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어렸을 때엔 거짓말 좀 보태면 일 년에 두 번 가면 많이 가는 연례행사 장소,
아파트에 살면서부터는 틀기만 하면 샤워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니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곳,
그러기에 크고 좋은 사우나, 찜질방이 온 사방에 널려있지만 가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기만 한 곳,
한국에서는 그랬을지라도 고베까지 왔으니 유명하다는 아리마 온천에서 목간 한 번 해보자...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산노미야 역으로 가서 열차를 타고 ~~
신카이치 역에 내려 아리마구치 역으로 가는 열차로 바꿔타고 ~~
아리마구치 역에서 다시 아리마온천행 열차로 바꿔 타는데 ~~
아리마구치 역에서 아리마 온센 역까지는 딱 한 정거장,
오로지 아리마 온천을 위해 산을 깎고 굴을 파고 골을 메워 철길을 놓은 것 같습니다.
철로가 단선이기는 하지만 운행하는 열차는 달랑 2편뿐인 것 같으니, 투자효율로만 본다면 좀....
아리마온센(有馬溫泉, 유마온천)
-. 오사카와 고베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마을
-. 도고온센, 시라하마온센과 함께 일본 3대 전통 온천으로 유명
-. 교키 쇼닌이 '온센지'라는 절을 세우고 온천수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한 것이 계기가 됨
-. 대지의 신 오나무치노 미코토와 스쿠나히코나노 미코토라는 두 신이 나라를 세울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를 발견하고 정착하면서 온천마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음
-.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전용 온천을 지을 정도로 이 곳을 좋아했다고 함
마을 구경을 먼저 하고나서 온천욕을 즐기고자,
다이코노유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대신 걸어서 올라가는데 ~~
아리마 강(有馬江), 규모로 보면 '아리마 개천'이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쪼끄만 강이 나오는데,
물에서 김이 안나는 것을 보면 온천수가 아니라 그냥 보통의 물인 것 같네요.
그래도 배경삼아 폼 잡고 사진 한 방 찰칵!
강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있다고 하는 데 어디 있는 지 모르겠고,
그의 아내 네네(ねね)의 동상만 보았습니다.
여기는 유모토자카(湯本坂, 탕본판), 아리마 온천 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입니다.
약간 오르막으로 길로, 비좁은 골목 양켠엔 오래된 전통 가옥들이 들어서 있는데~~
주로 식당이거나 의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입니다.
그 중에는 '게다'를 비롯하여 민속품을 파는 가게도 있는데,
사진 오른쪽을 보세요, 우리 눈에 익숙한 효자손도 있습니다.
이곳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멋진 시(?)를 벽에다 적어놨나 하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
긴노유 온센(銀の湯), 은탕이 있습니다.
탄산과 라듐이 들어 있어 맑은 빛이 도는 온천수가 특징인 이 곳은 입장료가 550엔,
시설은 킨노유(금탕)보다 더 못하다고 합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고~~
그 건너편에는 다이코노유덴칸(太閤の油田館, 태합의 유전관)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는데,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전용 온천을 복원해 박물관으로 만든 곳으로,
당시의 찜질 시설과 욕조, 기와, 찻그릇 같은 온천 시설이 내부에 복원되어 있답니다.
돈 내고 들어가라 해서 우리는 안들어갔음. ㅎㅎ
안내판에 '유마온천의 역사'라고 써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분이 교키 쇼닌이라는 스님으로 보이는군요.
교쇼센겐(御所泉源, 어소천원)
-. 이곳 금천(金泉)에는 염분과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염분의 농도는 일본 제일가는 온천임
-. 수질 : 철분, 나트륨, 강염분 함유
-. 온도 : 97℃
-. 깊이 : 165m
금천이라는 이름은 참 좋은데, 실제로 보면 물색깔은 진한 황갈색,
녹물 데워놓은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한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 물을 이용하는 킨노유 온센(金の湯, 금탕),
우리나라 동네 목욕탕처럼 작은 규모로 입장료는 650엔,
돌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곳에는 수도꼭지가 있어 온천수를 공짜로 마실 수도 있고(온도 42.3℃)~~
그 옆에는 무료로 족욕을 즐길수 있는 노천 온천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내구경을 마치고 다이코노유를 찾아가는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될것을 화살표를 잘못보고 그냥 위로 쭉 올라갔으니, 아이들이 투덜투덜~~
그래도 아라시야마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치쿠린(竹林)도 보고 ~~
킷테(切手, 절수, 우표) 문화 박물관이 있음도 확인하고 ~~
한참을 더 걸어 잔등을 넘어 버스가 드나드는 출입구로 내려가서 ~~
드디어 목간통으로 들어갑니다.
이곳 입장료는 평일엔 2,400엔이지만 휴일엔 2,600엔,
그러나 우메다 역에서 끊어온 패스를 보여주면 무사통과,
오늘의 온천욕이 시작되는데 ~~
우선 맘에 드는 색깔로 가운을 고르고,
수건이랑 열쇠랑 또 뭐랑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
우리나라의 찜질방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홀딱 벗고 목욕탕 안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탕이 많이 있는데,
본전 뽑을 욕심에 금탕, 은탕, 스팀 사우나, 핀란드 사우나 등등 탕이란 탕은 모두 다 섭렵을 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큰 탕, 작은 탕, 발 탕, 등 탕 등등 온갖 노천탕들에 다 한 번씩 담궈보고,
밖으로 나와 가운으로 갈아입고 무료로 30분간 이용하는 암반욕장에 들어가 금찜질, 은찜질을 체험해 보고,
마지막으로 목간통에 들어가 땀을 깨끗이 씻은 다음,
밖으로 나와 둘러보니 엄청나게 큰 식당도 있고 주전부리 파는 곳도 있고 게임방도 있습니다.
휴우우, 한꺼번에 읊으려니 숨가쁘다~~
전체적인 시설이나 즐기는 측면에서는 우리의 찜질방을 따라오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접할 수 없는 금탕, 은탕에 들어가봤다는데서 오늘의 의미를 찾습니다.
그렇게 때빼고 광내고 나서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찰칵!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그새 사방은 깜깜~~
오던 길을 역순으로 하여 우메다역까지 가는데,
신카이치 역에서 우메다로 가는 열차로 바꿔 탈 때 주의할 점 한가지,
한신 패키지를 끊은 사람은 한신전철을 타야하고, 한큐 패키지를 끊은 사람은 필히 한큐전철을 타야합니다.
만약 잘못타면 우메다 역에 내려 쌩돈 내야 한답니다.
인터넷을 보니 실제로 그런 실수를 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내가 고맙지유~~~?? ㅎㅎㅎ
우메다 역에 내렸는데 뭘 먹을까,
한참을 뺑뺑 돌면서 찾아 헤매었지만 마땅한 메뉴를 못 정하자,
딸아이가 갑자기 신경질을 팍팍 냅니다.
에구구, 무서워라, 아내와 나는 아뭇소리 못하고 그냥 따라 들어간 곳이 요 집 ~~
모두 다 한 가지씩 다섯 종류 돈까스를 고른 후 ~~
고루고루 맛보았답니다.
맛이요?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한 가벼운 고베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내일은 나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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