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하면 '불국사'가 먼저 떠오르듯이 교토 하면 누구나 '청수사'를 꼽는다고 하기에,
헤이안 신궁을 나서면서부터 마음을 벌써 그곳에 가 있지만 몸은 따르지를 못합니다.
100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간발의 차이로 한 대는 놓쳐버리고,
다음 차는 완전 짐짝 수준이라 발 하나 올릴 공간도 없어 포기,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탈까 망설이는 데 곧바로 텅텅 빈 버스가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배차시간 칼같이 지키고 답답하리만치 원칙적인 일본에서 이게 웬일일까?
승객이 많으니 임시 버스를 추가로 투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기도발 덕분에 우리가 갈 길은 항상 순탄하다고 해석하는 편이 점수 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고마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 키요미즈미치 정류장에 내려 표지판을 보고 청수사 쪽으로 향하는데~~
절 근처에 다다르자 옛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은 가게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사람들은 바글바글 여느 시장통 못지 않습니다.
이 길이 키요미즈자카, 학교 다닐때 이런 동네를 사하촌(寺下村)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키요미즈데라(淸水寺, 청수사)
-. '키요미즈데라'는 '맑은 물의 절'이라는 뜻
-. 이 절의 상징인 오토와노타키 샘물이 워낙 맑고 깨끗해 생긴 별명(키요미즈, 淸水)이 그대로 절의 이름이 되었음
-. 일본 최초의 쇼군인 사코노우에노 다무라마로가 오랑캐 정벌로 공을 세운 뒤 창건한 절
-. 교토가 도읍이 되기 이전인 778년에 세워진 후 몇 번이나 화재로 소실
-. 현재의 건물은 1633년 도쿠가와 이에미쓰에 의해 재건된 것임
-.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
절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니오몬(인왕문)~~
이 인왕이 인왕산의 인왕이라면 혹시 인왕산 호랑이가 여기까지 뛰어왔나?
아니구나, 호랑이가 아니라 사자로구나,
그럼 이 사자는 인왕산 호랑이에게 놀러 오라고 포효하고 있는 것일까,
절 앞에서 입을 쩍 벌리고 하늘을 보고 있는 사자를 보니 잠시 헛생각이 들어서... ㅎㅎ
** 제 후기를 보고 어느 분께서 지적해주셨습니다.
이 석상은 고구려(高句麗)의 삽살견(高麗犬, 코마이누)랍니다.
무식이 탄로나서 부끄럽지만, 알게 해주셨으니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인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서 잠시 엉뚱한 생각이 드는데,
내가 이런 소리 하다가 한귀퉁이 얻어맞을 지 모르겠지만,
요정에 가서 한복 입은 여자와 기모노 입은 여자 중 고르라면 누구를 먼저 고를까, 뒷모습만 본다면~~
아, 이런 세속의 사악한 마음들은 종소리와 함께 다 날려버려야 하는데,
일본의 종들은 다 이렇게 조그마해서 그런 힘이 나올수나 있을까,
건물은 크게 지으면서 종은 이렇게 조그만 것을 매달아 놓는지~~
산주노토(三重塔, 삼중탑)
일본에서 가장 높은 3층탑이랍니다.
우리나라는 화강암을 깎아 만든 석탑이 주류인데, 이곳은 목탑이 대세입니다.
목탑은 만들기 쉽고 화려해 보이기는 하지만 석탑에 비해 무게감이 좀 덜하지 않나~~
여기는 또 뭐더라? 옳지, 즈이구도로구나
우리는 단청을 화려하게 칠하는데 여기는 마구리를 흰색으로 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네요.
즈이구도가 뭐하는 곳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할 것인데,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를 다 써먹어버려서 더 이상 아는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새삼스레 3편을 사기도 그렇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는 것이니 사진을 보고 적당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기 바랍니다,
Sorry, 아니 일본이니까 스미마셍!
요 사진은 그냥 멋있어 보여서 한 컷!
大黑天(대흑천)이라고 적어진 곳 앞에 또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서 무언가 하고 봤더니 ~~
길이 260cm, 무게가 90kg이나 되는 무쇠 석장과,
무게가 12 kg인 일본의 나막신 '게다'가 한 컬레 놓여 있습니다.
19세기 말 수행자들이 본당과 오토와노타키 사이의 계단을 1만 번 오르내린 것을 기념해 바쳤다고 합니다.
저 게다를 신고 무쇠석장을 들고 100개도 넘어 보이는 이 계단을 오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종교란 마루 宗 가르칠 敎,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고,
신앙이란 믿을 信 우러를 仰, '믿고 받드는 것'이라 한다면,
일본의 전통적인 이런 것들은 신앙이라 칭하는 것이 맞지 않나,
여기도 복을 빌고 기원하는 곳이고 ~~
여기도 또 있는데, 여기는 가격까지 적어져 있습니다.
頭痛守(두통수, 아마 머리아픈 사람이 낫기를 바랄때?)는 100엔,
學童守(학동수, 아마 아이 공부 잘하라고?)는 500엔,
木禮(목례, 아마 만사형통?)은 1,500엔까지,
종류도 다양하지만 크게 비싸지 않기에 누구나 쉽게 가까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도 또 비는 곳 地主神社(지주신사),
우린 이미 헤이안 신사를 구경하고 온터라 굳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 건물은 시카도라고 적어져 있는데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고~~
요 건물은 아미다도인데 현재 공사중~~
아까 복 빌던 곳 혼토(本堂, 본당), 멀리서 보니 그 모습이 제대로 보입니다.
건물 전체가 국보로 지정되었답니다.
그러니까 오른쪽 건물이 본당이고 사람들이 서있는 곳이 무대인데,
아악인 노, 교겐 같은 전통 연희를 공연해 관음상에 봉납했다고 합니다
키요미즈의 부타이(淸水の 舞臺, 청수의 무대)
-. 산의 경사면에 높이 약 12미터의 거대한 느티나무 기둥 139개를 세워 만들었음
-.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하부구조를 만든 다음, 410개 이상의 노송나무 판자를 깔아 마무리한 거대한 목조 구조물
'큰 결단을 내릴 때 '키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 내릴 생각으로'라고 표현하는데,
고문서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뛰어 내린 사람은 1694년부터 1864년까지 234명이었고 생존률은 85.4%였다.
이는 유명한 카부키의 한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부타이에서 우산을 펴고 뛰어내리면서부터 생겼다 전해진다.
1872년에 정부가 뛰어내리는 것을 금지하자 목책을 치는 등 대책을 세우면서 잦아들었다.'
키요미즈데라는 2007년에 '신 세계7대 불가사의'의 21개 후보 중 하나가 되었는데,
최종적인 7개 명단에는 들어가지 못했답니다.
만든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멀리서 보는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념사진 한 방!
오랫만에 부부도 한 컷!
오토와노 타키(音羽の瀧, 오토와 폭포)
-. 황금수, 연명수라고 해 수행자들이 즐겨 마시던 물이었음
-. 워낙 맑아 '맑은 물'이라는 뜻의 '키요미즈(淸水)'가 절 이름이 됨
-. 세 줄기의 물은 각각 '불 법 승'으로 '불교에 귀의한다'는 의미지만,
-. 왼쪽의 폭포부터 건강, 학업, 연애(다른 자료에는 지혜, 사랑, 장수)의 성공을 기원하는 성수로도 통함
-. 둘까지만 선택해야하며 만약에 세 개를 모두 마시면 불운이 따른다고도 함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서 빙 돌아 계속된 줄이 한참 길지만, 우리 아이들도 그 뒤에 서서 기다리다가,
셋이 같이 올라 손을 씻고 마음을 씻고 물을 한 모금 마셨는데 ~~
이 대목에서 자랑 좀 해야겠네요. ㅎㅎㅎ
글쎄 지지리도 공부를 안하는 아들녀석이 이번 대학입시에서 세 군데 지원했는데 모두 다 합격했답니다.
두 군데는 서울대와 동급인 국립대학교에, 그것도 장학생으로(여기서는 국립대학교라는 것이 무척 중요함),
한 군데는 SKY에 속하는 대학에(여기서는 SKY라는 것이 아주 중요함)....
그럼 가운데 물줄기는 '사랑'이 아니라 '학업 성취'가 맞겠지요?
아이들도 셋, 부처님도 셋~~
그렇게 청수사 탐방을 마치고 빙 돌아 밖으로 나갑니다.
청수사에서는 팜프렛도 한 장 주지 않고, 안내판도 제대로 없습니다.
아래는 청수사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안내도이니 가시기 전에 참조하세요.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야차카 신사'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그럼 기욘거리에서 쇼핑은, 그것도 절레절레,
그럼 니시키 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자, 그것은 끄덕끄덕~~
오늘은 간사이에 와서 제일 많이 걸은 날, 3만보쯤 걸었으니 아이들이 지칠만도 하지요.
그래서 걷는 대신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카와라마치까지 이동 ~~
그러나 너무 빨리 내려 또 한참을 걸었습니다.
니시키 이치바(錦市場, 금시장)
"1,000년 고도 교토의 부엌인 니시키 시장 또한 4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니시키 시장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당시 최대 상업 도시이던 오사카를 견제할 목적으로 만들었고,
그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찾아와 머물곤 했던 왕실의 식자재 창고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교토의 요정, 레스토랑, 유명 맛집 등 장인정신이 깃든 식당에 납품하는 음식 재료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조금 헤매다가 겨우 시장에 도착했지만 글쎄 문닫은 가게가 훨씬 더 많은데,
가게 앞에 붙여놓은 안내문들을 보니 신정연휴가 5일은 기본인 것 같습니다.
좁아요, 엄청 좁습니다.
폭이 3m정도 밖에 안되니까 사람이 좀 많으면 서로 비키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이곳은 장아찌 등 절임채소가 유명하고, 생선과 장류, 채소, 건어물 등 다양한 식료품을 구비한 시장이라는데~~
시식용 음식을 진열하고 있어 궁금하면 먹어봐도 괜찮답니다.
또한 고등어 초밥집, 나베우동, 두유 도너츠, 주먹밥 등 유명한 집이 있다는데
모두 문을 닫았기에 니시키 시장에서 저녁 먹는 것은 포기,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기념품 가게가 화려해서 한 컷!
가다 보니 시장 한쪽 끝에 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있어 들어가 봤더니~~
커다란 황소가 있고~~
몸과 마음을 씯고~~
기도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시장 잘되게 해주십시오~~
일본은 토속신앙이 생활속 깊은 곳까지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저녁먹을 식당을 찾아 헤매는데, 없어요, 안보입니다~~
그래서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밤이 더 아름다운 교토의 유흥가,
골목 사이로 식당과 선술집이 즐비한 폰쵸토(先斗町, 선두정)
팔을 벌리면 양끝이 닿을 듯 좁디 좁은 골목,
간판의 불빛들이 지나는 사람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술집 골목,
혼자 왔다면 얼씨구나 하고 한 잔 걸치러 들어가겠지만 오늘은 참아야지,
술집은 안된다, 음식점을 찾아라~~
딸아이 말이 이 집도 유명한 집이랍니다.
그러나 쉽게 들어갈 리가 없지요.
차림상 앞에서 한참 쳐다보고 계산을 해보던 아내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끄덕~~
우리가 일본에 와서 먹어본 것들 중 최고로 비싼 음식(3,000엔짜리)을 시키고,
일본 전통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다다미방에 앉아
기모노 입은 아가씨가 구워주는 고기를 곁들인 두부 야채 볶음과~~
장어 덥밥과~~
생선회 정식을 앞에 놓고 막 먹으려는데~~
아이들이 러브샷을 하랍니다.
엄마 아빠의 결혼 25주년을 축하합니다, 박수 짝짝짝짝~~~
그렇게 교토에서의 하루를 또 마무리하고 우린 오사카로 돌아갑니다.
오늘 최고로 많이 걸었습니다, 만보계를 확인해 보니 29,755보,
에구구,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나 있으려냐??
내일은 고베로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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