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법문/5. 금강경

[법륜스님의 '금강경'] 제4-2 묘행무주분

상원통사 2017. 11. 20. 20:14

(~~ 제4-1강에서 계속)

  

반대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그것은 내 목에 걸린 갖가지 밧줄을 다 끊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그가 하는 행동에 의해서 나의 희로애락이 결정되는 게 아니고, 나는 내 갈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주인과 종의 차이가 뭘까요?

주인은 자기가 결정하여 종에게 재물도 주고 칭찬도 해주지만,

종은 주인을 쳐다보고 살며 뭔가를 받아서 기뻐하고 쓰다듬어준다고 기뻐합니다.

오늘날의 우리 범부중생은 다 종과 같은 존재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고 보살펴주고 쓰다듬어 주고 위로해줘야 기쁘다 이겁니다.

오늘날의 자아상실이라는 것은 자기를 잊어버리고 누구의 종이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재물의 종이 되든지 칭찬의 종이 되든지 권력의 종이 되든지 명예의 종이 된다 이겁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보살펴주고 쓰다듬어 주고 의지처가 되어 주면 그게 바로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남을 사랑하고 남에게 베푸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주인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여러분들이 참 해방, 참 해탈이 될 수가 있습니다.

바라는 마음이 없이 행하는 것이 바로 무주상보시입니다.

 

진정한 해탈을 원한다면 일체 중생을 구제하겠다, 남의 짐을 덜어주겠다고 마음을 내야 합니다.

남의 짐을 덜어주려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 처지에서 그가 바라는 바를 알아서 그걸 해결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행하게 되면 내 괴로움이 사라지고 그도 좋아지는 데,

이 때 상대의 변화를 보고 거기에 내가 바라는 마음을 내게 되면 새로운 원망이 또 일어나게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란 얻겠다에서 주겠다로, 바라는 것을 버리는 쪽으로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체중생이 구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중생을 구제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또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상을 짓게 되면 반드시 찌꺼기가 생기게 됩니다.

상을 짓지 마라 이 말은 찌꺼기를 남기지 마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고, 과보를 바라지 말라

마음을 다스리려면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면 괴로움이 없어지는데, 그 상태를 계속 유지를 하려면 자기 행에 대해서 아무런 과보를 바라지 않아야 합니다.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도로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쉬울겁니다

제가 광주사태가 난 뒤에 한국에 있기 어려워 미국으로 건너가 어떤 절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교포사회에 절이 두 개밖에 없었는데 그 중 큰 절에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이층 양옥 하나 빌려서 거실을 법당으로 꾸민 그런 절이었습니다.

저는 설거지나 부엌일, 청소같은 그런 일들을 주로 했습니다.

그 절에 정말 열심인 신도가 한 분 있었는데,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와서 기도를 합니다.

오전에는 금강경을 7독하고, 점심 먹고는 오백 배 절을 하고 집에 가는 60세 정도 되는 보살님입니다

그래서 절에서는 금강경보살 또는 절보살로 불릴 정도로 신심이 굉장히 뛰어나신 분이었습니다.

하루는 설거지를 마치고 그 보살님과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자기 얘기를 좀 하겠다고 해서 들었습니다.

이 분은 6·25 전에 결혼하여 큰 아이를 낳고 작은 아이는 뱃속에 갖고 있는 상태에서,

남편이 징집되어 군대에 갔는데 전사를 해버렸어요.

부산 피난 시절에 그랬으니 밥을 굶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사는 게 말이 아니었지요

할 수 없이 보따리 장사를 하며 겨우겨우 사는 데, 사람이란 어려울수록 종교에 더 의지하게 됩니다.

그분은 처녀 때 부모를 따라서 절에 다녔기 때문에 부처님께 매달렸는데,

만약에 부처님이 아니 계셨다면 죽든지 무슨 수가 났을 거라고 합니다.

그 때는 공양주가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절에 가서 공양주를 하고 절에서 수행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자식이 둘이나 있으니 받아주는 절이 없었지요.

그러나 기도한 공덕인지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장사도 잘 되어 밥 먹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큰 아들은 서울대 의대, 둘째 아들은 서울대 공대 졸업 후 둘 다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유학을 가서 눌러앉았습니다.

큰아들은 의사, 작은 아들은 공대 교수가 되어 역시 미국에 살고 있으니 그만하면 고생한 보람이 있지요.

비록 청상의 설움은 있지만 자식이 뜻대로 되었으니 부처님이 자기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들들은 엄마 혼자서 한국에서 고생하지 말고 미국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게랑 집이랑 다 정리해가지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괴로움 다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와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미국에 도착하는 날부터 뭔가 가슴이 답답하더라는 겁니다.

말도 한 마디 안 통하고, 길도 모르니 어디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아들이 이쪽에 데려다주면 거기 가 있다가 저쪽에 데려다주면 거기 가서 있고, 그 외에는 할 게 없었습니다.

삼사십 년 장사를 하며 온데를 돌아다니며 살던 사람이 방안에 갇혀 있으니 죽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지요.

근데 사실은 그게 본인이 원했던 것이었습니다.

장사할 때는 안 돌아다니고 등 붙이고 원 없이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었지요.

 

큰아들은 퇴근하고 오면 즈그끼리만 이야기하지 엄마하고는 대화를 거의 안합니다.

손자들은 영어를 쓰니까 아예 말이 안 통하고 잘 오려고도 안합니다.

그래 힘들어 작은 아들 집에 가보면 그 집은 더 문제입니다.

큰아들은 한국교포와 결혼을 했지만 작은 아들은 미국여자하고 결혼했습니다.

그 집은 모든 말을 다 영어로만 하니 나를 욕하는 지 칭찬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 힘들면 또 큰아들 집으로 간다 하고, 못 견디겠으면 또 작은 아들 집에 간다고 하니 아들들도 불평을 하게 됩니다.

처음 왔을 때는 구경시켜준다고 여기저기 가고 했지만, 나중에는 힘드니 안 간다고 하고,

영화도 그렇고 오페라도 그렇고 못 알아먹으니까 안 간다고 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어디 갈 때는 자기들끼리만 가고 엄마는 아예 빼버립니다.

 

자기는 평생을 오직 자식에게 쏟고 살았는데 그 자식은 이렇게 밖에 못해주나 화가 납니다.

한국의 친구들은 미국 가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까 생각하겠지만 자기는 괴로워 지옥에 빠진 거나 다름없는 거에요.

그러니 가슴은 답답하고 화가 자꾸 올라와 얘기도 짜증스럽게 하니까 아들들은 엄마가 변했다는 합니다.

엄마는 주는 밥 먹고 큰 방에 혼자서 편안하게 자고 누가 귀찮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자꾸 신경질만 느느냐는 겁니다.

이렇게 몇 년 지내다가 견디다 못해서 한국 가서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아들한테 말했어요.

그러나 아들들은 가면 다시 고생한다고 동의하지 않는 거요.

그래도 한국 가서 사는 게 낫겠다, 올 때 가져온 돈이나 돌려주라, 그런데 돈을 안 주는 거요

아들들은 어머니가 이제 편해졌는데, 가면 또 고생을 하는데 그러냐 하며 안 주지만,

엄마는 즈그가 번 돈도 아니고 내가 평생 고생해서 번 돈인데 안 주니 또 화가 나는 겁니다.

나중에는 집살 돈은 안주어도 좋으니까 전세값만이라도 주라고 해도 안 주고,

그럼 한국 갈 비행기표만 끊어 주라고 해도 안 들어줍니다.

이래서 부모 자식 간에 사이가 벌어지니 한 집에 있어도 말도 안하고, 나중에는 자식 얼굴만 봐도 화가 치솟는 겁니다.

도저히 복장이 터져가 살수가 없는 정도가 되었는데 마침 한국 절이 있는 줄 알고 나오게 된 겁니다.

절에 나오면서부터 계속 금강경 독송하고 하는 데, 하루라도 안하면 홧병이 나서 죽을 것 같다는 겁니다.

절에 와서 절을 하고 금강경을 독송하면 화가 가라앉아 조금 견딜만 하지만, 저녁에 자식 얼굴을 보면 또 화가 나서 잠이 안 온다는 겁니다.

 

그 때 교민들은 다들 어렵게 살 때인데 이집은 그래도 괜찮게 사는 집이었지요.

아들이 아침마다 차로 절에까지 모셔다 드리고 퇴근할 때는 모셔가고,

또 용돈도 두둑히 주니 절에 보시하는 할머니 중에는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이었지요.

주위에서는 아들 잘 두었다고, 효자라고 칭찬하니 거기다 대놓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가끔 모이면 자기도 아들 자랑을 해야하니 속이 더 타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제가 귀국할 때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겁니다.

지금 남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내 꿈은 한국 가는 것이다,

나를 한국에 데려다 주면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이렇게 하소연 하는 겁니다. 


 

(제4-3강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