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32. 천상병님의 <귀천>

상원통사 2017. 8. 13. 21:22

 < 귀천 >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  *  *  *


정재찬님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성공의 조건은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들의 실현 정도에 따라 가늠된다.

 세속적 가치를 획득하면 행복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런 가치 속에서 바라보면 '죽음'은 정말이지 가슴아픈 일이다.

 세속적 행복을 누린 자의 편에선 그 행복을 놓고 가야 하니 슬플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의 편에선 평생 불행하게만 살다 생을 마감하고 마니 슬플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잠시 놀다 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시인은 그래서 인생을 소풍 나온다고 생각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자기 삶의 근원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자신은 단지 이 세상에 잠시 놀러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이승에서의 삶도 천상에서 내려온 소풍쯤으로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이승에서의 삶은 소풍이기에 아름답고, 소풍에서 돌아가는 천상은 천상이기에 아름다울 터이니,

 우리의 생을 이승과 저승의 연속성으로 이해할 경우, 인생 전체가 진정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늘 위 하늘 아래에서 오로지 나 홀로 존귀하다.

여기서의 '존'이 '있을 存'인줄만 알았을 때엔,

하나라도 더 가지려 안달하고 남보다 앞서지 못하면 큰일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찌그러져가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깜도 안되는 것들이 잘나가는 것을 보면 부아가 치밀기만 했다.

근데 그 '존'이 '높을 尊'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제일 높은 존재인 나, 소중히 여겨야 하고 행복해야 옳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바로 행복해질수 있을까,

눈높이를 낮추고 나를 한 번 돌아보자.

법정스님만큼 김수환 추기경님만큼은 못하겠지만, 조금만 더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자.

그래,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고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가,

이만하면 됐다, 더 욕심내지 말자.

그렇게 기도하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 행복일지어다.


소풍 갈 땐 김밥에 찐계란에 사이다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낑낑대며 들고 가더라도,

집에 올 땐 무겁고 귀찮아 남은 것들 다 주고 빈손으로 달랑달랑 오고 싶지 않았던가,

우리 돌아갈 하늘나라엔 내가 가진 것 가져갈래야 가져갈 수도 없고,

거기가면 예전에 내가 쓰던 것 그대로 다 남아 있으니 굳이 가져갈 필요도 없다.

이제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 보자, 내려놓으면 가볍다, 가벼우면 행복해진다.

오늘도 기도하자,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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