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수의 '명찰순례'

20. 서울 봉원사

상원통사 2017. 11. 9. 23:01

안산 자락길을 절반쯤 지났을 즈음부터 표지판을 유심히 살피다가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봉원사 450m"

바둑 해설가들의 표현처럼, 나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봅니다.

최완수님의 책 <명찰순례>에 나와있는 절, 어디에 있느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봉원동 산1번지'



이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서 ~~



그러니까 연세대 쪽에서 올라오는 길까지 가서 뒤로 돌면 오른쪽에 이 연못이 있습니다.

물은 좀 탁하지만 고기는 엄청 많아요.




봉원사(奉元寺)

-. 신라 제51대 진성여왕 3년(889) 도선국사가 현 연세대(연희궁) 터에 창건하고 반야사(般若寺)라 함

-. 고려말 공민왕 때에 태고(太古) 보우(普愚)스님이 크게 중창함

-. 조선 영조 24년(1748) 찬즙(贊汁즙), 증암(增岩) 두 스님이 지금의 터전으로 이전

-. 영조는 친필로 봉원사(奉元寺)라 헌액하였고, 신도들은 새로 지은 절이라 하여 "새절"이라 부르게 됨

-. 태고종의 총본산으로서 대중은 50여 스님, 신도는 10만을 헤아림



16 나한상(羅漢像)

나한(=아라한, 阿羅漢)은 수행을 완성한 사람을 뜻하는 말

우리 나라에서는 8세기 후반 말세신앙과 함께 16나한에 대한 신앙이 깊어지기 시작했다고도 함



근데 모두들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



대웅전(大雄殿)

현판 아래에는 "2018년 대학입시 합격발원 백일기도"라 쓴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23년 전에 쓴 최완수님의 책 <명찰순례>에도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 대웅전을 배관하고자 하니 대학입시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가 막 끝난 참이다.

 신도들이 해달라고 어찌나 성화를 해대서 할 수 없이 하게 된다고 선암스님이 겸연쩍어 하며 안으로 안내한다."


기도하면 합격시켜주고 기도 안하면 떨어뜨리고,

금수저가 청탁하면 취직시켜주고 흙수저는 개돼지표라 떨어뜨리고...

부처님이 이명박근혜 수준은 아닐터이고, 최순실 따위의 농간에 놀아나지는 않을 것인데 ~~



천정이 너무 화려해서 한 컷!



대방(大房)

-. 원래 염불수행을 전통으로 해온 봉원사의 염불당(念佛堂) 자리임

-. 조선말 흥선 대원군의 별장인 "아소정(我笑亭)" 본채 건물을 옮겨다 약간 변형하여 지었음



추사 김정희가 쓴 "청련시경(靑蓮詩境)" , "산호벽루(珊湖碧樓)"란 현판이 좌우에 있고,

가운데엔 추사의 스승인 청나라 거유 옹방강(翁方綱)의 행서체 현판 "무량수각(無量壽閣)"이 있음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쉬엄쉬엄 돌아봅니다.



석가모니불 진신사리탑

1991년 스리랑카 불치롬보 소재의 강가라마사(寺)에서 진신사리 1과를 모셔옴.





삼천불전(三千佛殿)

-. 1945년 46간 대규모의 광복기념관으로 건립하였으나 1950년 9월 25일 한강 도하작전 때 소실
-. 1988년 삼천불전의 복원불사가 시작되어 단일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의 (210평) 건물로 9년여만에 완성

-. 대들보 무게 7톤, 알래스카산 수령 227년 된 나무들을 사용하였고, 못은 전혀 사용하지 않음



서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세요, 엄청 큽니다.

느낌이 일본 나라현에 있는 동대사(東大寺) 같습니다.



안에는 비로자나불과 ~~



삼천 부처님을 봉안하였는데 ~~



하여튼 모든 것이 엄청 큽니다.



저기 벽쪽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세요, 규모를 짐작하겠지요?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벽에 걸린 탱화들입니다.

칼을 든 사무라이(?)들도 있고 ~~



주로 칠성각에 모시는 산신령님도 있습니다.



운수각(雲水閣)

조실스님의 거처로서 사용되는 곳.

지붕은 고색창연한데 창문이나 출입문은 현대식!



영안각(靈晏閣)

일정기간 동안 혼백(魂魄)을 모셔두는 곳으로 아미타불을 봉안하고 있음

60년대초 건립되었다는데 단청이 낡아서인지 여기 건물들 중 제일 오래되어 보이네요.



전씨영각(全氏靈閣)

"부부가 한 평생 모은 재산을 모두 기부를 했다.

 그래서 봉원사에서는 전씨 부부를 위해 매년 기일에 제사를 모시고 있다."

전씨라고 해서 혹시 전두환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인터넷 찾아보니 일반인 '전성기'라는 분입니다.


 
칠성각(七星閣)
산신령님은 출타 중이고 약사여래불만 계시네요,
아, 알았다, 삼천불전에 가셨구나 ~~




명부전(冥府殿)

"이 건물 전면에는 명부전 편액과 4개의 주련이 있는데
 편액은 600년전 유학자 정도전의 친필이고
 주련(세로글씨)은 친일파로 지탄받는 이완용의 친필이다."



그러나 최완수님의 생각은 다릅니다.

"정도전 글씨라 구전된다 하여 그 이름자까지 낙관으로 새겼으나 추사체의 글씨이다.

 추사서파에 속하는 어떤 명필의 글씨인 듯하다."



"내부에는 지장보살을 주불로하고 협시불로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봉안하였으며~~"



"십대왕이 좌·우에 모셔져 있고 ~~"


 

극락전(極樂殿)

"주불로는 아미타불, 협시불로는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다."




더하여 여기에는 이 분들도 모시고 있습니다.



미륵전(彌勒殿)

"미륵전은 현대식 건물로 조성되어 내부에는 미륵부처님의 입상을 봉안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인등을 모신 인등각으로도 사용되어지는 전각이다."



만월전(滿月殿)

"만월전은 대웅전 가람과는 다소 거리 및 높이 차이가 있으며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주불로는 약사유리광여래불을 봉안하였고 협시불로는 독성님(오백나한 중 한분)이 모셔져 있다.
 1904년 산신단을 봉안하였고 내부에는 4점의 탱화가 있다."



봉원사(奉元寺),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본산,

사찰의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승려의 결혼문제도 자율에 맡기고, 출가하지 않더라도 사찰을 유지 운영할 수 있는 곳,

불교를 탄압하려 '불씨잡변'까지 지었던 유학자 정도전의 글씨가 걸려있는 곳,

흥선 대원군의 별장 건물을 옮겨와 염불당으로 사용하는 곳,

친일파 이완용의 글씨가 명부전에 걸려있는 곳,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이동인(李東仁) 스님이 주석하였던 곳,
백범 김구 선생(법명 원종)이 공주 마곡사를 떠나와 이곳에 머물렀으며, 1948년 다시 방문하였던 곳,

1908년 한글학회(국어연구학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던 곳,

예기치 못한 총탄에 운명을 달리한 박정희, 육영수 두 분을 극락전에 모시고 있는 곳,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이라  했던가, 

본시 죄라 할 것 마저도 없다 하였으니,

모든 중생을 으뜸(元)으로 받드는(奉) 절(寺), 봉원사!



더하여 개인적인 인연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돌아가신 큰 매형의 영가(靈駕)를 모셔오기로 한 곳!!!

잠시 둘러보고 나는 다시 안산(鞍山, 무악산)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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