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를 나와 용안사까지 가는 길은 버스로 5분, 걸으면 20분 정도,
버스가 30분에 한 대씩 오니 기다리는 것보다 걷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마침 뱃속도 든든히 채웠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
주택가를 지나 조금 더 가니~~
가끔씩 지나는 차가 정적을 깨트릴 뿐 바람마저 숨을 죽인 한적한 길이 계속되다가 ~~
조금 더 가니 민가가 나오고 주차장이 나오고 기념품점이 나오고 마침내 용안사 입구가 나옵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은 후 자갈길을 조금 더 걸어가니~~
왼편에 '거울 얼굴'이라는 뜻의 조용한 연못 쿄요치(鏡容池, 경용지)가 있고~~
료안지(龍安寺, 용안사)
-. 원래 도쿠다이지 가문의 별장이었으나 1450년 호소카와 카쓰모토(細川勝原)에 의해 선사로 창건됨
-. 오닌의 난으로 소실되었으나, 그의 아들 마사모토(政元)가 1488년 방장 건물을 낙성함
-. 1797년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서원원(西源院)의 방장건물을 옮겨다 놓은 것이 지금의 용안사 방장임
-. 1994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됨
드디어 용안사의 주 건물인 쿠리(庫裡, 고리)가 나옵니다.
입구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바글바글~~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발가락만 들아갈 정도로 쪼끄만 쓰리빠를 꿰차고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하게 큰 방장(方丈,주지스님이 기거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이 방들은 온 사방이 미닫이 문으로 나뉘어 있는데, 책을 다시 보니 그 용도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방들은 전체가 6칸으로, 앞에 세 칸, 뒤에 세 칸,
사진은 건물의 오른편쪽에서 찍은 것이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잘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 가운데 앞칸 : 메인 홀 격인 중심 공간
-. 가운데 뒤칸 : 속공간으로 대개 부처를 모신 불간
-. 오른쪽 앞칸 : 신도의 공간
-. 오른쪽 뒤칸 : 스님들이 의발을 받드는 공간
-. 왼쪽 앞칸 :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
-. 왼쪽 뒤칸 : 서원(書院)
방들이 하도 커서 반대편에서도 한 컷 더 찍은 것입니다.
정면에서도 찍었어야 하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찍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네요.
石庭(석정)
"간소하면서도 뛰어난 석정은 동서 25미터, 남북10미터의 80평 정도의 넓이입니다.
장방형의 禪(선)의 정원은 중세에 만들어진 궁연귀족의 화려한 정원과는 전혀 다릅니다.
나무나 풀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5개의 돌과 흰 모래만으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배관자들께서는 이 독자적인 정원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가를 스스로 찾아내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오래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상상이 더욱 넓게 펼쳐집니다."
"석정의 담장은 우선 높이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낡은 흙담이 세월의 때를 느끼게 해주기때문에
갈퀴질한 백사가 일으키는 긴장을 이완시켜주고 인공적인 것의 차가움에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용안사 석정의 흙담은 유채를 섞어 반죽한 것이라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기름이 배어나와 이처럼 세월의 연륜을 느끼게 해준다.
지붕도 널빤지를 너와로 올린 것이라 더욱 멋있고 편안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영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벽한 의전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외국을 순방할 때면 그 나라의 대표적인 유적 한 곳을 꼭 방문하는데
이를 결정하기 위하여 왕실의 의전 관계자들이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까지 대동해 현장을 답사한다.
~~ 1975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일본 방문 때 들른 곳은 용안사, 정확히는 용안사의 석정이었다.
그들이 볼 때 한국적인 풍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아무래도' 하회마을이었듯이
일본의 아름다움, 일본적인 것을 대표하는 유적은 '아무래도' 용안사 석정이었던 것이다."
"용안사 석정은 관조의 정원에서 더 나아가 선(禪) 자체를 정원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공(空), 비어 있다는 것.
불변(不變),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止), 머물러 있다는 것.
관(觀),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명상(冥想), 고요히 마음을 성찰하는 것.
그런 선의 의의를 돌과 백사로 나타낸 것이다."
시간을 갖고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라만 봐야하는데,
난 그저 사진찍기에 바쁘기만 합니다.
다음에 언제 다시 와서 그렇게 바라볼 수가 있을까~~
"방장 건물 뒤편으로 돌아서면 아무렇게나 자란 듯한 나무들이 들어차있는 뒤 정원이 나온다.
앞 정원과는 아주 대조적인데 이 또한 방장 정원의 룰이다.
앞쪽 남향의 정원이 인공적인 데 반해 뒤쪽 북향의 정원은 이처럼 천연의 모습으로 가꾼다."
단정한 너와지붕도 한 번 감상하세요
쓰쿠바이(蹲踞, 쭈그릴 준, 웅크릴 거)
"일본의 절집 다실 앞에는 샘물을 받아놓는 물확이 있어 다실로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손을 씻거나 입을 축이게 되어있다.
물확이 낮은 위치에 있어 자연히 자세를 웅크려야 하므로 절로 경의를 표하는 뜻이 된다."
"용안사 쓰쿠바이는 엽전 모양으로 가운데를 정사각형으로 깊이 파 물확으로 삼고
사방의 돌 표면에 '五' '隹' '矢' '疋'이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
그릇 모양의 네모를 입 口자로 보아 결합해서 읽으면 각각 吾, 唯, 知, 足이 된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 직역하면 '나는 오직 족(足)함을 알 뿐이다'라는 뜻이다.
이는 석가모니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의
'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해도 부유하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밖으로 나왔습니다.
잘 다듬어진 자갈길을 산책하듯 걸어가면 ~~
들어올 때 보았던 거울 연못, 경용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은 연못에서 떼지 못하고 발은 산책로를 따라 빙 돌아 나가면서 ~~
영국이 인정하고 세계가 인정한, 인류의 문화유산 료안지 탐방은 여기서 마치고~~
이제 우리는 인화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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