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수의 '명찰순례'

18. 경기도 남양주시 흥국사

상원통사 2017. 10. 29. 22:29

선을 보러 가는 처녀총각들에게 항상 하시는 고모님 말씀,

"길을 가다 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본단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려러니 하고 잘해주고 와라."

* 소 = 속(俗) = 속환이(俗還)이 = 중속환(衆俗還)이 : 중이 되었다가 다시 속인으로 돌아온 사람. 즉 환속한 사람


최완수님의 책 '명찰순례'를 들고 이 절 저 절 다니다 보니 정말 별 희한한 스님을 다 만났습니다.

훙국사에 도착하자 마자 종무소에서 일하시는 분 말씀 왈,

"법당에 들어가서 사진 찍지 마세요. 스님이 CCTV로 다 보고 계십니다."

왜 사진 찍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나중에는 스님이 그렇게 시켰다고 합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님의 말씀이 생각나더군요.

'나는 사진 못찍게 해도 그냥 찍어요. 욕 먹는 건 잠시이지만 사진은 영원히 남잖아요'

나도 그럴까 하다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따르기로 했지요.

그래서 다른 건물들은 그냥 겉모습만 찍었지만 대웅전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엔 국보인 목조 삼존불도 있고, 투각 연꽃잎 모양의 '연당초모란연주문 화염광배'도 있어 자세히 보려 들어갔습니다.

공손히 정말 공손히 부처님께 목례하고, 책을 꺼내어 책의 사진과 실제 불상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종무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허겁지겁 와서 말하더군요. '스님께 전화 왔어요. 빨리 나오셨으면 합니다.'

사진 안찍었다고 카메라를 보여준다고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냥 나가랍니다.

그래서 대웅전에서 쫒겨 나왔습니다.

그 분께서 그러시더군요. '기분나빠 하지 마세요. 전에 어떤 교수님들도 똑같이 그랬어요.'

난 이렇게 대답해줬습니다. '엄청 기분 나쁩니다. 이렇게 당한 것 블로그에 그대로 올릴거요!'


머리 깎고 부처님께 귀의한 스N(여기서 'N'은 경우에 따라 '님' 또는 '놈'으로 발음됨)이라면

한 시 반 시도 쉬지않고 용맹정진을 해야지 법당 안에 누가 들어갔나 CCTV로 감시나 하고 있으니, 쯧쯧쯧...

내가 기분나빠 이 절은 소개 안하려다가, 고모님 말씀이 생각나 수행하는 셈치고 몇 자 적어봅니다.


흥국사(興國寺)

-. 신라 26대 진평왕 21년(599) 원광법사가 건립하고 수락사(水落寺)라 함

-. 조선 선조 1년(1568) 그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의 원당을 이 절에 건립하고 흥덕사라는 이름의 편액을 하사함

-. 인조 4년(1626)에 흥국사로 고침


절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둘러보니 내 차 말고 다른 사람 차라곤 딱 한 대 있더군요.

처음엔 너무 조용하구나 그렇게만 여겼는데, 나오면서 생각하니 이해가 갑니다.

신경쇠약증 환자와 다름없이 CCTV나 감시하고 있는 스님이니 신도들을 어떻게 대하겠어요,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러니 어느 누가 이런 절에 다니겠어요, 왔다가도 다들 '중N이 왜 저모양이냐' 하고 가버릴 게 뻔하지요.

근처에 있는 봉선사와 한 번 비교해 봅시다 ~~



여기는 봉선사의 주차장입니다. 차가 이만큼만 있느냐고요? 아니지요

이만한 주차장이 옆에 또 하나 있고, 거기에도 차가 가득합니다.

왜 그럴까? 차이는 간단합니다. 다음 봉선사편에서 설명해 드릴께요.



여기는 큰방채(大房),

서울 부근 왕실 원찰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가람 배치법대로 대웅전 정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체 건물의 평면이 '공(工)'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용도는 직전에 소개한 보광사의 큰방채와 같습니다.

궁궐의 상궁들이 오면 대웅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기서 예배를 하기 위해 지었답니다.




위에서 보니 '工'자 모양이 확실히 보이지요?



앞에 걸린 이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친필이랍니다.



어라, 대웅전 사진은 이것 밖에 없네요.




영산전(靈山殿)



독성전(獨聖殿)



만월보전(滿月寶殿),

건물이 6각형인 것이 흥미롭습니다




단하각(丹霞閣)



범종각, 여긴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그래도 돈은 많이 챙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대웅전 1년 봉축등 15만원, 약사전 30만원, 지장전 15만원,

영산전 15만원, 산신전 30만원, 독성전 15만원



법륜스님 강의가 생각납니다.


상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용맹정진하겠다 결심을 하고 깊은 산속 암자에서 혼자 천일기도에 들어갔습니다.

거의 천일이 다 되어가는 마지막 회향 때에 양식이 떨어져 마을에 구하러 왔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막혀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며칠을 묵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있을 수도 없어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올라갔습니다.

길도 사라져버린 산속을 갖가지 고생을 하며 올라가 보니 자기 방에 짚신이 한 컬레 놓여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내려갈 때 땔감 하나 없고 양식 한 톨도 없었으니 이 사람은 굶고 얼어죽었겠다 생각하고 방문을 열었는데,

방에선 후끈후끈하게 열이 나고 그 사람은 코를 골고 자고 있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법당에 가보니, 삼존불을 모셔놨는데 부처님이 한 분 안 계시는 겁니다.

딱 보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다시 방으로 쫒아간 갔습니다.

멱살을 잡으며 이놈아, 출가한 중이 되어가지고 어떻게 부처님을 불에 땔 수가 있느냐?’

이 중이 춥기는 하고 땔나무는 없으니까 부처님을 한 분 가져다가 때버렸던 것입니다.

나그네 스님은 급한 일이 있다며 멱살 좀 놔주라고 하더니 부엌으로 가 부지깽이를 쥐고 아궁이를 뒤지는 겁니다.

기도 스님    : 이놈아, 또 무슨 미친 짓 하느냐?

나그네 스님 : 사리를 찾고 있습니다. 부처님을 화장했으니 사리가 나올 것 아닙니까?

기도 스님    : 임마,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어?

나그네 스님 : 그럼 나머지 부처님도 마저 갖다 때야 되겠습니다.

 

그 때 그 기도하던 스님이 탁 깨달았습니다. 자기 모순을 본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것은 이런 자기 속에 있는 모순이 깨지는 것입니다.

한편으론 나무토막이라 그러고 다른 한편으론 부처라고 합니다.

정 반대라는 걸 자기가 몰라요, 자기 속에 있는 모순이 전혀 안 보이는 겁니다.

여러분들 부부싸움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기가 잘하고 상대가 잘못했다고 큰소리 치지만,

담장 밖에서 보는 사람은 한 대 때려봐야 제 마누라 때리고 한 번 욕 더해봐야 제 남편 욕하고,

아무 쓸 데 없는 짓이라는 것을 밖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막상 부딪히는 당사자는 그게 안보입니다.

보이는 게 없다, 이게 무명 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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