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법문/5. 금강경

[법륜스님의 '금강경'] 제14-2 이상적멸분

상원통사 2018. 3. 9. 17:00

(~~ 제14-1강에서 계속)

 

 

하이고 차인(何以故 此人)                                        :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아상무인상무중생상무수자상(無我相無人相無衆生相無壽者相)   :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이자하 아상 즉시비상(所以者何 我相 卽是非相)                 : 왜냐하면 아상이 곧 상이 아니며,

인상중생상수자상 즉시비상(人相 衆生相 壽者相 卽是非相)        : 인상·중생상·수자상이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계신 지금 제가 이 경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니기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오백년 후에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지니기는 정말 희유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엔 아상도 인상도 중생상도 수자상도 없어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화내고 짜증내면

‘너는 지금 아상을 갖고 있느니라’, ‘아상을 버려라’, 이렇게 이름할 뿐이지 그에게 아상이라고 하는 어떤 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상이라고 하는 상이 있다면 그는 아상을 버릴 수가 없다,

이름하여 우리가 상에 집착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아상이라 하지만 아상이라 할 것도 없고, 인상 중생상 수자상도 그렇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상을 지으면 안된다.

 

하이고 이일체제상(何以故 離一切諸相)        : 왜냐하면 일체의 상을 여의면

즉명제불(卽名諸佛)                        : 곧 그 이름이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반야심경에서는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이라 했습니다.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느니라,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은 상이 없다는 것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또 ‘원리 전도몽상 구경열반’, 뒤집어진 잘못된 생각을 떠나게 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 곧 부처를 이룬다고 했습니다.

금강경에서는 ‘범소유상 개시허망’, 모든 상이 다 허망한 줄 알게 되면 곧 부처를 본다,

‘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 모든 상이 상 아닌 줄을 알게 되면 여래를 본다, 부처를 이룬다,

‘이일체제상 즉명제불’, 모든 상을 떠나게 되면 그 이름을 부처라 한다, 다 같은 뜻입니다.

  

불고 수보리(佛告 須菩堤)                  :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시여시(如是如是)                        : 그렇다, 그렇다.

약부유인 득문시경(若復有人 得聞是經)     :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을 얻어 듣고

불경불포불외(不驚不怖不畏)               : 놀라지 않고 겁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당지시인 심위희유(當知是人 甚爲稀有)     : 이 사람은 심히 희유한 사람인 줄 알아야 한다.

‘이 경 설하심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제일로 희유한 자입니다’라고 수보리가 말하자,

부처님은 ‘그렇고 그렇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합니다,

‘신해수지는 못할지라도 거부반응만 안 일으켜도 그는 희유한 공덕을 쌓은 자다.’

사실 이것은 같은 말이지요, 믿음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어납니다.

남편이 지금까지 돈도 안 벌어다주고 술이나 먹고 여자나 만나고 하여 미워죽겠는데,

스님은 그런 남편을 미워할 것도 없고 미워해서도 안 된다고 하신다,

지난 20년 동안 그런 남편을 미워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저런 사람을 그냥 놔두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

옳고 그른 게 없으면 세상을 제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얘기 아니냐,

부처님 말씀이니 반발하기는 어려워 현실을 들어 이렇게 거부하는 겁니다.

이것이 경포외(驚怖畏), 두려워하고 겁내고 놀라는 겁니다.

그 가르침을 들어보니 정말 내가 해방될 수가 있겠구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가 있겠구나,

이렇게 거부반응만 안 일으켜도 그는 매우 희유하고 거룩한 사람이다 이 말입니다.

 

하이고 수보리(何以故 須菩堤)           : 왜냐하면 수보리여!

여래설 제일바라밀(如來說 第一波羅蜜)  : 여래가 제일바라밀을 말함이

즉비 제일바라밀(卽非 第一波羅蜜)      : 제일바라밀이 아니라

시명 제일바라밀(是名 第一波羅蜜)      : 그 이름이 제일바라밀이기 때문이다.

신해수지하는 사람은 제일 희유한 사람, 제일바라밀을 성취한 사람이다,

또 이 경을 듣고 놀라지 않고 겁내고 두려워 않는다면 그는 제일바라밀을 성취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때에도 제일바라밀이라 하는 어떤 실체(상)를 지어서는 안된다,

제일바라밀이라는 어떤 실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이름이 제일바라밀이기 때문이다.

 

수보리 인욕바라밀(須菩堤 忍辱波羅蜜)         : 수보리여! 인욕바라밀이

여래 설 비인욕바라밀(如來 說 非忍辱 波羅蜜)   : 여래가 인욕바라밀을 말함이 아니라

시명 인욕바라밀(是名 忍辱波羅蜜)              : 그 이름이 인욕바라밀이니라

인욕이란 참는 것이니 참아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욕바라밀이지만,

참을 것이 있어서 참는 것으로는 안 되고, 참을 것이 없어야 진정으로 참는 것이 된다,

참을 것이 있으면 참는 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괴로움이 된다,

그것을 부처님이 자기의 경우에 빗대서 다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고 수보리(何以故 須菩堤)                            : 왜냐하면 수보리여!

여아석위가리왕 할절신체(如我昔爲歌利王 割截身體)      : 내가 옛적에 가리왕에게 신체를 베이고 끊김을 당할 때

아어이시 무아상무인상무중생상무수자상(於我爾時 無我相無人相無衆生相無壽者相) : 내가 그때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느니라.

하이고 아어왕석절절지해시 (何以故 我於往昔節節支解時) : 내가 지나간 옛적에 마디마디 사지를 베이고 끊길 때에

약유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若有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   : 만약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다면

응생진한(應生瞋恨)                                      : 응당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성내고 원한을 품었을 것인데 부처님은 과거에 원한을 하나도 안 품었다,

그것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보리 우념 과거어오백세 작인욕선인(須菩堤 又念 過去於五百世 作忍辱仙人)      : 수보리여! 또 과거 오백세에 인욕선인이었을 때에도

어이소세 무아상무인상무중생상무수자상(於爾所世 無我相無人相無衆生相無壽者相) :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느니라.

부처님이 과거 500생 동안 보살행을 할 때의 이름을 '인욕선인'이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가리왕 이야기입니다.

부처님이 과거 생에 수행자로 있을 때 숲속에 앉아서 정진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 나라 왕인 가리왕이 궁녀들을 거느리고 그 숲에 사냥을 나왔습니다.

짐승들을 많이 잡아 굽고 지지고 볶아 실컷 먹고난 가리왕이 나무 밑에서 잠이 들게 되자,

궁녀들은 자리를 떠나 숲을 거닐다가 그 숲 끝에서 선정에 들어있는 수행자를 발견합니다.

궁녀들이 그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리고 절을 하자 부처님은 설법을 해주었습니다.

궁녀들이 부처님의 법문에 빠져 있는 동안 임금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자,

화가 난 임금은 칼을 빼들고 찾아다니다 어떤 수행자 앞에 앉아있는 궁녀들을 발견합니다.

임금    : (칼을 들이대며) 왜 남의 여자를 빼앗아 가느냐?

수행자 : 대왕이시여, 나는 여자를 빼앗은 적이 없습니다.

임금    : 거짓말 하지 마라, 이렇게 빼앗아 가놓고 왜 안했다고 하느냐?

수행자 : 나는 다만 법을 설했지 대왕의 여자를 빼앗아간 게 아닙니다.

          우리는 탐진치 삼독에 물들어 있어 인생이 괴로운 것이다,

          나라는 것을 놔버리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지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임금    : 내 것이 없다고? (칼로 팔을 가리키며) 이건 네 팔 아니야?

수행자 : 내 거라는 게 없습니다.

임금    : (칼로 팔을 잘라버리며) 반대편 팔도 네 것이 아니냐?

수행자 : 내 것이라는 것은 본래 없습니다.

임금    : (그 팔도 잘라버리며) 네 눈도 네 것이 아니냐?

이렇게 해서 임금은 할절신체, 온 몸을 난도질을 해버렸습니다.

그랬어도 수행자는 임금에 대한 아무런 원한도 없었습니다,

왜 그러냐? 나다 사람이다 중생이다 수자다 하는 그 어떤 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부처님이 어떤 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땅히 성을 내고 원한을 가졌을 겁니다.

 

 

 

 

 

시고 수보리(是故 須菩堤)                                  : 그러므로 수보리여!

보살 응리일체상(菩薩 應離一切相)                          : 보살은 응당 일체의 상을 여의어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 최상의 깨달은 마음을 일으키나니,

불응주색생심(不應住色生心)                                :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며,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지니,

응생무소주심(應生無所住心)                                : 마땅히 머무는 바 없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약심유주 즉위비주(若心有住 卽爲非住)                      : 만일 마음이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곧 머무름이 아니니

시고 불설 보살심(是故 佛說 菩薩心)                        : 이런 까닭에 부처가 말하느니라, 보살의 마음은

불응주색 보시(不應住色 布施)                              : 색에 머물러 보시하지 않는다고,

수보리 보살 위이익 일체중생(須菩堤 菩薩 爲利益 一切衆生) : 수보리여! 보살은 일체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응여시보시(應如是布施)                                    : 응당 이와 같이 보시하느니라.

만약에 마음에 무엇인가 머물러야 된다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머무르면,

즉위비주, 그것은 진정한 머무름이 아니다,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참 머무름이 아니다,

보살은 마음을 내되 집착해서 마음을 내지 말며 또 보시를 하되 집착해서 보시를 하지 마라,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보시가 무주상보시다.

 

 

(제14-3강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