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간사이 가족여행

[간사이 가족여행] 3-2. 와카야마 - 키미이데라, 와카야마 성

상원통사 2017. 2. 26. 22:19

시계를 들여다 보니 벌써 오후 3시,

해 떨어지기 전에 키미이데라와 와카야마 성을 다 돌아보기는 빠듯할 것 같은데....

할 수 없다, 아깝지만 키미이데라를 포기하고 와카야마성으로 바로 가자,

막 출발하려는 121번 버스를 붙잡아 겨우 올라탄 후 한숨 돌리고 나니, 저기 오른편 산 밑에 절 비슷한 것이 보입니다.

저기가 키미이데라 아닐까? 갑자기 맘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책에는 관람시간이 30분으로 적혀있었지, 내려서 잠깐 들러볼까,

아니다 시간이 없다 그냥 가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겠어, 

그러다가 둘 다 놓친다 과감히 포기하자,       다 해봐야 30분이다 얼른 보고 내려오자,

머릿속에서 생각이 열 번도 더 왔다갔다 하다가, 과감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내리자!!!"

그런데 어라, 막상 내려서 쳐다보니 절이 저 멀리 산중턱에 있네요, 올라가는 것만도 족히 30분은 걸릴 것 같네,

에구구~~ 큰일났다, 정말로 봉도 채도 다 놓치는 것 아니야?

포기하고 그냥 가려 해도 다음 버스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그것도 난감하고,

어쩔 수 없다, 다음 버스 기다리느니 그냥 올라가자~~



철길을 지나고 ~~



먹거리 가게, 기념품 가게를 지나 ~~



절 입구 매표소에서 도착하여 입장권을 끊으려 하는데 돈 받는 사람이 없어요, 이렇게 반가울수가...

아마도 설연휴라 무료입장인 것 같습니다.

200엔 곱하기 5는 1,000엔 굳었네, 오늘 와카야마 여행은 온통 공짜 천지~~



계단, 그것도 경사가 상당히 급한 계단,

오르면서 헤아려보니 220개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인터넷 찾아보니 231개라 적혀 있습니다.

국민핵교 댕길 때, 광주에 가면 조선대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운동장에서 본관까지 올라가는데 계단이 요렇게 많습니다.

그 때엔 하도 힘들어 두어 번 쉬어가며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 곳도 다른 사람들은 쉬었다 오르는게 보통이지만,

난 쉬지않고 한 번에 올라가지요, 날마다 108배 한 덕에.... ㅎㅎㅎ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가면 일본에서 제일 큰 '11면 천수관세음보살상'이 있는데~~



사진을 못찍게 하니 요 안내판으로 대신합니다.

손이 천 개나 있어 중생들의 온갖 소원을 모두다 들어주실 수 있다는 천수 관음보살,

힌두교의 신들이 이렇게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 앞에는 복전 놓고 징(?) 울리고 복을 비는 곳이 있고~~



또 줄서서 종각 안에 들어가서 복을 비는 곳도 있습니다.



이 부처님(보살님?)은 쪼끔 심각하신 표정입니다~~



같은 부처님인데 이렇게 보니 완전히 달라보이지요?



키미이데라(紀三井寺, 기삼정사)

-. 770년 당나라에서 건너온 승려 이코 쇼닌이 창건함

-. 간사이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

-. 일본의 벚꽃 100대 명소에 빛나는 사찰, 약 500그루의 벚나무가 있음

-. '키미이데라'라는 이름은 일본 100대 명수로 선정된 경내의 3개 우물에서 비롯됨


그런데 이걸 어쩌나, 보면 볼수록 속이 엄청 상합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가운데가 뿌연 사진이 있어 처음에는 내가 잘못찍어서 그런가 했는데,

거의 모든 사진들이 다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이걸 어떻합니까....

쿠로시오 시장에서 카메라가 오작동하더니 그 이후 사진부터 이런 비극이 시작되었는데,

그래도 불행 중 다행,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는지 내일 오후부터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답니다.


여기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절로 치면 대웅전에 해당하는 건물인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



동전을 넣고 줄을 흔들어 징을 울리고 복을 빌고 ~~



또 한 쪽에서는 뭔가 접수하고 뭔가 사기도 하는 것이 조금 비싼 복비는 곳인듯 싶은데,

우리나라 절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여기가 그러니까 대웅전 내부인데 가만히 들여다 봤더니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부처님 앞에 뭐를 그리 줄레줄레 걸어놨는지 무당집은 저리 가라입니다.

그러고 보니 북치고 장구치면서 염불하는 소리도 무당 굿하는 가락과 비슷합니다.

바로 옆동네인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찰문화가 이렇게나 다를줄이야~~

예의상, 너무도 신성하게 모시고 있는 지라, 대웅전 내부 사진은 안찍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턱받이도 낯설고~~



모자도 낯설고 ~~



보살님 앞에 놓인 팩에 담긴 주스, 페트병채 놓인 음료수와 생수,

사방에 세워놓은 '나무자모관세음보살' 걸개글씨까지, 우리완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는 마음을 씻는 곳이렸다~~



때마침 구름사이로 빛이 내려옵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나 이리로 간다 모두에게 보여주면서 내려옵니다.

이 빛 한 줄기를 떼어다가 구중궁궐에서 그네타고 있는 노처녀의 마음 한가운데로 보내어,

지금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당이 있는 곳에 올랐다.  멀리 사이카자키(雑賀崎)와 그 앞바다가 보인다."

이렇게 말한 사람도 이곳에서 마을과 바다를 내려다 보지 않았나....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무서운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아까 내렸던 버스정류장에서 42번 버스를 타고 코엔마에 정류장까지 갑니다.

책에는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적어져 있는데, 차가 밀리고 꽉 막혀 40분이나 걸리는 길,

버스 기사 아저씨도 짜증이 나는 듯 급정거에 신호위반에 난폭운전,

그러나 우린 뒷자리에서 쉬지않고 얘기를 계속해주는 할머니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갑니다. 

난 고베에서 왔다, 1년에 한 번씩 이곳 키미이데라 절에 와서 기도하고 간다,

한국에서 왔다고? 나도 한국에 두 번이나 가봤다, 부산도 알고 서울도 알고...

일본의 할머니들은 처음보는 한국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참 잘해 줍니다,

우리 말이라곤 토씨 하나도 없기에 눈만 껌벅이게 하는 순 진짜 완전 오리지날 일본말로...



드디어 와카야마 성에 도착, 시간은 벌써 5시가 다 되어 갑니다

5시까지 입장, 5시 30분까지 관람 가능, 발걸음을 재촉해야 합니다.

여기는 성곽 북쪽에 있는 해자이고~~



지금 건너는 이 다리 이름은 '이치노하시'이고, 앞에 보이는 문 이름은 '오테몬'입니다. 

1909년에 무너져, 오테몬은 1982년에 재건했고, 다리는 1983년에 다시 놓았답니다.



안으로 쭉 들어가면 ~~



조금 못생긴 호랑이상이 나오는데, 그 아래에 '도라후스(虎伏, 호복)'라 적어져 있습니다.

이 곳 산의 형상이 바다쪽에서 보면 꼭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도라후스산이라 이름지었고,

그래서 와카야마 성은 '도라후스성'이라는 별칭이 생겼답니다.



조금 더 지나면 '銀明水(은명수)'라는 비석과 땅에 바짝 엎드린 작은 지붕이 있는데,

옛날에 쓰던 우물로 보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나, 오르막길을 오르니~~



와카야마성(和歌山城, 화가산성)

-. 1585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동생 하데나가에게 명령하여 창건한 성

-. 1600년 아사노 요시나가가 대규모 증축

-. 천수각, 혼마루, 니노마루, 니시노마루 등으로 구성


드디어 와카야마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면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구나,

별로 기분은 좋지 않지만 역사는 역사이니 그대로 받아들여야지요.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천수각

-. 원래는 벽에 검은 판을 붙였지만, 1798년 흰벽으로 개조

-. 1846년 낙뢰로 소실, 1850년 재건

-. 1945년 7월 9일 와카야마 대공습으로 소실

-. 1958년 콘크리트로 복원

-. 3층의 대천수, 녹나무문, 니노고몬성루, 소천수 등으로 구성됨


와카야마 성의 중심인 천수각이 나오는데, 2차대전 말기에 미군 비행기의 공습으로 불타버렸답니다,

그대로 둘 수 없어 재빨리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니...

아니, 다음에 있을 공습(?)에 대비해서 튼튼하게 지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에게도 그렇게 복원된 건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역사를 이런 식으로 복원한 현장을 보니 조금은 씁쓸합니다.

내가 왜 남의 나라 걱정까지 해주고 있지???



폭격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 대목에서 상식 한 가지,

김태우님의 <폭격,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이라는 책을 보면,

6·25때 미군이 어떻게 폭격을 했었는지에 대해 실제 전투에 참가한 미군 조종사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온답니다.

처음에는 조금 가려가면서 폭격을 했지만 중공군에게 깨지고 나자 점점 그 도를 더하여,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과 민간 건물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답니다.

흰옷입은 사람도 잠재적인 적이다, 무조건 쏴라!

초가집일지라도 차후에 적군이 사용할 수 있다, 무조건 폭격하라!

그러니 노근리 대학살도 미군의 실수가 아니라 작전의 일부였겠지요.

북한 주민들이 미군을 미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때의 공습이 워낙 처절했고 지긋지긋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6·25때 퍼부은 폭탄이 2차대전 전체기간동안 퍼부은 폭탄만큼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했는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좌빨들의 이야기일뿐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조중동도 칭찬했던 책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산 역사랍니다.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제19회, 김태우-미군의 공중폭격과 한국전쟁' 편을 들어보세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곳 와카야마도 그렇게 폭격을 당하지 않았을까~~




천수각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현재 역사전시실로 이용하고 있는데,

신년이라 인절미와 귤을 켜켜이 쌓아놓은 노적(?)과 예쁜 꽃으로 장식한 화병이 먼저 보입니다.



임진왜란때 왜놈들은 온통 이런 모자만 쓴 줄 알았더니~~



요런 모자도 쓰고 왔나 봅니다, 내가 좀 무식해요~~



요런 갑옷을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이런 창을 들고 ~~



이런 총을 어깨에 매고 쳐들어 와, 우리 백성들 코베고 귀베어 갔을 것을 생각하니....




멀리 서녁하늘에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반달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해입니다, 해!!



모두들 그 장면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큰 딸아이가 안보이네요, 또 어딜갔나~~



아하, 왜놈들 까불지 못하게 미리 선수치려 내려와 있군요.

쨔사들아, 느그들 한 방이면 훅~~ 간다!!

우리 구분합시다, 왜놈과 일본사람은 다릅니다.

짱꽤와 중국인, 양놈과 서양사람이 다르듯이... 



입장권과 함께 준 설명문을 보니 왼쪽이 '텐슈니 노고문'과 '니노고몬 성루',

복도를 지나 오른쪽이 '이누이 성루'인 것 같고~~



여기는 또 무슨무슨 마루인 것 같고~~



여기 멋지게 보이는 현대식 건물은? 글쎄요, 난들 어케 알갔시요,

그냥 멀리에 켜켜이 쌓여있는 산들과 어울려보여 한 방 찍었습니다,



그렇게 건성건성 둘러보고 꼭 좋은 기분만은 아닌 기분으로 밖으로 나와~~



원래 들르려고 했던 부라쿠리쵸 상가 쇼핑은 취소하고, 대신 신사이바시역으로 가서~~



상점가를 둘러보았으나 역시 문닫은 곳들이 많아~~




대충 보다가 저녁먹으러 들어왔는데~~



이곳 고기덮밥집은 그래도 내 입맛에 좀 맞습니다.

맵고 짜고 톡 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밍밍한 일본음식은 조금~~



저녁식사를 마친 아내가 또 다시 쇼핑하러 가야한다고 합니다.

뭐하러 가요?            선물사러요.

어디에 쓰려고요?      돌아가면 하나씩 나눠주려고요.



뭐를 사려고 그래요?        500엔짜리~~~~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오늘은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정탐(?)하러 나왔습니다.



그렇지요, 알뜰한 아내가 함부로 물건을 살 사람이 아니지요.



우선 시험해보고 효과가 있는 것만 사겠다고 딱 한 개씩만 골라서 사온 아내,

많이 걸어 얼얼한 발바닥엔 '휴족시간'을 붙이고, 조금 시큰거리는 무릎엔 '동전파스'를 붙이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결 낫습니다.

'휴족시간'과 '동전 파스'는 괜찮습니다, 일본 가시면 하나씩 사와서 선물하세요,

너무 많이 사와서 이사람 저사람 다 나눠주고 그래도 남은 것이 있으면 저한테도 하나 보내주시고~~ ㅎㅎㅎ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