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오늘은 먼 곳까지 간다, 꾸물거리면 오다가다 시간 다 보낸다, 서두르자!
아이들 : 아빠는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 하네, 꽁알꽁알 구시렁구시렁~~
그래도 잔소리 덕분에 예정보다 10분 빠른 8시 20분에 집에서 출발,
일정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지하쳘 역으로 향합니다.
이젠 마치 수지구청역처럼 느껴지는 마츠야마치역에서 간사이 쓰루패스로 개찰구를 통과,
승강장에서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해찰도 하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두 정거장 가면 신사이바시역, 능숙하게 미도스지선으로 바꿔타고 난카이 난바 역에서 내려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9시 10분 열차를 타라고 합니다.
이상하다, 저기 기다리고 있는 열차가 와카야마 행인데 왜 그러지?
아하, 그렇구나,
아까 그 열차는 보통열차(환승편)이고 역무원이 아르켜준 열차는 특급열차(직행편)입니다.
특급열차는 60분 걸리고 요금은 1430엔, 보통열차는 90분 걸리고 요금은 920엔,
만약 간사이 쓰루패스로 특급열차를 탔을 땐 추가요금 510엔을 을 내야 한다고 책에 적어졌는데,
책이 나온 이후에 타는 방법이 조금 바뀐 모양입니다.
특급열차 앞의 4량은 지정좌석제이고 뒤의 4량은 자유좌석제, 즉 뒤차량은 추가요금 없이 타도 됩니다.
다행히 빈 자리가 많아 우리 모두 편히 앉아서 와카야마시역까지 가게 되었으니, 저절로 휘파람이 나옵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밖의 풍경이 서서히 바뀝니다.
크고 높은 고층 빌딩들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하고
빈틈없이 빽빽하던 집들은 드문드문 이빨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틈에 논밭이 보이고,
와카야마시에 가까와질수록 누가 봐도 시골풍경이 완연합니다.
여기는 와카야마시역 앞,
주변엔 높을 것도 화려한 것도 없는, 한적한 시골 도시 맞지유?
여기서 42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배차시간을 보니 아이쿠, 큰일날 뻔 했습니다.
버스가 1시간에 1대 밖에 없어요, 그러나 불행중 다행, 우린 별로 안기다리고(15분쯤?) 탈 수 있었지요.
사진을 찍지 못해서 설명하기 그런데, 이곳 버스는 폭이 무척 좁습니다.
거기다 타는 사람은 많아 우리나라 출퇴근 버스 기분이 들더군요.
40분쯤 달렸을가, 드디어 마리나 시티 정류장에 내렸는데,
멀리 야자나무를 보니 남국의 기분이 물씬 풍깁니다.
쿠로시오 이치바(黑湖市場, 흑호시장)
-. 1994년 4000평 규모로 조성한 참치전문 수산시장
-. 1950년대 일본 어시장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
-. 해산물 바베큐를 구입하여 바로 옆 야외식당에서 구워먹을 수 있음
-. 하루 3번 진행되는 참치 해체쇼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구경거리임
여기는 쿠로시오 시장 입구,
참치가 그냥, 벽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섰더니 갑자기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어라, 어두우면 사진찍기 힘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많이 보던 풍경,
절구통이 있고, 떡메가 있고, 구경꾼이 있고, 떡치는 사람이 있고, 우겨주는 사람이 있고~~
그 옆에서는 잘 쳐댄 찹싹떡에 콩고물을 듬뿍 묻혀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공짜로~~
그걸 놓칠 우리 아이들이 아니지요.
우선 안주거리 하나 챙기고~~
마음껏 퍼가라고 술독채 열어놓은 정종을 컵에 담습니다.
아내가 한 컵, 딸이 한 컵, 아들도 한 컵,
모두 다 맛만 보고 내게 넘겨주니 대낮부터 알딸딸~~
먹거리 시장이라 회도 팔고 삶은 문어도 팔고~~
젓갈같은 것들도 파는 것을 구경하다가~~
한쪽에는 쟁반을 들고 줄을 길게 늘어서 있기에 뭔가 하고 봤더니~~
아하, 이게 해산물 바베큐이군요~~
요런 것들을 사서 밖으로 나가 직접 구워먹는 재미~~
이곳 시장을 즐기는 또하나의 재미라 하는데,
아내도 아이들도 그다지 달가와 하지 않아 우린 눈으로만 구경하고 통과!
한쪽에서는 오리지날 일본말로 쓰시 만드는 법 강의가 열리고 있고~~
또 다른 편에는 선물용 포장상품이 즐비합니다
그냥 가기 서운하여 시식도 한 번 하는데~~
갑자기 입구쪽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그 유명한 참치 해체쇼가 벌어집니다.
근데 아이쿠, 이거 큰일 났습니다, 카메라가 갑자기 이상합니다.
사람들 머리가 안나오게 찍으려고 카메라의 스크린을 돌리고 높이 들어 셔터를 누르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허겁지겁 원위치 시키고 몇 번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배터리를 넣었다 뺐다 했더니 겨우 다시 작동합니다.
만약 그대로 고장이 나버렸다면? 에구구,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각설하고, 참치 엄청 크지유우~~?
손으로만 하는게 아니라 해설도 곁들이면서 하는데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본대로 적어봅니다.
우선 꼬리는 작은 칼로 자르고~~
대가리 부분은 큰 칼로 자르는데, 얼마나 칼이 잘 드는지 힘이 하나도 안들어보입니다.
그리고는 등뼈를 순식간에 해체하고~~
한 덩어리씩 토막을 내어 옆에다 쌓아둡니다.
저 큰 참치 한마리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사람들 입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구나,
잠시 헛생각에 잠겼다가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요~~
큰일났네, 우리 식구들 어디로 갔나,
역시 내 짐작이 맞았습니다.
벌써 와서 점심식사 중!
이 대목에서 아무에게도 안가르쳐 주는 비밀 한가지,
아내와 아이들의 쿠로시오 시장에 대한 종합평가, 가성비가 안좋고 맛도 별로이다!
나도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와 항구를 한 바퀴 돌아~~
이탈리아 해변마을, 스페인 성, 프랑스 거리와 광장을 본떠 만든 포르토 유럽으로 향합니다.
여기 입장료도 공짜,
하찮은 것도 다 돈을 받는데 이 동네는 공짜라니 왠지 속은 듯한(?) 기분도 드는데 ~~
사진으로만 보면 영락없이 유럽의 어느 뒷골목, 광장이라 하겠지요?
광장을 지나면 볼록다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 다리 아래를 보고 있습니다.
나도 비집고 들어가 고개를 쭉 내밀고 봤더니~~
돌고래 쇼를 하고 있습니다.
우와, 또 공짜~~
어휴, 점프력도 대단한 돌고래,
이렇게 힘들게 뛰었는데 선물은 겨우 손가락만한 생선 한마리!
다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애기들을 위한 놀이기구들이 즐비해 있고~~
혀를 쭉 내민 기념물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바퀴 돌고 밖으로 나가서~~
쿠로시오 온천(黑湖溫泉, 흑호온천)으로 향합니다.
지하 1500미터에서 올라오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하며,
대욕장, 암반욕장, 사우나, 휴게시설, 거기다가 노천 온천이 있다 하여서 기대를 잔뜩하고 들어갔는데,
그 규모나 시설들이 우리나라 스파들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고나 할까, 하여튼 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생각도 못해볼 특이한 경험 한 가지,
수건 한 장만 들고 홀딱 벗고 노천탕도 가보고 냉탕 온탕 사우나탕을 왔다 갔다 하는데,
아리따운 젊은 처녀(실은 40전후 쯤?)가 남탕 안으로 들어오더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것저것 가지런히 정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나갑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화장실에 나이든 아줌마들이 들어오는 것도 조금은 민망했는데,
여기서는 발가벗은 남자들만 있는 목간통 안에 여자가 들어오다니...
그럼 여탕에는 남자가? ㅋㅋㅋㅋ
여기까지 와카야마 1부를 마치고 키미이테라부터는 2부에서 계속~~
'해외여행 > 간사이 가족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사이 가족여행] 4-1. 교토 동부 - 은각사 (0) | 2017.02.28 |
---|---|
[간사이 가족여행] 3-2. 와카야마 - 키미이데라, 와카야마 성 (0) | 2017.02.26 |
[간사이 가족여행] 2-4. 쿄토 서부 - 천룡사, 죽림, 도월교 (0) | 2017.02.16 |
[간사이 가족여행] 2-3. 쿄토 서부 - 인화사, 아라시야마 가는 길 (0) | 2017.02.14 |
[간사이 가족여행] 2-2. 교토 서부 - 용안사 (0) | 2017.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