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기나긴 연휴가 시작될 즈음,
몸이 안 좋은 아내야 누워있든지 말든지 매정한(?) 남편은 혼자서 집을 나서,
'명찰순례'에 소개된 사찰들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를 찾았습니다.
화산 용주사(花山 龍珠寺)
-. 신라 문성왕 16년(854) 갈양사로 창건된 청정하고 이름 높은 도량
-. 조선 22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790년에 새로 지음
-. 근처에 사도세자의 묘인 융릉이 있음
-. 대웅보전 낙성식 전날 밤 정조대왕의 꿈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이 나타나 절 이름을 龍珠寺라 하였음
-. 용주사는 효행의 본찰로써 불심과 효심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에 이르고 있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천왕문을 들어가면 ~~
매표소가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왼편에 효행박물관이 있습니다.
분명히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보긴 했는데 뭐가 있었는 지 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이유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절에 홍살문이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지요?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조선시대 마지막 원찰(願刹)인 용주사는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위패를 모신 능침사찰이다.
왕의 위패를 모셨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을 지니도록 하기 위해 홍살문을 세웠다."
삼문(三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궁궐 양식이다.
좌우에 7칸의 행랑을 지닌 맞배지붕 양식으로 동서의 옆문과 중앙의 대문에 각각 문이 있어 삼문이라 부른다."
삼문을 지나면 부처님의 사리 2과가 봉안되어 있는 5층 석탑이 있고 ~~
높은 석조 초석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운 궁궐 건축 양식의 천보루(天保樓)가 나옵니다.
1790년에 창건, 200여년이 지나니 돌도 삭아내리는 모양입니다.
힘을 다한 초석 하나를 새 것으로 바꾸고 원래 있던 것은 유리상자에 넣어놓았습니다.
새겨진 글이 무슨 뜻인가 찾아보았더니 서산대사가 지은 <印徽禪子(인휘선자)>의 마지막 문구입니다.
"自笑一聲天地驚(자소일성천지경) 스스로 웃는 한 소리에 천지가 놀라는구나"
천보루 밑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서 ~~
뒤를 돌아보면 천보루는 어느새 홍제루(弘濟樓)로 바뀌어 있고,
그 양 옆에는 발음하기도 힘든 나유타료(那由他寮, 요사로 사용)와 만수리실(曼殊利室, 선방으로 사용)이 있습니다.
대웅보전(大雄寶殿)
-. 1790년 창건 당시 지어진 정면 3칸, 측면 3칸의 구조
-. 조선후기 능침 사찰의 배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구조
안에 봉안되어 있는 후불탱화는 단원 김홍도가 서양화법으로 그린 특이한 불화랍니다.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볼걸 ~~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정조대왕과 효의왕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호성전(護聖殿) ~~
호성전 앞에는 부모은중경탑(父母恩重經塔)이 있는데,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부모님 은혜 열 가지
첫째 아이를 배어서 지키고 보호해주신 은혜
둘째 해산함에 임하여 고통을 받으신 은혜
셋째 자식을 낳고서야 근심을 잊으신 은혜
넷째 쓴 건 삼키고 단 것은 뱉아 먹여준 은혜
다섯째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이신 은혜
여섯째 젖먹이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은혜
일곱째 목욕 세탁 더러움을 씻어주신 은혜
여덟째 멀리 떠나가면 근심걱정 하신 은혜
아홉째 자식을 위해서는 모진 일 하신 은혜
열번째 임종 때도 자식 위해 근심하신 은혜
이제부터는 반시계방향으로 둘러봅니다.
호성전 오른쪽에는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이 있고 ~~
그 뒤엔 전강대종사 사리탑이 있고 ~~
담장 너머 멀리엔 중앙선원이 있습니다.
대웅보전 왼편 뒷쪽에는 칠성, 산신, 독성이 탱화로 모셔진 시방칠등각(十方七燈閣. 칠성각의 다른 이름)이 있고 ~~
그 앞에는 천 분의 부처님을 모신 천불전(千佛殿)이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연꽃이 있는 조그만 연못, 천불전 앞에 있습니다.
마당있는 집으로 가면 꼭 요만하게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
범종각(梵鐘閣)
-. 국보 제120호로 지정된 고려 초기의 범종
-. 높이 145 Cm, 직경 86 Cm, 중량 1,500 Kg의 동종
창살 사이로 카메라를 넣어 어렵사리 찍은 것은 종의 걸쇠 부분인 용뉴(龍紐)
이것이 종 전체 무게를 감당해내야만 종이 매달려 있을 수 있어 첨단 기술 필요하답니다.
건물의 용도만 좀 바뀌었을 뿐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절 ~~
화장실도 옛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절, 용주사 ~~
주지스님께는 조금 미안한 얘기이지만 난 바뀌지 않은 이런 절이 좋습니다.
참 잘 왔구나, 마음이 푸근해져 돌아나오는 기분 좋은 곳 ~~
오랫만에 힐링 한 번 잘했습니다.
시간은 늦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융건릉에 들러보려 걸음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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