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기웃

청송 주왕산 & 대전사

상원통사 2018. 11. 4. 21:53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

송창식님의 노래 <내 나라 내 겨레>가 절로 흥얼거려집니다.

정동진에서보다 몇 초쯤은 더 빨리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기쁨~~



그것도 밖에 나가 찬바람 쏘이며 보는 게 아니라 커튼만 슬쩍 젖히고 침대에 앉아 휘파람 불며 보는 즐거움!

여기가 어디냐, 영덕 강구항 근처에 있는 가성비 최고의 '동해 해상 관광호텔',

명색이 호텔인데 말이지요, 하룻밤 숙박비가 25,000원밖에 안 합니다.

그래서 기분도 한 번 냈습니다, 거금 4,000원이나 더 내고 바다가 보이는 방 오션뷰룸(Oceon View Room)을 골랐지요.



오메가(Ω)를 보지 못한 게 2% 부족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장면은 바뀌어,

여기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경북 청송,

30년 전, 5명이 의기투합하여 친구 형님 차를 몰고 광주에서 출발하여 여기에 왔었지요,

그 때는 네비가 없었던 지라, 지도를 보고 길을 어림하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 길을 찾던 시절이었지요,

아마 아기를 업고 있는 젊은 아낙에게 주왕산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을겁니다,

그분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우리가 못 알아먹는 것 같으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기를 따라오라 합니다.

아기를 업은 채로 100여 미터 이상을 걸어서 우리 차를 안내하더니만 갈림길에서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고

미처 고맙다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뒤를 돌아 종종 걸음으로 가버리는 것입니다.

수줍은 듯한 시골 마을의 진짜 친절함, 나는 '청송'이라 들으면 무조건 '친절'이라 느껴집니다.



주왕산 국립공원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105.595㎢이다.

  보는 이를 한눈에 사로잡는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영남 제1의 명승지이다.

  7천만 년 전의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회류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특색있는 경관을 이루고 있어

  우리나라의 3대 암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30년 전 보았던 주왕산의 폭포는 정말 멋지고 좋았지요.

태풍 꽁레이 뒤의 폭포는 그보다 더 멋질 것 같아 아내를 꼬셔 다시 온 주왕산!



아들바위

"바위를 등지고 다리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예전처럼 물을 따라 쭉 올라가다가 ~~



예전에 못보았던 곳을 가보고 싶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오른쪽 길도 올라도 좋아요,

올려보면 산이 보이고 ~~



굽어보면 물이 보이고 ~~



앞을 보면 바위도 보이고 ~~



다리도 보입니다.



주왕암(周王庵)

"이 암자는 대전사와 함께 창건되었다 하며, 주왕의 혼을 위안하기 위하여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문간채인 가학루(駕鶴樓)는 중층 누각으로 되어있고 기와는 이끼가 그윽하여 오랜 풍상을 보여준다."



16 나한을 모신 나한전에선 목탁소리와 함께 낭낭한 염불소리가 들립니다.




그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주왕굴을 찾아가는데,

떨어지는 바윗돌이 위험해 사방에 "낙석위험지역'이란 팻말이 걸려있고 ~~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얼음 낙하주의"란 팻말도 보입니다.

아, 저곳이 주왕굴이군요, 왼편엔 가느다란 폭포가 보입니다.



주왕굴(周王窟)

"주왕굴은 협곡 사이 암벽에 위치한 자연동굴입니다.

 당나라 때 스스로 주왕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한 주도(周鍍)라는 사람이 주왕산으로 숨어 들어온 뒤, 이곳에 은거하였다고 합니다.

 신라왕이 주왕을 토벌하기 위해 마장군을 보냈고,

 주왕은 굴 입구에 떨어지는 물로 세수를 하다 발각되어 마장군의 군사가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주왕굴 안에 지금은 산신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주왕암에서 나와 좁은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




전망대가 보이고 ~~



오르니 빙 둘러 30억년의 세월을 간직한 암봉들이 보입니다.

오른쪽이 연화봉이고 ~~



왼편은 병풍바위, 오른편은 급수대입니다.



전망대를 내려와 한참 더 가면 계곡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폭포보다 먼저 우릴 맞이하는 것은 엄청난 바위산들입니다.



시루봉

"그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측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람의 옆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루봉에는 옛날 어느 겨울에 한 도사가 이 바위 위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으며

 바위 밑에서 불을 피우면 그 연기가 바위 전체를 감싸면서 봉우리 위로 치솟는다고 한다."




학소대(鶴巢臺)

"하늘을 찌를듯이 솟은 절벽 위에는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巢)를 틀고 살았다하여 학소대로 불린다.

 어느 옛날 백학이 사냥꾼에게 잡혀 짝을 잃은 청학은 날마다 슬피 울면서 바위 주변을 배회하다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슬픈 사연이 전해 오고 있다.

 지금 학은 간 데 없고 그들의 보금자리 터만 절벽 위에 남아 옛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길은 좁고 사람은 많고, 걷기도 힘들고 사진찍기는 더욱 힘듭니다.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드디어 폭포가 나옵니다.



용추폭포(龍湫瀑布)

"용추폭포는 용꼬리에 해당하는 폭포라는 뜻이며, 총 3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단과 2단 폭포 아래 돌개구멍은 각각 선녀탕 구룡소라고 불립니다.

 폭포 주변의 응회암 절벽에서는 피아메라고 불리는 렌즈모양으로 납작하게 눌려진 암석조각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 옮긴 것인데, 확실히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용추의 추(湫)는 '늪, 웅덩이, 못'이라는 뜻이니 용추가 용꼬리는 아닌 듯 싶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예전에 왔을 때 재미있는 친구가 여기서 쇼를 한 판 벌렸었지요, ㅎㅎㅎ

무슨 쇼인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다칩니다!




여기서부터는 통행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꽁레이 태풍이 다리를 끊어놔서 지금 수리 중입니다.

절구폭포, 용연폭포가 저 위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데 ~~




아쉽지만 할 수 없지요, 시킨대로 해야지요.



주왕산 오르는 길,

축대를 쌓고 길을 넓혀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편편하니 걷기 쉽고, 휠체어도 다닐 수 있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대신 불편함과 자연스러움이 주는 예전의 멋과 맛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식당에서 보니 예전의 친절함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주차료는 5,000원이나 되고, 보지도 않을 사찰 관람료를 2,500원 씩이나 내야 하니 조금 억울하기도 합니다.

사람 인심은 그대로이지만 조직의 인심은 바뀌었습니다.



미리 낸 입장료 뽑으려 잠시 들른 문무왕 12년(672) 의상대사가 창건한 대전사(大典寺),

주왕산의 암봉들과 어우러져 그 모습이 더욱 돋보입니다.

여기는 관음전(觀音殿),



여기는 보광전(普光殿),



그리고 여기는 명부전(冥府殿),



혼자서도 예쁘지만 자연과 함께 하니 더욱 예쁩니다.






이제 우린 고운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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