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간사이 가족여행

[간사이 가족여행] 2-3. 쿄토 서부 - 인화사, 아라시야마 가는 길

상원통사 2017. 2. 14. 22:09

용안사에서 인화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우린 또 타박타박 걸어서 갑니다.

이렇게 많이 걸어다니니 아이들 발이 부르트고 지칠만도 합니다.

동네를 지나고 ~~



석축만 쌓여있는 한적한 길을 지나~~



산너머 동네에 가까이 오니 조그만 신사(?)가 나오고~~



설날이라 고까옷 입은 작은 돌부처님들도 만납니다.



닌나지(仁和寺, 인화사)

-. 진언종 신사파의 총본산인 사원

-. 헤이안시대 제58대 고오코오천황이 착공하였으나 살아있는 동안 완성하지 못함

-. 우다 천황이 888년 완성하였으며 고오코오 천황의 연호인 "닌나"라는 이름을 붙임

-. 우다천황은 천황자리에서 물러난 후 출가하여 닌나지 주지가 되어 30여년간 진언밀교의 수행에 매진함

-. 1467년 오닌의 난으로 인한 화재와 전투로 파괴됨

-. 약 150년 후에 도쿠가와 막부의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쓰에 의해 재건됨

-. 1994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됨


인화사로 들어가는 대문인 니오몬(二王門),

'작은 것은 아름답다'기에 일본에는 모두 다 작은 것들만 있는 줄 알았는 데 전혀 아닙니다.



캄보디아에서도 그랬고 태국에서도 그랬는데, 하루에 여러 사원들을 보면 헷갈립니다.

거기다가 비슷하게 생긴 사원들을 계속하여 보게 되면 그게 그것 같아서 질리게 되고요.

오늘도 절(금각사)로 시작하여 세 번째 보는 절이니, 딸아이들은 안들어가고 그냥 밖에 있겠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데 벌써 지쳤나~~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절이 아니라 御殿庭園(어전정원)입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현관(玄關)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장이 없는 대신 신발 주머니를 하나씩 줍니다.

사진은 찍어도 된다고 하니 고맙기는 한데, 신발 짐이 하나 더 늘었으니~~

맨 먼저 보이는 것은 그냥 금박만 입힌 단순한 병풍 앞에 있는 수반,

무슨 나무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모르지만 보기에 좋지 않습니까?



떡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귤을 하나 얹은 것이 일본 설날에 하는 세시풍속인 것 같습니다.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았지요.

새해 연휴라 시장구경은 못했지만 대신에 이런 풍습을 보았으니 한편으로 만족~~



안으로 들어가니 시로쇼인(白書院, 백서원)이 나오는데,

미닫이문에 그려진 후스마에(襖繪, 오회)는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렸던 <노송도>의 복제품 아닐련지~~ ㅎㅎ



인절미 두 켜, 그 위에 밀감 하나,

그리고 한 쪽 대나무 화병엔 솔가지 하나,

평상시 부처님도 이렇게 단촐하게 드셨겠지요.



백서원 앞에는 흰모래가 넓게 펼쳐진 정원이 있습니다. 

용안사의 석정은 낮은 담장 안에 15개의 돌들이 하얀 모래 위에서 뭔가를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곳 정원의 잘 가꾼 나무들과 높은 담장과 커다란 대문은 왕가의 화려함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근데 내려가 거닐기도 하는 게 마당인데, 이렇게 꾸며놓으면 어디서 제기차고 딱지치기를 하지??




안내문도 없고, 유홍준님의 책에도 안나오고, 기억은 가물가물하여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리는데,

이 건물은 쿠로쇼인(黑書院, 흑서원)인 것 같습니다.

저 안쪽 툇마루에 앉아 휴대폰 통화하는 것도 좋지만, 마당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릴 듯~~



여기는 신덴(宸殿, 신전) 내부,

다다미는 소박하고 미닫이문의 그림은 화려하고 ~~



신전 앞에는 연못을 끼고 있는 정원이 있고, 눈을 들어 쳐다보면 닌나지의 오중탑이 지척에 있는 듯 보입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그 생각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용안사의 석정보다는, 

별 생각 없이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곳이 개인적으로 더 맘에 듭니다.



신전에서 바라본 백서원



여기에는 백서원, 흑서원, 침전, 영명전 등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각 건물들은 이런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걷다보면 조금은 삐그덕 삐그덕,

밤에 나쁜 놈들이 몰래 들어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더라도 틀림없이 경고음을 낼 것입니다, 삐이그덕~~



여기는 레이메이덴(靈明殿, 영명전) 내부,

뒤에는 나무를 조각한 것 같은 작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앞에는 화려한 제기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저 놋쇠 그릇들 닦으려면 엄청 힘드는데 ~~



이쯤에서 어전정원 둘러보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좀 더 친절한 설명이 있고,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한나절쯤 머물러도 아깝지 않을 곳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쓸만한 자료가 없고, 유홍준님도 별 이야기를 안했으니 뭐라고 덧붙일 것도 없고.... 

앞에 보이는 문은 추우몬(中門)



중문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왼편에 약 200그루의 벚꽃나무가 보이는데,

에도시대 초기에 심어져 1924년에는 일본의 명승지로 지정되었답니다.

꽃 피는 봄날 왔으면 그 화려함도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인데...



칸논도우(觀音堂, 관음당)

-. 현재의 건물은 칸에이 18년~쇼호우 원년에 걸쳐 건립

-. 천수관음보살을 본존으로 하고, 벽면과 기둥 등에는 치밀한 극채색으로 부처와 고승이 그려져 있음

-. 현재도 닌나지에 전해져 내려오는 법류의 교법을 전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음


벚꽃 동산 옆에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콘도우(金堂, 금당)

-. 닌나지의 본당

-. 게이쵸 연간(1596~1615)에 조영, 다이리시신덴(內裏紫宸殿, 내리자신전)을 칸에이 년간(1624~44)에 이축하였음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신덴(어소의 중심적 건물)으로 국보로 지정이 되어있음

-. 당내에는 본존인 아미타 삼존상과 사천왕상 등이 모셔져 있음


문이 닫혀 내부는 들여다 볼 수 조차 없는데 ~~



이 할머니는 누구에게 무엇을 그리 간절히 빌고 계실까~~



여기는 종루인데 우리네 종각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습니다.



미에도우(御影堂, 어영당)

-. 진언종의 고승인 코보우 대사 쿠우카이(空海) 등 세 분을 모심

-. 현재의 미에도우는 칸에이 연간(1624~44)에 재건한 것임

-. 외관은 코보우 대사가 살았던 차분한 불당의 인상을 주고 있음




고주노토우(五重塔, 오중탑)

-. 1644년에 건립되었고 총 높이는 36.18미터이다.

-. 각 층의 폭의 차이가 많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 특징적이다.

-. 내부에는 다이니치 뇨라이(大日如來), 불상 등이 모셔져 있음


그림으로 본 황룡사 구층목탑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밑에서 쳐다보면 이 탑도 아득한데, 황룡사 목탑은 높이가 약80미터였다고 하니 막상 올려다 보면 ~~



여기까지 닌나지 관람을 마치고 ~~



이끼 마당을 지나서 밖으로 나가면~~



이왕문 앞으로 똑바로 뚫린 한가한 길 양편에 전통 일본 가옥들이 보이고 ~~





집앞 대문에는 신년축하장식(?)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전통이라 말하고, 그 전통들은 지켜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데,

우리나라는 왜놈들이 미신 취급해서 한 번, 애국자(?) 이승만 덕분에 한 번, 구국의 영웅(?) 박정희 때문에 또 한 번,

세 번씩이나 난리를 치뤘으니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조차 힘든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무로 닌나지역(御室 仁和寺驛),

열차가 잠시 쉬며 한숨 돌리는 역사를 옛스런 모양으로 지었으니 그것도 특이하거니와~~



매표소마저도 없는 간이역이라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요금은 열차에서 내리면서 기관사에게 내거나 종착역에 내리면서 내라고 적어져 있고 ~~



오는 열차 가는 열차가 싸우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나눠쓰는 단선 철도와~~



달랑 두 칸만 달고 운행하는 미니 열차가 마치 예전의 전차같은 생각이 드는데~~



막상 타보니 승객이 가득하여 적자운행(?)은 아닐 것 같습니다.

왜 내가 일본 열차 적자나는 것까지 걱정하고 있지???



우린 카라비라노츠지 역에서 열차를 바꿔타고 ~~



아라시야마 역에 내리니 ~~



이 곳의 명물인 녹차가루를 넣어 구운 떡과 ~~



녹차를 넣은 아이스크림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걸 놓칠리가 없지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녹는동안 우린 발걸음을 천룡사쪽으로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