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1,250명의 제자들과 기원정사에 머무르고 계시던 어느 날,
마침 식사 때가 되어서 대중의 선두에 서서 발우를 들고 사위대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밥빌기를 마치고,
본래 자리로 돌아오셔서 대중과 둘러앉아서 공양을 드시고,
발우를 씻어 두고 옷도 접어서 놔두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셔서 고요한 명상에 들어가셨을 때,
대중과 함께 있던 장로 수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을 우러러 보면서 자신이 깨달은 기쁨의 노래,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수행자들을 위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그들에게 바른 법을 일러주려고 하는,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부처님의 삶을 보고 부처님을 찬탄하고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수보리가 맑은 마음이 되어 밝은 눈을 뜨고 법의 진리에 들어 기뻐하는 것을 보시고는
함께 기뻐하시면서 수보리를 칭찬하시고 수보리의 질문에 기꺼이 대답을 하겠노라,
그러자 수보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간절히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부처님께 고백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대승불교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되는 말씀이 수보리의 요청에 의해서,
그리고 부처님의 응답에 의해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3-1.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 : 대승의 가장 바르고 으뜸되는 사상
불고 수보리(不告 須菩堤) :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하되
제보살 마하살(諸菩薩 摩訶薩) : 모든 보살 마하살이
여기서 ‘보살’은 ‘보리살타’의 약자로, 깨달음을 이루려고 마음을 일으킨 선남자 선여인을 말하고,
‘마하살’은 ‘마하살타’의 약자로, 큰 중생이라는 뜻입니다.
응여시 항복기심(應如是 降伏其心) : 마땅히 이와 같이 마음을 항복 받아라
소유일체 중생지류(所有一切 衆生之類) : 있는바 일체 중생의 무리를
약난생 약태생(若卵生 若胎生) : 알로 태어난 것이나 태로 태어난 것이나
약습생 약화생(若濕生 若化生) : 습으로 태어난 것이나 화로 태어난 것이나
‘응여시 항복기심’, 마땅히 이와 같이 그 마음을 다스려라 했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은 뒤에 나옵니다.
‘소유일체 중생지류’,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이란 뜻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약난생부터 약화생까지는 모든 중생들을 예를 들어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이라고 말할 때에,
남자거나 여자거나, 결혼을 했거나 안했거나, 불교인이거나 아니거나, 정토회에 다니거나 안 다니거나,
이런 식으로 그 모든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말은 앞에 나와있는 일체 중생에 대한 설명이니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여기서는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을 네 가지, 사생(四生)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난생(卵生)은 알로 태어나는 것으로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을,
태생(胎生)은 태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포유류를,
습생(濕生)은 습한 곳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모든 벌레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생(化生)은 분열해서 태어나는 것으로 아메바의 분열이나 식물의 꺾꽂이 등과 같다고 볼 수 있고,
지옥에 가면 한 번 죽어도 살아나서 또 죽으니 지옥중생들을 화생이라 할 수 있고,
천상의 세계에서 중생들이 태어나는 방식도 화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유색 약무색(若有色 若無色) : 형상이 있는 것이나 형상이 없는 것이거나
이 세상의 중생을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우리처럼 몸뚱이가 물질로 이루어진 것과, 귀신처럼 몸뚱이가 물질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즉 형상이 있는 것과 형상이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형상이 있는 것을 유색, 형상이 없는 것을 무색이라 합니다.
약유상 약무상(若有想 若無想) : 정신이 있는 것이거나 없는 것이거나
약비유상 비무상(若非有想 非無想) : 생각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것
존재는 생각(정신)이 있는 게 있고 생각이 없는 게 있다,
즉, 생명은 생명인데 정신적 작용이 있는 게 있고 정신적 작용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생각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것도 있습니다.
사람을 예로 들면 크게는 남자와 여자로 분류하지만,
남자 또는 여자라 할 수도 없는 사람도 있고, 남자이면서 여자이기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즉 남자의 상징도 없고 여자의 상징도 없는 그런 사람도 있고,
남자의 상징과 여자의 상징을 다 가진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남자와 여자 어느 쪽에도 포함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것,
생물과 무생물, 또 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고 무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것,
식물과 동물, 또 식물이라 할 수도 없고 동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파충류와 조류, 또 파충류라고 할 수도 없고 조류라고 할 수도 없는 시조새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의 몸이면 남자의 마음을 여자의 몸이면 여자의 마음을 갖는 게 보통인데,
여자 몸이지만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남자같은 사람이나 반대로 남자 몸이지만 여자같은 마음을 갖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양극,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것으로 윤리 도덕이 정해져 있으니까,
이렇게 중간에 속하는 소수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병신 취급을 받게 됩니다.
아개영입 무여열반(我皆令入 無餘涅槃) : 모든 중생을 내가 모두 무여열반에 들게 한다
약난생부터 약비무상까지는 일체 중생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본 것이므로 생략해도 상관 없습니다.
생략하면 ‘응여시 항복기심 소유일체 중생지류 아개영입 무여열반’ 이렇게 되는데,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 받아라(이렇게 마음을 다스려라),
내가 모든 중생을 무여열반(남음이 없는 열반, 완전한 열반)에 들게 하겠다,
이 말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을 내가 다 구제하겠노라 이렇게 마음을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보리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나의 이 모든 괴로움과 번뇌를 없애고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까?’ 였습니다.
보살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그것을(해탈과 열반)을 얻을 수가 있느냐? 이게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살은 그 마음을 이렇게 다스려야 한다,
모든 중생을 모두 다 괴로움이 없는 세계에 들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내야 한다,
일체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야 한다, 이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뜻을 알아듣겠어요? 뜻을 알아듣는 사람은 굉장한 사람입니다.
이 질문과 대답은 중생의 생각으로 볼 때는 맞지 않는 대답, 동문서답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여러분들 뜻하는 대로 일이 안되어서 그런 것이고,
우리에게 있어서 괴로움이란 다 다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애가 공부를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공부하라면 TV나 봐서 나를 괴롭히고,
남편이 돈벌어 집에 잘 갖다주고 일찍일찍 들어오면 아무 문제가 없을텐데,
안 먹어도 되는 술을 먹지, 늦게 들어오지, 딴 여자에게 한눈팔고 한심한 짓을 합니다.
시어머니도 조용히 있지 않고 이래라 저래라 잘했니 못했니 맨날 잔소리를 합니다.
돈 빌려주었으면 고마운 줄 알고 잘 갚아야 하는데 이자는커녕 원금까지 떼먹고 안줍니다.
주식 사면 돈 버는 줄 알았는데 정부가 잘못해서 팍팍 떨어지니 속이 상합니다.
친정 어머니가 고생 많이 했으니 좀 더 오래 살아도 되는데 죽어버렸습니다.
죽어도 될만한 것들은 안 죽고 꼭 죽지 말아야 될 사람만 빨리빨리 죽습니다.
그래서 못살겠다, 괴롭다 이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이, 이 사람들이 나를 안 괴롭혔으면 좋겠다,
이 말은 애는 공부를 잘하고 남편은 돈을 잘 벌고 일찍 들어오고 딴 여자 안쳐다보고 술도 먹지 말고,
먹더라도 나하고 같이 있을 때 기분 낼 때만 한 잔 하고, 모든 게 다 이래야 됩니다.
내가 뭐 큰 걸 원하는 것도 아니고 소박한 이런 것들인데, 이런 바람도 성취가 안되느냐,
그러니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물어보자, 부처님이 계신다면 요런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않느냐,
어떻게 기도를 해야 들어줄 수가 있을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 찾아옵니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느냐, 이것은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느냐 이런 것하고 같은 얘기입니다.
그 꿈이 아무리 소박하다고 하더라도 이루어져야 됩니다.
원하는 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내 원하는 기준대로 세상이 바뀌어야 되는데 내 힘으로는 그게 안된다,
그러니 인간보다 힘이 세다고 하는 신적 존재가 있다면 이것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겠냐,
그래도 맨입으로는 안 될 것 같으니 뭘 갖다 바치는 겁니다.
바칠 게 적은 사람은 아양을 많이 떨어야 되고 많은 사람은 좀 적게 떨어도 됩니다.
돈을 많이 시주한 사람들은 다리 아프게 엎드려 절하는 것을 적게 해도 되지만,
천 원짜리 이천 원짜리 신도는 와서 엎드려 절이라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소원을 성취하려는 게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지금 내가 해결해야 될 괴로움이 많은데 내 힘으로 다 못하니 누가 좀 도와줘야 합니다.
누가 내 괴로움을 좀 들고 가주라, 그걸 좀 해결해 달라 이게 질문입니다.
알았다, 내가 네 괴로움을 해결해 줄께 이렇게 대답이 나와야 얘기가 됩니다.
근데 맨입으로 안되니 만 배를 하라든지, 돈을 얼마 내라든지 이렇게 하면 쉬운데,
이 세상에 있는 일체중생의 괴로움을 네가 다 해결하겠다고 마음을 내라고 합니다.
지금 내 것도 못해 해결 좀 해주십사 하고 요청을 했더니 남의 것까지 다 하라는 겁니다.
그것도 한두 사람의 한두 가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모든 괴로움을 해결하겠다고 마음을 내라 이런 얘기입니다.
질문을 정확하게 알아야 이 대답이 갖는 의미를 알 수가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해탈을 합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납니까, 이게 질문이고,
해답은 모든 사람의 모든 괴로움을 다 해결하겠다고 네가 마음을 내라 이런 얘기입니다
여기서 ‘아(我)’는 질문한 사람, 보살을 말합니다.
‘내가 일체 중생을 다 구제하겠노라고 마음을 내라’ 이 말입니다.
(제3-2강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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