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기웃

족구가 기가 막혀! - 재경 광주 대동고 족구 대잔치

상원통사 2015. 6. 29. 22:17

'골프는 운동신경과 아무 상관없어, 너는 차분한 성격이니 잘할 수 있을거야'

친구의 말에 속아(?) 골프에 입문했었는데, 나는 감히 주장합니다. "골프도 운동신경이 꼭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 운동회 체육대회 어쩌고 저쩌고 하는 행사는 쳐다보지도 않는데,

우리 총무께서 워낙 열심히 독촉하시는 바람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난 족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고 친구들 만나고 막걸리 한 잔 하러 갑니다.

 

<오금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행사가 열리는 족구 전용구장까지 걸어갑니다.

  하늘엔 장막이 드려져 있어 자전거 타기에도 좋고, 족구하기에도 좋고....>

 

 

<아홉 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도착하여 몸풀고 있습니다.>

 

 

<담장에 걸린 현수막이 오늘의 행사를 말해줍니다.

 2009년 창단하여 금년엔 '구로구 족구대회 50대부'에서 우승의 괴력을 발휘한 막강 '대동인 족구단',

 그들이 주축이 되어 세 번째 동문 모임행사를 가집니다.

 이번에는 1회부터 20회까지 각 기수별로 경기를 치루는데 확인한 참석예정 인원은 220명,

 예정에 없던 내가 왔으니 221명으로 바뀌었네요... ㅎㅎㅎ >

 

 

<몸풀기가 끝나고 이제 정식 경기에 돌입합니다.

  가운데는 외부에서 초청한 여섯 심판 중 한 분, 경기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호각과 함께 네 군데 코트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장 안에선 소림권법으로 기선제압하고 ~~>

 

 

<경기장 밖에선 필승전략을 논의하고 ~~>

 

 

<관중들은 공따라 고개가 돌아가고 ~~>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는가 싶더니 ~~>

 

 

<몸이 풀렸다는 신호로 멋지게 스파이크를 때립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선수이지만, 밖에서는 막걸리 애호가 ~~>

 

 

<한잔씩 들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보는 아내께서 하시는 말씀 왈,

 '자기 얼굴이 나와야 관심있어요. 가능하면 사진은 많이 올리는 게 좋아요!'>

 

 

<어부인 말씀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지라 최대한 많이 올립니다.

  혹시 자기 얼굴이 안나왔어도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최선을 다 한 것입니다.>

 

 

<자리에 앉아 오늘을 즐기고 서로에게 따뜻함을 느끼는 동안 ~~>

 

 

<뒤에선 말없이 준비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건 목포에서 올라와 아침에 만든 홍어무침,

  일베충 아이들도 한 점씩 주어야 하는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좋은 점이 뭔줄 아십니까?

 다들 나를 쳐다봐 준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아, 여기는 오늘의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운영진,

  사진 찍어주면 비타500 한 병 줄줄 알았는데, 즈그들끼리만 먹고...  ㅋㅋㅋ>

 

 

<어느 누구에게서도 메르스 걱정일랑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닭씨 아줌마는 이런 사진을 홍보자료로 써야 하는데....>

 

 

 

 

<이번엔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 중,

  한 마리를 아예 통째로 잡아, 아침에 삶아 곧바로 가져왔기에 아직도 뜨끈뜨끈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V자를 그리는 여유까지 ~~>

 

 

<주방 근처를 얼씬거린 덕에 새로 담근 겉절이에 돼지고기 수육 한 점 오물거리며,

  잠시 족구장을 나와 안양천변을 걸어봅니다.>

 

 

 

<내가 3회, 78년도에 졸업했으니 지금은 40회쯤 되었을 것 같구나,

 그땐  정말 아무 것도 없었고 겨우 들은 이야기라고는 '명문고로 발돋움할 학교'라는 것 ~~> 

 

 

<그런 우리 학교였고 그런 우리들이었는데, 한 해 지나면서 한 걸음 내딛고 ~~>

 

 

<또 한 해 지나면서 또 한 발자욱이 모여 ~~>

 

 

<이제는 사십 줄에 올라 마침내 명문 대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이 여기 모여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자발적인 축제!

 홀로 핀 들꽃은 외로웠지만 함께 모인 들꽃들은 풍경마저도 바꿉니다.>

 

 

<다시 코트에 돌아오니 특별초청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경동 나비엔' 팀과 '한세 대학교' 팀의 경기!

  지금 서브를 넣고 있는데 참 얌전히도 고봉으로 보냅니다.

  저 정도는 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ㅎㅎ>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상상 초월 ~~>

 

 

<이런 사진이 아니라 소리와 함께 현장에서 봐야 족구가 뭔지 참맛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난 축구공이 아닌 족구 전용구(Ball)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족구는 여섯 명이 아니라 네 명이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때마침 빗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는데도 선수들 모두가 몸을 아끼지 않고,

  경기에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경동 나비엔' 팀과 '한세 대학교' 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 + 감사!>

 

 

<천막에서 잠시 쉬는 동안 거센 빗줄기가 가랑비로 변하자 그 틈을 노려 공식행사를 시작합니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그리고 선수 선서 ~~>

 

 

<요 사진은 특별히 올립니다.

  자기가 상 받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한 컷 찍어주라는 소리로 들려서...

  그럼 친구야, 다음에 쏘주 한 병 사라!>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선 부침개를 부치고 ~~>

 

 

<전복을 손질합니다.>

 

 

<완도에서 오늘 아침에 도착한 전복!>

 

 

<맛있는 안주 기념으로 잔을 한 번 부딛혀보고 ~~>

 

 

<'위하여'도 외치고 '파이팅'도 외칩니다.>

 

 

<그 파이팅을 몇 회가 가장 크게 외칠 지 궁금하니다.

  오늘의 우승팀이 가져갈 DD Cup, 7회 후배들이 이번에 만들어 기증했답니다.

  근데 디디컵 대신 예쁜 이름이 없나?> 

 

 

<배도 채우고 비가 조금 우선하니 다시 경기가 시작됩니다.>

 

 

<선수들은 경기에 여념이 없고 ~~>

 

 

<운영진은 경기 결과를 꼼꼼히 기록합니다.>

 

 

<그러나 다시금 빗발이 굵어져 경기는 중단되고  ~~>

 

 

<차일 아래에서 주먹만 불끈 쥐어 봅니다.>

 

 

<그렇다고 놀수야 있나, 막간을 이용하여 점심이라도 먹어야지요.>

 

 

<점심 후 기다려도 빗발은 아직 그치지 않지만, 일정상 경기를 강행합니다.>

 

 

<다들 운영진의 방침에 잘 따라줍니다. 발로 때리고 ~~>

 

 

<머리로 받고 ~~>

 

 

<어라? 근데 이건 실수한 것 같은디 ~~>

 

 

<또 먹을 것이 나옵니다. 오늘 여기 없는 사람은 후회할 것이로다.>

 

 

<요 사진은 특별히 추가!

 왜냐고요? 내 얼굴이 나왔으니까... ㅎㅎㅎ>

 

 

<비를 맞아 몸이 조금 으슬으슬할 때엔, 라면국물이 최고!>

 

 

<알겠다, 이 경기 생각납니다. 3회와 8회가 맞붙은 준결승전입니다.>

 

 

<21점 단판 승부인데, 11:2로 이기고 있던 3회가 한 순간에 역전 당했습니다.

  방심은 금물인데...

  속은 쓰리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후배들에게 양보'! ㅎㅎㅎ>

 

 

<어젯밤 목포에서 출발하여 뒤늦게야 도착한 3회 친구가 있는데,

  어찌 사진 한 컷 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오늘의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묵묵히 일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마 사전에 약속한 것인지 어쩐 지 모르지만, 행사 뒷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안했겠지요, 누가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를 손에 묻히려 하겠습니까?

 그들이 너무 귀하고 너무 고마워서 저절로 셔터에 손이 갑니다.>

 

 

<언뜻 보니 13회 후배들인 것 같습니다.

 200여명이 모여 하루 종일 먹고 즐기는 큰 잔치에, 이런 이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만의 잔치가 아니고, 마이크 잡고 지휘하는 운영진들만의 행사가 아니고,

 이런 말없는 후배들 덕분에 오늘 행사가 무사히 치뤄지고 있습니다.

 난 선배랍시고,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결승전, 우선 경기장 바닥의 물을 퍼내고 ~~>

 

 

<8회와 16회의 결승전이 벌어집니다.>

 

 

<세면 센대로 받고, 약하면 약한대로 넘기며 ~~>

 

 

<서로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승전이 끝나고 시상식이 거행됩니다.

 이런 저런 인삿말, 요런 조런 상들을 듬뿍 수여하고

 지금은 우승팀인 16회에게 상장과 상금 수여 중!>

 

 

<어라, 이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츄에이션!

  우승컵에 쏘주를 들이붓습니다.

  한두 병도 아니고 무려 대여섯 병씩이나....>

 

 

<그러더니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음복합니다.

  운영진도 마시고, 준준우승팀도 마시고 ~~>

 

 

<컵의 기울어진 각도를 보세요, 준준우승팀은 45도!>

 

 

<준우승팀은 30도!>

 

 

<우승팀은 15도, 거기다가 ~~>

 

 

<마침내 물구나무 섰습니다.>

 

 

<허허, 그렇게 해서 오늘의 행사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교가 제창!

  "무등산 아침해는 나라의 기상 ~~

   빛나라 영원하라 대동 대동 고교!">

 

 

<그냥 가기 서운하여 전체 사진 한 컷으로 마무리!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남은 열혈분자들이고, 

  도중에 간 사람들까지 합하면 200여명쯤 온 것 같습니다.

  큰 행사 무사히 마쳤습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운영진 고생 많았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관람해야 했고, 바닥의 물을 퍼내고서야 경기가 가능했고, 우비를 입고 공을 차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재롱잔치에 하늘이 감복하여 비를 내려주신 것이라고 감사했습니다.

나보다는 힘든 사람을 위하는 마음,

한나절 우리의 즐거움보다는 애타게 비를 기다리는 농민을 생각하는 마음,

이것이 대동인의 마음일 것입니다.

나는 이런 동문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