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서 가슴 설레는 일 중의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공부하고 계획세우는 일입니다.
이번에도 또 그런 기회가 왔습니다.
거기다가 이번엔 특별한 날까지 겹쳤으니 기쁨 두 배입니다.
3년마다 한 번씩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의 해일 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25년이 되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은혼식의 해이기도 한 것입니다.
12월 29일, 밤사이 눈이 펑펑펑펑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한 날, 신부님 앞에서 덜덜 떨며 맹세를 했던 그 날부터,
25년이 지난 오늘 이 때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낸 것도 부족하여 갈수록 정이 더 깊어지고 있는 우리 부부...
물론 그 모든 것이 다 아내 덕분이라는 것은 나 자신도 인정합니다.
보통의 평범한 여자들 같았으면 백번도 더 싸우고 이혼한다 헤어진다 난리가 났을 것인데 아내는 다 참아 넘기었습니다.
왜 그랬을거냐고요? 내 성질이 남들보다 훨씬 더 무지무지 더럽기 때문에....
11월, 어머니 49재(50일)를 마치고 나서부터 슬슬 발동을 걸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목적은 무엇으로 할까, 며칠이나 갈까???
중국, 타이완, 베트남, 미얀마, 아니 터키는 어떨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누구처럼 한 마디 툭 던집니다.
"일본은요?"
그래,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일본이 옆 나라이기는 하지만 꽤나 큰 나라인데,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홋카이도,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벳부....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처음하는 일본여행은 오사카가 가장 무난한 곳이라 하기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았고,
기간은 3박4일을 생각하다가, 기왕에 가는 것 조금 여유있게 보내자 하여 6박 7일로 결정했습니다.
장소와 기간을 정한 후,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비행기표 구하기,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일본여행은 저가항공사들 중에서도 피치항공이 가장 저렴하고 또 비행기표도 여유가 있더군요.
가는 편은 아침 7시 30분 인천공항 출발, 오는 편은 밤 8시 간사이 공항 출발,
오는 날 가는 날도 알뜰하게 이용하려고 최대한 이른 비행기로 가고 최대한 늦은 비행기로 오는 편을 예약했습니다.
잠은 어디서 잘까?
역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똑똑합니다.
딸아이 말이 '에어비앤비'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일반인들이 아파트나 개인주택을 숙소로 빌려주는 곳이다,
호텔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현지인들의 생활을 조금 더 가까이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여,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무지무지 많이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이 아파트더군요.
그러나 일본을 조금 더 알기 위해서는 개인주택이 더 나을 것 같아,
좁고 불편해 보이기는 하지만 마츠야마치역 부근의 전통 가옥으로 결정했습니다.
더욱더 기분 좋은 일은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5만원이나 깎아주었다는 사실!
출발일이 다가오자 주인장은 '지하철 역에서부터 집까지 찾아가는 길'을 상세히 적은 약도를 보내주더군요.
이젠 일정을 짜자.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대충 훝어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여러 여행책자를 비교해본 후,
'오사카 교토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을 구매했는데, 이것도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간사이 지방 여행가실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4편을 구매했는데, 방문지가 더 많이 소개되어 있는 3편이 더 나을뻔 했습니다.
일정표 짜기는 우선 날짜배분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오사카 이틀, 교토 이틀, 와카야마 하루, 나라 하루, 고베 하루로 결정하고,
세부일정을 짜는 데는 '무작정 따라하기' 책과 '오사카 주유패스' 안내서를 주로 참고하고, 다른 정보들은 양념으로 첨가했습니다.
자유여행이라는 것이 헤매는 것도 경험이고 재미이기는 하지만,
다섯 식구가 한꺼번에 헤매이다 잘못하여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기에 꼼꼼하게 짠다고 짜는데,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더군요.
물론 예산도 생각해야지요, 그냥 다니는 게 나은 지 일일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나은 지...
딸 아이는 점심밥, 저녁밥 먹을 곳과 메뉴를 챙겼습니다.
식사 때면 일정표상 어디에 있는 지 확인한 후, 근처의 맛집을 찾아내어 지도에 표시하고 일정표에 적어놓고...
그렇게 최종 일정표를 완성하고, 예산을 확정하고, 일일 패스사용 방안까지 확정했습니다.
1. 교통편
-. 교토 2일, 와카야마 1일 : 떠나기 전에 '간사이 스루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함
-. 오사카 2일 :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주유패스 난카이 확장판'을 구매하여 이용함
-. 고베 1일 : 우메다 역에서 '아리마 온천 다이코노유 패키지(한신판)'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함
-. 나라 1일 : 그때그때 표를 사는 것이 가장 좋음
2. 총예산
-. 국내 비용 : 항공권(142만원), 숙소비용(72만원), 간사이 스루패스(26만원)
-. 일본내 비용 : 교통비(4만엔), 입장료(5만엔), 식대(13만엔), 잡비(8만엔)
'간사이 스루패스 3일권'을 구매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12월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드디어 떠나기 하루 전날,
온 가족이 모여 하나하나 최종점검을 합니다.
현지에서 주의사항, 혼자 떨어졌을 때 대처방안, 숙소 찾아오는 방법, 헤어졌을 때 모일 장소,
짐보따리도 점검하고, 여권도 챙기고, 주유패스도 나눠주고, 항공권을 점검하는 데,
아이쿠 이런 세상에, 큰일 났습니다.
항공사에서 시킨대로 분명히 아이들 여권번호랑 여권 만기일을 수정하여 입력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수정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게 틀리면 비행기 탈 수 없고, 48시간 전까지만 수정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어찌할까, 혹시 비행기 못타면 어떻하나, 그러나 이미 시간은 밤12시가 다 되어 어디에 전화해 볼 수도 없고...
할수 없다. 그냥 공항에서 부딛혀 보자.
안 되면 못가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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