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 정지원 -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려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 * * * *
'1996년 민중 노래패 ‘꽃다지’ 대표와 공연 기획자가
MBC에 출연해 방청객들과 함께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 통일의 노래를 부른 뒤
서울경찰청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서 곧장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들의 구속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석방을 촉구하는 거리공연이 한 달 동안 매일 낮 탑골공원에서 있었고,
그 공연을 지켜본 정지원 시인이 그 느낌을 시로 옮긴 것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다.
정지원 시인은 안치환님께 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고,
드디어 아름다운 시가 좋은 노래로 새롭게 태어나는 가치 있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노래가 널리 알려지면서 정지원 시인의 이름은 묻히고 안치환님의 이름만 남게 되었는데,
정지원님은 작사가가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슬며시 웃기만 했단다.
시인은 '아름다운 시가 좋은 노래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가치 있는 만남의 결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녀가 꿈꾸는 세상이었다.'
* * * * *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 안치환 -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달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린 참사랑
* * * * *
부끄럽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주저함 없이 노래로 알리는 데,
얼토당토 않은 부당함에 노래로 저항하는 데,
그들의 안타까움을 시로 옮겨 세상에 내놓는 데,
그 시를 노래로 바꾸어 우리에게 다시 전해주는 데,
난 뭐하고 살았나???
부럽다.
시를 멋진 노랫말로 바꿀 줄 알고,
그 노랫말에 곡을 붙일 줄 알고,
그 노래를 직접 목청껏 부를 줄 아는 사람.
난 뭐 할 줄 아나???
부르르 떨린다.
북풍한설 몰아칠 때엔 자라처럼 모가지 쏙 집어넣고 눈알만 열심히 굴리더니,
공자 맹자 뒤에 숨고 노자 장자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더니,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나라 걱정하는 지식인이 되어 대중 앞에 당당히 나선다.
뭐, 문재인이 이명박근혜 닮아간다고?
이 먹물들아,
노무현 한 사람 죽였으면 되었지 그 친구까지 죽이려고 안간 힘을 쓰는가?
그럴 시간 있으면 면벽하고 이 노래나 한 번 들어봐라.
흔해빠진 사랑노래가 아닌 줄이나 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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