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30. 헛돈 쓰고도 기분 좋은 일

상원통사 2017. 7. 27. 22:32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으면 가끔씩 어질어질하다.

어지럼증의 대부분은 이석이 잘못되어서 그런다고 하지만 혹시나 다른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주변이 조용한 곳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가끔씩 귀에서 왜앵~~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를 먹으면 이명현상이 오기도 한다지만 혹시나 다른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주워 들은 어설픈 상식에 상상을 더하여 나홀로 의사가 되어본다.

최근 들어 혈압 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당뇨수치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분명 술 좋아하고 고기 좋아해서 지방간은 점점 심해지고 혈관에 찌꺼기가 쌓여 가고 있을 것이다.

그중 일부 찌꺼기가 머리쪽으로 가는 혈관에 쌓여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지럼증과 이명현상이 생긴 것 아닐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서 머리쪽으로 혈액이 너무 많이 몰려가서 그런 것 아닐까,

이러다가 점점 더 나빠지고 몇 가지 전조증상을 더 보이다가 나중에는 빵~~ 터져서  깨꼴락 하는 것 아닐까,

몸 관리 안 하고 몸에 안좋은 것만 먹으면서도 별로 걱정 안 했는데,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정말로 몸에 이상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무슨 검사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대전에서 병원을 하고 있는 친구 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술 많이 마심. 혈압과 당뇨수치 올라가고 있음. 어지럼증과 이명현상 생겼음.

 위염, 지방간 있음, 어디 가서 무슨 검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답이 왔다, '고민하지 말고 대전으로 오세요!'


병원에 가면 누구나 지독히 수동적으로 변한다.

옷 갈아입으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앉으세요, 팔 내미세요, 숨 멈추세요, 누우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뭐를 검사하는 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이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그냥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한다.

아니다, 딱 한 가지는 생각했구나, 무슨 기계가 이리도 많은가....

마지막으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까지 끝내고 해롱거리는 정신을 잠시 가다듬은 후,

아내와 함께 의사 선생님께 갔더니 고생했다는 인사말과 함께 사진을 보여주신다.

와아, 놀랍고 또 놀랍다, 내 몸 속이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인다.

혈관은 혈관대로, 심장은 심장대로, 뼈는 뼈대로, 뇌는 뇌대로, 허파는 허파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위와 대장 속까지,

온 몸을 샅샅이 훝은 결과가 삼차원 영상으로 바뀌어 화면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설명을 해주신다.

'간이 조금 부었고, 위염이 있고, 대장에 용종이 하나 있어 떼어냈습니다.

 어지럼증과 이명현상을 걱정하셨는데 사진상으로는 이상이 없습니다.'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안 좋은 부분 말고 다른 것은 다 괜찮다고 하신다.

아내의 검사결과도 별 다른 이상이 없다.

한 편으론 그래,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면서 다른 편으론 휴우, 다행이다.


다 끝내고 수납하는 곳으로 가서 카드를 내밀었다.

친구 부인이 소개해주었으니, 대전까지 내려왔으니 특별히 많이 깎아주었는데도 엄청 많이 나왔다.

우리 처지에 정말 큰 돈 들였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고 오히려 기분은 좋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헛돈 썼으면 했는데 진짜로 헛돈만 쓰고 가네~~"

'한 생각 바꾸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천상병님의 <귀천>  (0) 2017.08.13
31. 김춘수님의 <강우>  (0) 2017.08.02
29. 그리운 강남  (0) 2017.07.25
28. 동무 이야기  (0) 2017.07.20
27. 부끄럽다는 것  (0) 201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