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다면, 지하철 종각역에 내려 북쪽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조계사를 지나 풍문여고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조금 더 가다보면,
동십자각이 길 가운데 서있고 그 너머에 경복궁의 입구인 광화문이 보입니다.
조선시대의 경복궁, 그 안과 밖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지만,
그리 높지 않은 담장으로 구분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사카, 덴마바시 역에서 나와 오사카성을 향해 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
맨 먼저 보이는 것은 사방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망루 이누이 야구라,
그 감시의 눈길을 피하고 넓고 깊은 해자를 건너고 높고 높은 성벽까지 넘어서,
오사카 성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조차 힘이 들지 않을까요 ~~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에도 빙 둘러 이렇게 넓고 깊은 해자가 있고 그 안에 높디 높은 성벽이 있었다면,
아무리 쪼다 대왕 선조라 할지라도 줄행랑보다는 한번쯤 붙어볼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사카조(大阪城, 대판성, 오사카성)
-. 일본 3대성 가운데 하나
-. 동서 1km, 남북 1km의 공간을 둘러싼 거대한 해자와 반듯하고 견고한 성벽을 병풍처럼 두른 성채
-. 성 외부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폭 75m, 깊이 6m의 거대한 해자로 둘러싸여 있음
-.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으로 1583년부터 세워짐
-. 완공후 전란과 화재로 파손과 복원을 반복하다가, 1665년 낙뢰로 텐슈가쿠 전체가 소실된 후 260여년간 방치됨
-. 1931년 철골과 콘크리트로 일부 복원되었으나, 2차대전 때 미군의 공습으로 대부분 파괴,
-. 현재의 건물은 1948년 재건되었는데 원래 규모의 5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함
바깥 해자를 건너 교바시구치 출입구로 들어가면 잘 다듬어진 엄청나게 큰 바위가 나타나는데,
그 규모가 높이 5.5m, 폭 14.0m, 표면적 54.17m2, 두께 0.9m, 무게 약 120톤....
정문인 오테몬 안쪽에는 이보다 더 큰 무게 130톤의 바위도 있답니다.
이것들은 오사카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 실어왔다 하고 ~~
이 성을 짓는데 3만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매일 공사현장에 투입되었다고 하니,
다친 사람은 얼마나 많았을 것이고 죽은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어느 나라든지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천하고 힘없는 백성들 뿐 ~~
그들의 이름은 흩어져 어디서도 찾지 못하지만, 명령을 내린 자들은 모두가 또렷이 기억합니다.
오늘, 그런 것들을 다 잊은 채 그 후손들은 한가로이 열차에 몸을 맡기고 둘러보기도 하고 ~~
놀잇배에 올라 앉아 성을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할 것입니다.
텐슈카쿠(天守閣, 천수각)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3년 동안 공들여 지은 오사카 성의 심장부,
숱한 전란과 낙뢰로 소실과 재건을 반복한 파란만장한 역사의 주인공,
도대체 그 안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기대를 안고 들어가 보려 하는데 ~~
쉽지가 않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고, 안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8층 전망대까지는 높이만도 약 50m,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또 기다려야 하기에 우린 계단으로 걸어가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깨에 어깨가 맞닿을 뿐 아니라 앞사람이 발을 떼어야 나도 한 걸음 옮길만큼 사람이 많은 것이,
오늘만 특별히 그런지 항상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차분히 구경하기는 틀렸습니다.
한 층 올라가 한 바퀴 돌고, 또 한 층 올라가 또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딱히 머릿 속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것들이기에 '임진왜란'이란 단어가 미리부터 짓누르기도 하거니와,
좀 괜찮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3층과 4층은 사진도 못찍게 하니 더구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딱 하나 생각나네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입었던 옷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건성건성 보면서 맨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 사방을 둘러봅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건물은 구 오사카 시립 박물관,
1931년에 지어진 유럽식 건물로 2차 대전 때엔 일본군 사령부로 사용되었답니다.
오른편 아래 사각 받침에 둥그스레 보이는 것은 타임캡슐,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기념해서 두 개를 만들었는데,
지난 2000년에 한 개는 개봉했고, 나머지 한 개는 5,000년 뒤인 6970년에 개봉할 예정이랍니다.
그렇게 전망대를 한 바퀴 빙 돌며 오사카 시내를 담아보는데 ~~
우리 딸들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
요건 천수각 입구에 설치된 대포,
1863년 만들어진 이 대포는 시간을 알리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이 되어 있고 ~~
그 앞에는 킨메이스이 우물지붕이 있는데,
우물은 깊이 33미터나 되며
지붕은 1626년 지어진 후 수차례 화재가 있었지만 타지 않고 오늘날까지 굳굳히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와 광장에 서서 한 번 더 천수각을 바라봅니다.
비록 콘크리트로 만들었지만 문화재는 문화재이기에 문화재로만 봐야 하는데,
자꾸 임진왜란이 겹쳐 보이니 ~~
요거는 물없는 해자,
옛날부터 물이 없었는지 근자에 와서 없는지 모르겠지만 마른 해자입니다
아무리 물이 없어도 건너서 성벽을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테몬(大手門, 대수문)
-. 육중하고 거대한 높이 6m의 오사카 성 정문
-. 1620년에 세웠으나 1783년 낙뢰로 불탔다가 1967년에 재건됨
-. 이런 식의 문을 '코라이몬(高麗門, 고려문)'이라고 하는데, 한반도에서 전래된 건축양식이기 때문이라함
박물관이라고 하면 옛스런 모습에 무게감있는 중후한 건물이 가운데 딱 버티고 있고,
너른 마당에는 나무가 있고 잔디가 있고, 한 켠에는 커다란 주차장도 있으리라 상상했는데 이번에도 허를 찔렸습니다.
오사카 성의 오테몬으로 나와 남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큰 길 건너에 13층짜리 초현대식 고층 빌딩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1,400년 오사카의 역사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오사카 역사 박물관,
승강기를 타고 10층에 올라가면 맨 먼저 마주치는 것이 고대 유물전시관,
5세기 당시에는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마한, 가야, 신라가 있었으며,
일본 열도 남쪽에는 '왜(倭)'나라가 있었다는 지도가 걸려 있고 ~~
그 아래에는 근처 곳곳에서 출토된 6~7세기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
언뜻 보기에 도기류는 우리의 것들보다 더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
주화의 발행은 우리보다 앞서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일본어를 알면 읽을 수 있고, 시간이 더 있다면 세세히 볼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쉽습니다.
* 건원중보 : 고려 시대 성종 15년(996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
다이고쿠덴(大極殿, 대극전)
나라시대(那良時代, 나량시대)의 나니와노미야(難波宮)를 실물크기로 복원해 놓았는데,
직경 70cm나 되는 붉은 칠을 한 원형의 기둥이 줄지어 있고, 관인들이 정렬해 있습니다.
* 나니와(難波) : 오사카의 옛이름
창밖으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여기는 오사카 성이 틀림없고 ~~
이쪽이 아마 나니와 궁터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말고 ~~
9층에 내려오면 중세·근세 플로어가 펼쳐집니다.
노부나가(信長, 신장)와 전쟁했던 혼간지(本願寺, 본원사)의 시대라는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에도시대(江戶시대)의 장면을 묘사한 20분의 1 크기 모형들은 참 정교하게 잘 만들었구나 ~~
엄청 큰 지붕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가로 세로로 엮어 지지했구나 ~~
서민들 아니 중산층들은 이런 집에서 살았을 것이고 ~~
이런 배를 타고 무역(아니면 해적질?)을 했겠구나 ~~
7층에 내려오면 근대·현대 플로어가 펼쳐지는데,
신사이바시수지(心齊橋筋), 도톤보리(道頓堀) 등의 거리를 크기, 분위기 그대로 살려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합니다.
들어나 보셨나요, 싱가 미싱(Singer Sawing Machne)!!
워낙 튼튼하게 잘 만들어 한 번 사면 고장없이 대물림까지 하기에,
사는 사람은 좋지만 회사는 쫄딱 망했다고 들었던 전설의 재봉틀,
난 이게 미제인 줄 알았는데 일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네요
한 층 더 내려오니 특별전시실이 있는데,
입구에서 아리따운 아가씨가 생글거리며 안내하기에 얼떨결에 들어간 곳,
도자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무늬도 다양한 접시들이 엄청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편에는 여러 모양의 연들이 전시된 곳도 있고 ~~
나오면서 보니 도래인 특별전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도래인(渡來人)이라면 우리나라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하여튼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
오사카 역사 박물관,
책에 1시간이면 족하다 적혀있어 그만큼만 시간을 배정했는데,
제대로 보려면 한 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으니 일정을 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길고도 짧은 간사이 가족여행을 모두 마치고,
마츠야마치역에 가서 보관해둔 짐을 찾아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일정 짜는 데 한 달,
여행하는 데 일 주일,
여행후기 쓰는 데 석 달....
아내가 이런 말 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또 와요!"
날마다 걷고 또 걸어 힘들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은 우리 가족,
항상 고맙고,
3년 후에 또 한번의 가족여행을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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