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아내가 깨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어제 밤 과음한 탓에 머릿속이 띵하고 몸은 천근만근,
모른 척 그냥 잘까 아니 일어나 나가볼까, 생각이 몇 십 번은 왔다갔다 하다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오기는 힘들다, 있을 때 잡자!
누구 볼 사람도 없을 것 같아 세수도 안하고, 걸리면 분명 면허취소 당할 만큼의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아내가 미리 점지한 진산리 노적도 전망대로 향합니다.
오늘 일출은 새벽 5시 43분,
도착하자 마자 해가 보입니다, 바다에서 해가 오릅니다.
맨눈으로 봐도 괜찮을 만큼 연한 빛으로 검은 수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행여 오메가(Ω) 모습을 볼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것은 과한 욕심,
이만큼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전에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선 구름이 너무 많아 한참 오른 뒤에야 겨우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오늘은 바다에서 막 떠오르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참동안 말없이 카메라 셔터만 누르다가 ~~
숙소로 돌아와 술기운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느즈막히 길을 나섭니다.
오늘 처음 들른 곳은 양지리에 있는 느린섬 여행학교,
2009년에 폐교가 된 청산중학교 동분교가 슬로푸드 체험관, 숙박동, 홍보관 등을 갖춘 다목적 복합시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답니다.
오랫만에 듣는 학교종소리도 정겹고 ~~
빨랫줄에 빨래 널고 있는 모습도 반갑고 ~~
처음 보는 전기자동차 충전 모습도 신기했지요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 보니 한가한 풍경, 슬로시티가 맞기는 맞습니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었는데, 상차림 이름은 '느림 밥상', 1인분에 만 원!
느린섬 여행학교를 나와 들른 곳은 상서리 돌담마을,
"상서리는 마을 전체가 구불구불한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층층이 쌓아 올린 돌담은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조화를 이루며 포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상서마을 옛담장은 2006년 등록문화재 279호로 지정
-. 2010년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
-. 2011년 국립공원 명품마을 지정
-. 2014년 국립공원 최고 명품마을 지정
원래는 사람살기도 힘든 돌투성이 땅이었겠지요,
날마다 보리밥 한 덩이 먹고 나와 집터를 고르고, 거기서 나온 돌들은 하나 둘씩 쌓아 담장을 만들고,
흙을 일구며 나온 돌들은 갓쪽에 쌓고 안쪽엔 흙을 채워 먹거리 키울 밭으로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니 ~~
이 돌담들이 그냥 한가로운 구경거리로만 보이지 않으며 어렷을 적 아버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섬이란 환경이 무척 척박하단다.
고금도 같은 곳이나 농토가 있어 자급자족할 수 있었지, 보통은 강원도 산골처럼 쌀구경하기 힘들어,
돌투성이 땅을 고르고 흙을 부려 밭을 일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게다,
그래도 섬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다에서 나온 것들이 있어서였지 ~~'
신흥리 해수욕장
물이 빠진 자리를 보니 뻘밭이 보여 잘못왔나 생각했는데 ~~
바다 갓길을 따라 한참 와서 보니 모래 사장이 맞기는 맞습니다.
여기는 수심이 완만하여 썰물 때면 모래사장이 2km나 드러난다고 합니다.
물이 빠지면 풀등이라 부르는 모래섬이 보인다고 하는데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솔밭도 있기는 하지만 넓지가 않아, 한여름에 해를 피할 곳이 없어 무척 더울듯 ~~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 진산리 갯돌해변,
이름처럼 이곳은 모래사장이 아니라 동글동글한 갯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뭐하고 있나 가까이 가서 봤더니 예쁜 조약돌을 줍고 있더군요.
그 갯돌에 사연을 적어 여기 쌓아놓았습니다.
사랑해요 ~~
행복하자 ~~
건강하길 ~~
갯돌 해변에서 청산도항으로 나오다가 '서편제 세트장'이라는 팻말을 보고 차를 돌려 들렀는데,
진짜로 있습니다, 여기서 촬영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해서 느림의 섬 청산도 여행을 마치고 ~~
완도로 나와 구계등의 갯돌 해변을 돌아본 후 ~~
우린 목포로 향했습니다.
일전에 TV프로에 백종원님이 나와서 장흥 삼합, 청산도 전복 비빔밥, 목포 떡갈비를 소개하기에,
잘됐네, 우리 여행일정과 같으니 다 한 번씩 맛보자 하여 모두다 들렀지요.
그 중 여기가 제일 입맛에 맞아 특별히 소개합니다.
양도 푸짐하고, 고기 씹히는 감촉은 정말 좋은데, 조금 단 것이 흠이라면 흠,
2인분에 44,000원(홀수로는 팔지 않음),
하루 전 예약도 필수, 고기가 없다하여 먹지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람을 여럿 봤음.
일부러 오기는 좀 그렇고 목포에 들른다면 한 번쯤 맛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소개합니다.
난 해준 것도 없이 받기만 하여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청산도 여행,
쓰시던 차를 흔쾌히 빌려주신 후배 아버님께 글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한 마디를 더합니다,
가끔씩 어른들 모시고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즐거운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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