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고 못 나가고, 미세먼지 무서워 머뭇거리고, 일이 있어 빼먹다보니 어느새 가을이 다 지나갔습니다.
예쁜 단풍잎은 벌써 낙엽되어 흩어지고 날씨는 차가워져 움츠려들지만 방에서만 뒹굴기 답답하여 밖에 나왔습니다, 나 혼자서만.
오늘은 서울 한양도성 순성길 중 마지막 남은 구간 숭례문 ~ 광희문 구간을 걸을 예정입니다.
전체 거리는 7.9km, 걸리는 시간은 2시간 20분 예정.
지난 번에 인수봉에서 내려오다가 숭례문까지 가지 않고 옆길로 삐졌기에 오늘은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사직단을 돌아 올라가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성벽이 보이는데 바로 이곳 ~~
성밖으로 나와 걷다 보니 ~~
눈에 익은 곳이 나오는 데 , 여기가 어디냐, 퇴근하면서 버스 안에서 맨날 보던 길입니다.
사직터널 위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비로소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홍파동 홍난파 가옥
-. 애초 독일계통 선교사의 주택으로 지어졌으며 1930년대 서양인 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 <고향의 봄>을 작곡한 홍난파가 6년간 지내면서 말년을 보냈기에 "홍난파 가옥"으로 부르고 있음
홍난파가 어떤 분이냐, 이력을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 봉선화·고향의 봄·성불사의 밤·고향생각 등 십여곡의 가곡과 개구리·나뭇잎 등 111개의 동요를 작곡하면서 천재 작곡가로 불림
-. 미국 유학 중 흥사단에 가입한 일로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에 연루되어 검거되었고, 72일간 혹독한 고문과 옥고를 치룸
-. 건강악화 끝에 공개적으로 전향서를 자필로 쓰고 출옥함
-. 1938년 출옥 이후 1941년 고문후유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친일행적을 남김
-.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됨
-. 친일진상규명위에서는 ‘홍난파가 자의적으로 했는지 타의적으로 했는지 좀 더 따져야 한다’면서 보류처리함
성벽은 원형이 보존된 곳도 있지만 이곳처럼 밑단만 남은 곳에 새로 쌓은 곳도 있습니다.
훼손이 심했다는 얘기인데 ~~
삼성강북병원 앞길 사거리, 돈의문이 있던 자리지요
큰길을 건너 정동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다 보니 ~~
서울시립미술관의 장미꽃이 유난히 예뻐보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
숭례문에 도착, 이곳이 진짜 오늘 일정의 출발점입니다.
아, 여기가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꾼 곳이군요, 처음 봅니다
이제 남산에 도착 ~~
어렷을 적 어깨동무 표지에서 보던 건물 어린이 회관(지금은 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나 ~~
백범 기념관 앞에 왔는데,
지금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장면이 보여서 한 컷!
와룡매(臥龍梅)
-.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에 자라고 있던 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간 매화나무 모목(母木)의 후계목
-. 일본 보리사의 주지 히라노소죠 스님이 일본의 조선침략에 대한 참회로 안중근의사 숭모회에 후계목 반환을 제안함
-. 1999년 3월 26일 40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남산공원에 식수됨
이제 남산타워 아니 N서울타워를 향해 올라갑니다.
중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광경,
저 멀리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까지 다 보입니다.
재미난 곳이 있어요,
사랑 약속하고 자물쇠 꼭꼭 채워서 걸어둔 곳, 산처럼 쌓였습니다.
목멱산 봉수대 터
-. 서울에 있다고 하여 경봉수(京烽燧)라고도 불렸었는데, 전국의 봉수가 집결되던 곳
-.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빛으로 신호를 알아볼 수 있게 함
-. 남산의 봉수대는 다섯 곳이 있었으며, 함경도, 경상도, 평안도 강계, 평안도 의주, 전라도에서 봉수를 받음
N 서울 타워
나중에 아내랑 같이 와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저녁 먹겠다고 속으로만 다짐하며 ~~
길을 내려갑니다.
성밖으로 나가니 ~~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조금 거친 돌로 쌓은 성벽을 지나치니 ~~
어느새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구름이 아니고 먼지입니다.
공기는 안 좋지만 여기선 걷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 건물을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가 다시 성벽을 만나고 ~~
멀리 신라호텔을 바라보며 걷다가 ~~
성밖으로 나옵니다.
이쯤이 좋을 것 같아 사진 한 컷!
제목 : 단풍과 그림자
그렇게 성벽을 따라 쭉 내려가면 ~~
동호로를 만나게 되는 데 ~~
길을 건너니 성벽은 사라지고 비싼 집들만 보입니다.
아, 신당동 성당,
천주교 성지순례 처음 시작할 때 왔었던 곳입니다.
광희문 성지를 돌고 도장 받으로 이곳에 왔었는 데 ~~
성당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지만 ~~
광희문 건너편에는 이렇게 멋진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천주교 순교자 현양관"
아, 성벽이 사라진 게 아니었군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성벽이 남아있습니다.
성 밖에도 성 위에도 성 안에도 빼곡히 집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
또다시 성벽이 보이고 ~~
드디어 광희문에 도착했습니다.
광희문(光熙門)
-. 한양도성의 동남쪽 문으로 시구문(屍口門) 또는 수구문(水口門)이라고 불림
-. 일제강점기에 일부 무너지고 1960년대에 퇴계로를 내면서 반쯤 헐림
-. 1975년 본래의 자리에서 남쪽으로 15m 떨어진 이곳에 고쳐 지음
여기까지 해서 서울 한양도성 순성길을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순성길 네 구간 도는 데 3년 반이나 걸렸네,
징허게 많이도 걸렸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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