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31. 김춘수님의 <강우>

상원통사 2017. 8. 2. 23:39

        <강우>             - 김 춘 수 -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무의미의 시인 김춘수(1922~2004)님이 2001년에 쓴 시,

사랑하는 아내가 떠난 지 2년 후, 님이 가시기 3년 전인 나이 여든에 쓴 시,

정재찬님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지성의 노시인 김춘수도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다.

 어찌 살아야 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빗발 탓이 아니다.

 눈물 탓이다.

 외로움과 허전함, 그 모든 착잡한 심사 앞에서 강인한 정신의 그도 풀이 죽는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느닷없이 눈물이 터진다.

 그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시인이기 이전에 그도 노인이다."


일전에 부부동반으로 영월을 갔는데, 한 친구가 점심 먹으며 이런 얘기를 한다.

'이렇게 부부간에 같이 이동할 때는 다른 차를 타야 해.

 그래야 사고가 나더라도 한 사람은 살아남아 뒤를 챙길 수 있지~~'

대통령과 부통령은 한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것에 빗대어 한 얘기인 줄은 알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떨까?

 난 같이 타고 싶다.

 아내는 어찌 생각할 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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