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강에서 계속)
옛날에 어떤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찾았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음의 진신이 있다는 동해 낙산사 홍련암에 가서 3년을 기도를 했습니다.
삼년 기도가 거의 끝날 무렵 비몽사몽간에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금강산 밑 어디를 가면 관음의 진신을 친견할 수 있다.”
기쁜 마음으로 바랑을 짊어지고 고생고생해서 그곳에 도달하니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한참을 부르니 어떤 영감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스님 : 제가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러 왔는데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습니까?
영감 : 니깐 놈이 어떻게 그따위 신심으로 친견하려 하느냐, 가라!
스님 : 천 일 동안 기도했더니 여기 오면 친견할 수 있다고 해서 온 것입니다.
영감 : 너 같이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신심을 갖고 과연 관음의 진신을 친견할 수 있을까?
스님 :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영감 : 그럼 저기 산을 몇 개 넘어 올라가면 노인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봐라.
스님이 고생고생하여 거기까지 갔더니 조그마한 움막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밖에서 부르니 아리따운 처녀가 나오기에 이러이러한 사연으로 노인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
저희 아버님인데 지금 나무하러 갔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 쉬면서 물을 달라고 그러니까 그 처녀가 물을 떠서 그 스님한테 줬습니다.
그걸 받으려는데 누가 갑자기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작대기로 대갈통을 때리는 겁니다.
이 불한당 같은 놈이 어디서 젊은 아녀자를 희롱하느냐,
아니라고 변명을 하려니까 입 뻥긋 할 때마다 두들겨 패는 겁니다.
실컷 맞다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니까 그 때야 그만 때리면서 ‘왜 왔느냐?’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러니까 작대기로 또 두들겨 패는 겁니다.
그래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어르신 시키는 대로 할테니 제발 좀 가르쳐 달라고 해서야 겨우 매질을 멈췄습니다.
이제는 살았다 싶어 한숨 돌리고 있는데, 영감은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하려면 자기 딸하고 결혼하라고 합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했더니 또 작대기로 두들겨 패며 필요 없으니 가라고 합니다.
양단이 걸렸습니다.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려면 결혼을 해야 되고, 계율을 청정히 지키려면 가야된다,
고민고민 하다가 할 수 없이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십 몇 년 지켜온 계율을 깨고 그 딸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은 알고 보니 고녀였습니다.
파계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신부가 여자도 아닌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만 해도 억울한데 노인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일을 엄청나게 시키는 겁니다.
계율은 파하고 부부의 정도 못 나누고 뼈 빠지게 일만하며 삼 년이 지났지만,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지도 못하게 되자 스님은 실망하여 노인에게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때리지도 않고 붙잡지도 않고 그냥 가라고 합니다.
또 부인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가라고 그럽니다.
그렇게 허탈하게 내려오다 처음에 입구에서 만난 그 영감을 다시 만났습니다.
영감 : 관음의 진신은 잘 친견을 했는가?
스님 : 계만 파하고 두들겨 맞고 일만 뼈 빠지게 하고 세월만 보내고 신세만 조졌습니다.
영감 : (주장자로 대갈통을 때리면서) 이 멍청한 놈, 너 같은 놈은 죽는 게 낫다,
삼년동안 관음의 진신과 같이 살면서도 관음의 진신을 못 봤다니 무슨 소리냐?
스님 : (정신이 번쩍 들며) 그럼 그 노인은 누굽니까?
영감 : 그는 문수보살이다
스님 : 그럼 영감님은 누구십니까?
영감 : 나는 보양보살이다
이게 뭘 말합니까?
스님은 관세음보살이라는 어떤 상을 그려놓고 관세음보살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니 처녀로 변신한 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이 아니라 그냥 처녀로 보였던 것입니다.
이 상을 깨트려 주려 관세음보살은 여러 번 시도합니다.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만나게 해주면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결혼을 하라니까 계율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안 하겠다고 자기를 고집합니다.
그래서 계율을 지킬 수 있게 부인을 고녀로 만들어주었으니 결혼도 하고 계율도 지킨다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결혼한 것에 또 집착하여 여자가 여자구실을 못한다고 신세타령을 합니다.
이게 집착입니다, 놔버려야 하는데 놓지를 못 합니다.
이 얘기는 아마 우리들 모두에게 해당될 겁니다.
어머니가 없으면 없다고 울고, 있으면 잔소리한다고 시비하고,
처녀 때 혼자 살 때는 결혼할 대상 없다고 찡찡대다가, 결혼해서는 못살겠다고 징징대고,
애기 없다고 징징대다가 낳아놓으면 원수 낳았다고 징징대고, 늘 그럽니다.
집에 있을 때는 산에 있으면 좋겠다 하고, 산에 가면 파리 모기 때문에 못 살겠다고 집에 가야겠다고 합니다.
제가 옛날에 봉암사 부목으로 있을 때, 거기 장작패고 밭 매고 불 때고 있으면 신도님들이 옵니다.
저는 그 때 돈 없이 산다, 때 아닌 때 먹지 않는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결심하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신도님들은 주스, 담배, 돈, 이런 것을 안 받겠다고 하는데도 굳이 받으라고 넣어줍니다.
불쌍히 여기는 것은 따뜻한 마음이고 좋은 것이지만, 그것도 상대를 헤아려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 때 제가 느꼈지요,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것도 다 자기 생각이다, 좋은 생각마저도 다 자기 상입니다.
보살이 화작을 한다는 것은 인연에 따라서 필요에 의해서 쓰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전부 자기 식대로 합니다.
물은 본래 모양이 없으니까 그릇 따라 모양이 정해지듯이, 우리는 본래 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인연을 따라 나투게 됩니다.
근데 무엇인가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상을 지어놓고 있기 때문에 인연을 따라 나툴 수가 없어 그 형상을 고집하게 됩니다.
그럼 무유정법이 뭔지 이해하시겠어요?
제7강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 얻을 바도 없고 설할 바도 없다
수보리 어의운하(須菩堤 於意云何) : 수보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야(如來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耶) : 여래가 ‘최상의 깨달음’을 얻었느냐?
여래 유소설법야(如來 有所說法耶) : 여래가 설한 법이 있느냐?
수보리언(須菩堤言) :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여아해불소설의(如我解 佛所說義) :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무유정법(無有定法) : ‘정한 법이 있음이 없음’을 이름하여
명아뇩다라삼먁삼보리(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 : ‘최상의 깨달음’이라 하며,
역무유정법 여래가설(亦無有定法 如來可說) : 또한 그 무유정법을 여래께서 설하셨습니다.
하이고(何以故) 여래소설법(如來所說法) : 왜냐하면, 여래가 말씀하신 바 법은
개불가취 불가설(皆不可取 不可說) : 모두 가히 취할 수 없으며 설할 수 없고,
비법 비비법(非法 非非法) : 법이 아니며 법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이자하 일체현성(所以者何 一切賢聖) : 왜냐하면 모든 현인과 성인이
개이무위법 이유차별(皆以無爲法 而有差別) : 다 무위법으로 차별이 있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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