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에서 철원까지 120Km 밖에 안되는 데 세 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짜증이 절반,
도피안사에서 가라앉힌 것 까지는 좋은데 벌써 3시를 넘어가고 있으니 살짝 고민이 생깁니다.
어디부터 가야하나, 안보관광 아니면 철원8경?
그래, 오늘은 시간 되는 데까지 철원 8경을 둘러보고 내일 안보관광을 하자!
저렇게도 찍어보고 ~~
밀어보고 당겨보고 엄청 많이 노력했으나 ~~
눈짐작으로는 우리 키 정도밖에 되지 않은 높이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니, 눈을 감고 귀를 쫑긋하여 소리와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
조금 멀리서 보면 이렇습니다.
가끔씩 내비 아가씨 말을 무시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직탕폭포를 나와 고석정 가는 길, 내비는 직진하라는데 이정표는 왼쪽을 가르키기에,
어디가 나올지 궁금하여 이정표를 따라 작은 길로 들어서서 조금 가다보니,
마주 오는 차 한 대 없는 구불구불한 길이 펼쳐지며 시골 내음을 한껏 풍깁니다.
두리번두리번 구경 절반 운전 절반, 그렇게 슬금슬금 가다가 이내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커다란 하늘이 있고 몽글몽글 커져가는 구름이 있고,
멀리엔 굽어내리는 산이 있고 그 앞엔 둥글둥글 나무가 있고,
가까이엔 여름빛을 뽐내는 나락(벼)들이 있고 슬쩍 휘돌아 굽이친 잿빛 포도(鋪道)가 있는데,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소음도 없고 찌든 때도 없어,
어렷을 적 외갓집 앞 벌판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곳,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바닥에 남아있던 짜증 찌꺼기가 말끔히 사라집니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힐끗 본 문구, '한반도 지형 전망대',
가까이 가서 고개 내밀고 계곡 아래를 보았더니 정말입니다.
물줄기 휘돌아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모습과 닮았고,
휴전선도 보이고, 서울도 보이고, 다도해도 보이고, 부산도 보입니다.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멋진 모습을 보러 소풍나온 녀석들이 또 있습니다.
그래, 조금 더 가까이 가야 잘 보이지,
자아, 줄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그리고 고개 돌려 뒤를 보니 한 번 더 한가로운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 들판, 빈 길, 빈 의자....
쌈박질 하는 사람들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이 땅에서 전쟁같은 소리는 사라지고 평화만 가득한 날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잠시의 해찰은 여기까지 끝내고 목적지인 고석정으로 갑니다.
널따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쳐다보니 커다란 건물이 보이고, 그 앞의 현수막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철의삼각전적관이 철원관광정보센터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전적관(戰積館), 전쟁 중에 올린 실적을 주절이주절이 늘어놓은 집, 내가 너보다 더 잘 싸웠노라고 자랑하는 집,
그 집이 놀러온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다고 친절히 알려주는 관광정보센터로 변하고 있고,
앞 마당에는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서있습니다.
전쟁의 기억을 관광과 스포츠로 덮어가고 있다, 세상은 서서히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그러면 내 생전에 통일의 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
철의 삼각 전적관 앞에 전시된 비행기,
6·25 때 썼던 것들이겠지요.
태극마크가 찍히기는 찍혔는데, 그 때 당시에 우리나라에 비행기가 있기는 있었나???
전쟁 같은 것은 까마득한 옛날, 어른들 이야기이고,
아이들에게는 물놀이가 최고!!
뒤에서 보고 있던 임꺽정도 한마디 합니다.
"맞아 맞아, 힘 좀 썼더니 나도 땀이 나네.
그냥 이대로 뛰어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버릴까~~"
고석정 내려가는 길 오른편에 펼쳐진 넓고 너른 잔디밭이 좋아서 사진에 담아보는 데,
푸르기만 한 것이 너무 밋밋한 것 같아 낙엽으로 살짝 연출해보았습니다.
어때요, 괜찮나요? 내 눈에는 멋있게만 보이는데~~ ㅎㅎㅎ
여기는 고석정 내려가는 길 ~~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펼쳐지는 전혀 다른 세계,
신생대 제4기에 최소 4번 분출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무암질 수직절벽,
유로를 따라 펼쳐지는 쥬라기의 중립질-조립질 각섬석-흑운모 화강암,
뭔 소리냐 하면 그냥 멋있다 그겁니다.
계곡 사이를 흐르는 강줄기엔 래프팅하는 사람들이 즐비하고 ~~
간덩이가 부은 사람들은 절벽(?) 위에서 뛰어내립니다.
고석정(孤石亭)
-.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한탄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신라 진평왕(579~632)때 세워진 정자
-. 원래의 정자는 6·25 때 불타 없어져 1971년에 콘크리트로 새로 지었음
-. 고석정이란 원래 정자의 이름이지만 우뚝 솟은 화강암바위를 지칭하기도 함
-. 난 콘크리트 유적을 싫어해서 건물은 별도로 찍지 않았음
반대편에서도 찍었으니 감상해보세요.
소나무 밑 한 一字 같은 곳을 자세히 보면 뻥 뚫린 큰 구멍이 있는데 옛날 임꺽정이 그 안에 숨어지냈다고 합니다.
고석정을 나와 삼부연 폭포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엄청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 만개하면 그 또한 장관일 것 같네요.
이렇게만 보면 아무 것도 없는 데 왜 길 가에 차들을 세워놓았나 궁금하죠?
조금만 올라가보세요,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삼부연폭포(三釜淵瀑布)
-. 높이 약 20m의 3단 폭포로서 웅덩이가 마치 가마솥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
-. 3개의 웅덩이는 각각 노귀탕·솥탕·가마탕이라고 부름
-. 궁예가 철원을 태봉의 도읍으로 삼을 때 이 소에 살던 용 3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음
-. 1,000년 동안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말라본 적이 없어 기우제를 지내왔던 곳으로도 유명함
-. 2013년 CNN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40곳 중 한 곳
어때요, 너무 멋지지요?
그러니 겸재 정선(鄭敾 1676~1759)도 금강산 유람 후에 그린 해안전신첩에 '삼부연도'를 담았답니다.
이 그림은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
겸재도 감탄할만큼 멋진 곳이기에 우리도 특별히 인증샷!
나도 오랫만에 얼굴 한 번 들이밀어 봅니다.
근데 왜 이리 배가 나왔나 ~~
철원 8경 중 3경밖에 둘러보지 못했지만 시간은 벌써 6시,
내일은 안보관광을 하고 시간이 되면 남은 5경을 마저 둘러보겠노라 야무진 계획을 세웠지만,
원수같은 술 때문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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