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간사이 가족여행

[간사이 가족여행] 1-2. 오사카 남부 - 쿠로몬 시장, 도톤보리, 숙소

상원통사 2017. 2. 5. 22:27

해외에서의 쇼핑은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을 것인데...


하나는 초현대식 백화점에 들러 눈요기하거나, 원하는 것들을 사가지고 오기.

옛날 우리가 못먹고 못살 때 잘사는 나라에 가면 눈이 휘둥그래지고 온갖 것 다 사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어지간한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가도 그 정도는 있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물론 명품을 저렴하게 사려고 들르는 사람도 있겠고, 꼭 필요한 물건이기에 무리해서 사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수준에 백화점 물건은 아무리 싼 것이라도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거니와,

보는 눈이 없어 명품과 동대문 제품을 잘 구분하지도 못하니 굳이 큰 돈들여 살 필요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재래시장 둘러보기,

난 우리나라에서도 재래시장 가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아,

여행을 가더라도 기회가 되면 시장에 들르게 되고, 이것저것 둘러보는 재미를 쏠쏠히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니 해외에 나가면 더욱더 그런 마음이 동할수 밖에 없겠지요.

"현지인의 삶을 가장 확실히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들의 부엌을 들여다 보는 일, 시장 구경이다.

 시장에 가면 현지인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그들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물가를 피부로 체험할 수 있다."

이번에도 일본의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싶어, 백화점 쇼핑 대신 전통시장 구경을 몇 군데 넣었습니다.


쿠로몬 시장(黑門市場)

"17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오사카 서민의 정취가 담긴 전통시장.

 특히 맛집이 집약되어 있는 도톤보리 주변의 번화가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곳으로,

 다른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식재료를 갖추고 있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가게마다 200~2,000명 안팎의 단골 고객이 있고,

 할인점보다 신속한 배달 서비스로 고객의 절반 이상이 대를 이어 이 시장을 찾는다.

 말 그대로 믿음직한 '오사카의 부엌'"



츠텐카쿠에서 걸어서 1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쿠로몬 시장,

입구가 캄캄하여 고개를 갸웃하며 들어섰는데 문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고 사람도 없어 썰렁합니다.

이상하다, 이제 6시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문을 닫다니...

아둔한 나를 깨우쳐 준 이는 바로 학벌이 나보다 훨씬 높은 아내,

그렇습니다. 오늘이 양력 1월 1일, 바로 일본의 설날, 설연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거리가 그렇게 어두웠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으며, 거니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처럼 설연휴인 줄 모르고 찾아와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도 있고~~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몇몇 곳은 문을 열었습니다.



시끄럽고 북적이고 부대끼는 시장거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일본을 흠뻑 느껴보려 했는데 누구 탓을 하랴~~

아쉽기는 하지만 가쓰오부시를 듬뿍 얹은 타코야끼를 한 개씩 맛보는 것으로 쿠로몬 시장 탐방은 끝!




도톤보리(道頓堀)

"'쿠이다오레(먹다가 망한다)'의 본좌.

 에비스바시부터 도톤보리 강을 따라 센니치마에도리까지 이어진 약 500m의 거리로, 난바에 위치한다.

 오사카에서 가장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곳이다.

 해가 진 뒤의 분위기가 훨씬 좋다."


쿠로몬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톤보리,

먹거리 많고 볼거리 많아 여행책자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이기에 정말 그럴까 잠시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

믿어야지요, 얼마나 풍성하면 먹다가 망한다고까지 했을까~~

사석원님은 <명랑뻔뻔한 오사카 유람기>에서 말하길,

문어 있는 곳에서 타코야키 먹고, 게 있는 곳에서 왕게를 먹고, 용 있는 곳에서 라면을 먹으라 했는데,

그걸 오늘 다 먹으려면 소화제까지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톤보리 강

"에도시대인 1615년에 오사카 중심부의 동서 교통을 잇기 위해 만들었다.

 원래 도톤보리 강의 이름은 '미나미 호리카와'였는데,

 사재를 몽땅 털어 이 강을 만든 이 지방 호족 나리야스 도톤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후에 도톤보리카와(도톤보리 강)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청계천에 비하면 치장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쉽사리 다가갈 수 있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도톤보리 강,

조명이 화려하다면 훨씬 더 멋져보였을 것인데 좀 아쉽습니다.



밤에는 내 카메라보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훨씬 더 잘나오는군요.



톤보리 리버 크루즈

"도톤보리 강줄기를 따라 구경하는 유람선.

 오사카 가이드 승무원의 안내와 함께 다리나 산책길 등 미나미의 활기를 즐길 수 있는 약 20분간의 크루즈.

 선착장은 돈키호테 앞에 있으며, 그로부터 캐널테라스 호리에 까지 갔다가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원래는 이 배를 타고 도톤보리 강을 한 바퀴 돈 다음 시내구경을 하려했는데,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에 서있는 어떤 아주머니의 친절한 말씀 한 마디, "오늘 표는 모두 다 매진 되었대요!"

에구구, 기다려도 소용없구나, 또 한 건 놓쳤네.

가만있자 놀부식으로 계산해볼까, 오늘 하루 오사카 주유패스 못 써먹은 것을 다 더해보면,

(시텐노지 300엔, 츠텐가쿠 700엔, 리버 크루즈 900엔) 곱하기 5 하면 9500엔, 우리돈 10만원이 오사카 하늘로 날라가버렸습니다.

우와 너무 아깝다~~



에라, 그냥 걷자, 타박타박 걸어서 도톤보리 구경하고 맛집이나 탐방하자.

생각을 고쳐먹고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보이는 곳이 초저가 생활잡화 대형 할인매장인 돈키호테,

공산품, 화장품, 버라이어티용품, 과자류, 퍼펙트휩 같은 상품들이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통로는 비좁아 엉덩이 돌리기도 힘들고, 사람들은 바글바글하여 어깨에 어깨가 부딪히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흥을 돋구는 음악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틈에 아이들은 엄청 맛있다고 입소문 난 곤약젤리를 한 통 사옵니다.

나도 하나 맛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



도톤보리의 상징이라는 마라톤하는 아저씨 '글리코맨' 전광판,

유명하다니까 한 컷 찍기는 찍었는데,

왜 유명한 것인지, 무엇때문에 유명하게 되었는지, 뭐가 달라서 유명해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유명하다니까 나처럼 와서 인증샷만 찍는 것 아닌지~~



강에서 올라와 다리를 건너고 왼쪽으로 빙 돌아 도톤보리 거리로 들어서니 문어 간판이 보입니다.

도톤보리의 문어가 있는 곳은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진짜 문어를 넣은 타코야키를 파는 곳인데,

유명한 먹거리라하니 맛 좀 보려고 했더니 나라비 선 줄의 끝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지금 맨 뒤에 서면 언제 우리 차례가 올까, 기다릴 생각을 하니 먹고싶은 마음이 싹 달아납니다.

오늘 이곳은 일단 통과!



어라, 여기도 똑같네~~ 

여기는 그냥 패스!



50년 전통의 게 요리 전문점으로 '게 전골요리(카니스키)'가 대표 메뉴인 카니도라쿠,

움직이는 게 모형의 간판이 재미있어 도톤보리의 포토 스폿으로 인기라는데,

늘어선 긴 줄을 보더니 아내도 아이들도 아무도 먹자는 소리를 안합니다.

여기도 포기!



이러다가 아무 것도 못먹고 탈탈 굶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

설마 그럴리가요, 드디어 좀 한가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비어있는 야외용 테이블을 발견하고 재빨리 자리부터 차지하고 나서 주문을 했습니다. 

물론 나는 자리 지키고 앉아있고, 아이들이 가서 조잘조잘 나불나불 쏼라쏼라~~



소 혓바닥, 닭다리, 볶음 국수, 고기 우동,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것까지 푸짐합니다.

피로 회복제 두 잔도 추가! 



난 원래 먹는 사진은 잘 찍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먹는데 전념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좀 챙겼습니다. 먹을 것 찍은 사진 빼놓으면 별로 올릴 게 없어서~~

사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착한 우리 가족. ㅎㅎ



목도 축이고, 배도 채우고, 다리도 쉬면서,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다시 거리로 나왔는데,

집에 안들어가고 어딜 그리 싸돌아다니는지 아직도 거리엔 사람들로 바글바글~~



킨류(金龍) 라멘

"지붕에 커다란 용이 있어 눈에 띄는 도톤보리의 라멘 전문점이다.

 밥과 김치를 무료로 제공하며, 메뉴는 일본라멘과 치슈멘 2가지이다."


어, 여기 용이 있는 간판은 유명한 킨류라멘(라면)집인데 왜 줄 선 사람이 없지?

혹시 가짜 원조 아닌가???

나중에 위치를 확인해보았는 데 진짜가 맞기는 맞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식권을 사고, 아들은 줄을 서고, 딸은 자리를 잡고, 나는 사진을 찍고~~



분명히 두 가지를 다른 것으로 주문한 것 같은데 사진으로 보니까 똑같이 생겼네,

맛이요? 책에 적힌대로라면 원조 라멘이라 엄청 맛있어야 하는데 그게 글쎄~~

그래도 마지막엔 밥 한 공기 가져와 국물에 말아 김치 얹어서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먹을 것 다 먹었으니 이젠 숙소에 들어갈 시간입니다.

지하철을 타면 한 정거장 가서 갈아타고 또 한 정거장 가면 내려야 하는데,

걸어간다 해도 한 20분밖에 안걸릴 것 같으니 그냥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산울림 노래가 생각납니다.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걷다가 밤하늘 바라보았소~~"

어두움 속에서 아내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몸에 밴 알뜰함을 발휘합니다.

수퍼마켓 비슷한 것이 보이자마자 들어가더니 내일 아침 먹을 거리로 이것저것 챙깁니다.

난 참 결혼 잘했어!


이제부터는 숙소 이야기,

전형적인 일본 서민의 전통가옥입니다.

좁아요, 엄청 좁습니다. 바닥면적이 우리집 거실보다도 작은 것 같아요.

출입문을 들어오자 마자 조그만 전실같은 것이 있고(원래는 거실?)~~



그 안쪽에는 거실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원래는 방?).

저 뒷편에 보이는 곳에 화장실, 목욕탕, 세탁실이 있는데, 다닥다닥 붙어서 엉덩이 돌리기도 힘들다면 너무 과장이 심했나??



거실 옆에는 부엌이 있는데, 양팔 벌리면 벽에 닿습니다.

그래도 주인장이 인덕션 히터, 토스터, 전자렌지, 냉장고, 조리기구 등등 필요한 것은 다 챙겨놓았습니다. 

소금, 식용유만 빼고...



이층을 향한 폭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더블 침대가 두 개나 놓여있는 이 집에서 제일 커다란 안방이 있고~~



그 옆 방은 다다미가 깔려있는 맨바닥에 이불, 요, 베개 하나씩,

여기가 내 자리입니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일본방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자 요를 폅니다.



아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군요.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오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일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간단히 협의하고...

부엌에서 컵을 하나 갖고와 일본산 소주 한 잔 붓고, 일본산 맥주로 나머지를 가득 채워서,

순 한국식 피로회복제 소맥 한 잔 쭈욱~~

캬아, 조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