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 - 김 춘 수 -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무의미의 시인 김춘수(1922~2004)님이 2001년에 쓴 시,
사랑하는 아내가 떠난 지 2년 후, 님이 가시기 3년 전인 나이 여든에 쓴 시,
정재찬님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지성의 노시인 김춘수도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다.
어찌 살아야 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빗발 탓이 아니다.
눈물 탓이다.
외로움과 허전함, 그 모든 착잡한 심사 앞에서 강인한 정신의 그도 풀이 죽는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느닷없이 눈물이 터진다.
그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시인이기 이전에 그도 노인이다."
일전에 부부동반으로 영월을 갔는데, 한 친구가 점심 먹으며 이런 얘기를 한다.
'이렇게 부부간에 같이 이동할 때는 다른 차를 타야 해.
그래야 사고가 나더라도 한 사람은 살아남아 뒤를 챙길 수 있지~~'
대통령과 부통령은 한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것에 빗대어 한 얘기인 줄은 알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떨까?
난 같이 타고 싶다.
아내는 어찌 생각할 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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