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지순례

40. 에필로그 & 수지성당

상원통사 2016. 2. 4. 00:24

시작은 지극히 세속적인 욕심이었습니다.

장롱 속에서 잠들고 있는 카메라가 아까워 어떻게 하면 써먹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사진도 찍을 겸 천주교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슬쩍 건넸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을 사오는 것입니다.


하아, 근데 책을 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천주교 성지라면 서울 시내에, 아니 멀어봐야 경기도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주도, 추자도까지 포함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111곳이나 있더군요.

좀 많기는 하지만 기왕에 꺼낸 말이니 시작이나 해보자, 덕분에 전국 일주 하겠구나....

그렇게 하여 2011년 12월 4일 '명동성당'에 첫 발을 내디디며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지나자 아내는 찍어온 사진을 묵힐게 아니라 블로그를 만들어 순례후기를 올려보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서툰 솜씨지만 한 편 한 편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냥 사진만 올릴 수 없어 몇 줄씩 적다보니 자연히 공부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점 의문이 들더군요.

적게는 만 명 많게는 삼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름자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갔는데,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했기에 감히 목숨까지 내던졌을까?


그 의문은 글자 한 자를 알면서 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식하게도 여태까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에서 '존'자가 '있을 存'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높을 尊'이더군요.

이 세상에 나보다 더 귀하고 높은 존재는 없다,

이렇게 귀하고 또 귀한 '나'이기에 행복해야 한다,

그 행복은 움켜쥐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려놓으면서 얻어진다,

그들은 목숨마저 내려놓았기에 고통속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며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가지려고만 했고 얻으려고만 했습니다.

더이상 얻을 희망이 없어지면서 나 자신을 자학하기 시작했고 사는 것도 재미가 없었는데,

내려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면서부터 '행복'이란 단어가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만 4년이 지난 2015년 12월 20일, '경북 경주 진목정'에서 111번째 성지순례를 마무리했습니다.

5년 계획으로 시작했는데 1년을 앞당겨 끝낸 것입니다.


성지순례를 시작하고서 나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살아있다는 데 감사하고, 하루 하루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헛되이 하루를 보내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무사히 잠들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를 변하게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비록 사탄띠이기는 하지만 나도 세례는 받았습니다.

우리집 건너편에 보이는 수지성당에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지성당을 소개하며 천주교 성지순례를 마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수지 성당

  -. 1994년 신갈성당에서 분리(90세대, 290명)

  -. 2001년 현 위치의 신축성당에 입당

  -. 상현동 성당, 동천동 성당, 성복동 성당, 신봉동 성당, 이현 성당을 분가시킴

  -. 10,000명 이상 빠져나갔지만 아직도 신도수가 7,000명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성당입니다. 





<야외의 성모님이 작년에 수난을 당했습니다.

  글쎄 트럭이 후진하다가 그만 꽝~~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지금의 성모님은 신자들의 "묵주기도 백만단"과 함께 새로 모신 상입니다.>




<그 앞에서 사진도 한 컷!>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사제관이고 뒤에 보이는 건물이 수녀님 사시는 곳입니다.>



<주차장 한켠에는 '연령기도실'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여기서 장례를 치뤘는데,

  연령회 회원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정성에, 많은 신도들의 진심어린 연도에 내 자신이 감탄했습니다.

  그날 이후 절에 다니시던 어머님도 개종을 하여 지금은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계십니다.>




<성당 정문으로 들어가면 예수님이 우릴 반겨주시고 ~~>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베르뇌 카페(수지다방?)가 있습니다.>



<3층에 올라가면 대성당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분가를 많이 한 덕에 요즈음은 좀 낫습니다.>






<오늘은 마침 미사 후 유아세례가 있어 아직도 북적이고 있습니다.>



<좌우 벽면에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숫자를 형상화 한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꾸민 것이 많지 않아 평범하게만 보이는 수지성당,

근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이곳 인구가 늘어날 건덕지가 없는데 신도수는 계속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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