 레드랜드 부두에서 만나 함께 배를 타고 왔지요.



사돈어른을 만나자마자 한 마디 했지요, 나이스 투 미 츄(Nice to meet you), 그러고 나니 밑천이 떨어져서 할 말이 없어요, 

가만 있기 뭐해서 집 구경 좀 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바깥 사돈이 직접 따라 나섭니다, 안 그래도 되는 데 부담스럽게 ~~

잉글리시 노 굿인줄 익히 아는 지라,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시지만 그게 어디 귀에 들어오나요, 그냥 고개만 까닥까닥했지요,

여기는 1층, 원래는 벽을 만들고 방으로 꾸미려 하다가 그만 두고 이렇게 창고 겸 작업장으로 쓰고 있다는 데,

둘러보니 어지간한 공방 수준입니다, 온갖 것이 다 있어요,

이동식 발전기, 에어 컴프레서, 전기 톱, 전기 대패, 그라인더, 드릴링 머신부터 시작하여 ~~



모루, 정, 수평, 전기 릴선 등은 물론이고 망치, 펜치, 니퍼, 플라이어, 드라이버 등등은 크기별로 다 있고,

볼트, 너트, 워셔, 스크루, 못, 리벳 등 박스마다 차곡차곡 잘 정리해 놓았고,

락카, 니스, 페인트, 롤러, 붓 등 도장작업에 필요한 것들까지 참 고루고루 많이도 있습니다.

예전에 배를 타셨다고 했는 데 어찌된 일일까, 동생의 통역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곳에서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 어지간한 일은 개인들이 손수 다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구가 하나 둘 늘게 되었다,

하다보니 솜씨도 어지간한 집 지을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시골 가서 조그만 집 하나 짓고 자잘하게 일하는 것을 즐기며 살고픈 나, 더욱더 관심이 가고 더욱 더 부럽습니다. 



이 집은 원래 시드니에 있었는데 뜯어서 옮겨 왔답니다,

엥 무슨 소리야, 이 큰 집을 통째로 옮겨 오다니, 내가 잘못들은 것 아닌가, 다시 물으니 진짜로 옮겨 왔답니다.

이 집의 한 가운데를 길게 잘라서, 트럭에 싣고 배에 싣고 이곳으로 옮겨 와 붙여놓았답니다.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2층에서는 전혀 모르겠어요, 그러나 1층에 내려와 천정을 보니 알겠습니다.

가로지른 보와 마루판들에 잘렸던 흔적이 남아있고, 그곳을 지지하고 있는 보강철물을 보니 믿어집니다.

콘테이너 하우스만 이동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목조주택도 통째로 이동 가능하다는 사실, 새로 알았습니다.



한쪽엔 동생네가 맡겨 놓은 보트도 있고 ~~



계단에는 몸이 불편할 때 사용했던 간이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진짜 움직이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데, 지금은 무거운 짐을 옮길 때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호주의 중산층 사람들, 보통 사람들의 삶입니다.

우리와 비교해보면? 별로 비교하고 싶지 않네요. 



안사돈이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점심으로 무엇을 대접할까 ~~

우리 음식이 아니고,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 무엇이 있었는 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진수성찬이었고 엄청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한 접시 다 먹고 또 퍼다가 한 접시 더 먹었다는 것, 난 맛있으면 체면같은 것은 차리지 않습니다.

나중에 매제가 그러더라고요, 이건 우리 어머니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어머니는 이렇게 맛있는 것 한 번도 주시지 않았다 ~~




오랫만에 만난 사돈네와 고모네가 담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우린 밖으로 나와 동네 구경을 했습니다.

처음 보는 이상한 꽃들도 있고 ~~




꽃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며 2의 배수로 자라나 큰 송이를 이루는 꽃 ~~



어머니께서 주셔서 우리집에도 있는데, 키가 하도 커서 매번 잘라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던 꽃,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꽃, 이제보니 호주가 원산지가 아니었나, 이곳에서 다시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요건 맹그로브 나무,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바다의 기초 생물 서식지이기에 아주 중요한 나무라 하여 가까이 가봤는데 ~~



동물의 왕국에서 본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 한가한 섬 ~~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여생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직도 빈터가 이렇게 많이 남아있어 기회는 충분한 데,

로또복권은 당첨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사기칠 재주는 없어 떼돈 챙길 기회도 없고,

그렇다고 이민와서 열심히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아 사기는 싫고  ~~



이런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시간은 흘러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작별인사도 영어로 했습니다, I hope to see you again, really!

그리고 왔던 길을 걸어서 부두로 가는 데, 올 때보다 갈 때 짐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기도 우리네 정서와 비슷해요, 점심을 넉넉히 준비한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아들 며느리 집에 가서 밥하지 말고 이걸로 며칠 먹으라고 바리바리 싸주십니다.



싸주신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식탐 많은 내가 주도적으로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바닥을 비우지는 않았어요, 먹어도 먹어도 줄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먹고 먹고 또 먹고 맥주까지 곁들이고 나니, 호주에서의 열한 번째 밤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