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지순례

39-2. 진목정 성지

상원통사 2016. 1. 20. 22:48

갈 之자로 수십 번은 왔다갔다하며 넘어갔던 산을 다시 넘어와

오가는 차도 몇 대 없는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가 도달한 곳,

111번째 마지막 순례지 '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에 있는 진목정 성지입니다.

 

진목정

"경주 산내면의 산중에 위치한 진목정은 1860년 경부터 교우들이 모여 살았던 대표적인 신자 마을로

 다블뤼 주교를 비롯한 영남의 전교 신부들이 이곳의 사목을 담당했다.

 박해를 피해 진목 공소 근처의 범굴에 숨어 살던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 등이

 울산 장대벌에서 순교하여 그 시신이 진목 공소 뒤편에 묻혀 있었다.

 이들의 유해는 대구의 감천리 천주교 묘지를 거쳐 1973년 10월 19일에 현재의 묘소의 복자 성당으로 옮겨 모셔졌다.

 현재 이곳에는 천주교 진목공소가 있고, 그 뒤에 세 분 순교자가 묻혀 있던 자리인 허묘가 있다."

 

<진목 삼거리에서 '순교자 성당' 이정표만 보고 왼편으로 한참을 올라왔는데 아무 것도 안보입니다.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가다 보니 이 이정표가 있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이곳이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 세 분이 원래 묻혔던 곳입니다.>

 

 

 

<순교자 묘에서 나와 큰길로 올라오다 보니 공사현장이 보입니다.

  순교자 성당 공사를 하다가 시공사가 부도나서 중단되었답니다.>

 

 

<이제 오던 길로 되돌아 진목삼거리까지 가서 오른쪽 길로 조금 가니,

  동네 입구 즈음에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게 기와 담장을 한 진목 공소가 보입니다.>

 

 

<기와도 새로 얹었고 담장도 새로 하고 대문도 새로 이었을 뿐 아니라,

 마당도 깨끗하게 쓸어져 있어 누군가 돌보고 있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진목 공소는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예로부터 쓰던 성모상과 예수 성심상이 공소를 지키고 있고,

 대들보에는 천주강생 1957년이란 글씨가 쓰여 있어서 이 공소의 역사를 말해준다." 

 

 

 

<안팎은 깨끗하게 정리는 되어있지만 건물 자체는 무척 헐었습니다.

  문창살도 다 떨어졌고 창호지는 몇 겹으로 발라져 있고...>

 

 

<그렇게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동네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성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시면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알고 보니 이 내외분이 이곳 공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가꾸고 계십니다. ~~>

 

 

<용인 수지에서 왔다고 하니까 먼곳에서 왔으니 집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붙잡으십니다.

  지금 이 공소는 사용하지 않고 산내성당으로 다니고 있다,

  지금은 몇 가구밖에 안남았지만 예전에는 그래도 많이 살았다,

  이 공소도 직접 지었고, 윗쪽 순교자 묘소의 비석도 직접 짊어지고 십리도 넘는 산길을 걸어서 왔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르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예쁜 폭포(?)가 있어서 한 컷!

  가깝다면 이곳에 와서 살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자식들 4남매는 모두 외지로 나가고 지금은 내외분 둘이서만 사시는 곳,

  두 분 다 금년 80이 넘으셨는데 할머니는 만주에서 나셔서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니셨고,

  성당 다니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했는데 소원대로 지금의 할아버지를 만나셨답니다.

  할아버지는 3대째 천주님을 모시고 계신다니 조상님은 박해시절 때부터 천주교 신자였던 것입니다. ~~>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 한 가지,

  이분들은 진심으로 예수님을 믿고 성모님을 받들고 계시는구나,

  많이 배워서가 아니라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믿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

  그 옛날 순순히 목숨을 내놓은 이름 없는 수많은 순교자들도 이분들과 같지 않았을까....> 

 


"우리 교회에는 적게는 만 명, 많게는 삼만 명의 순교자가 계시지만

 우리가 이름 정도라도 알고 있는 순교자는 약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곳곳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이름없는 순교자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름도 없이 숨져갔는지 자못 궁금했었는데,

오늘 이 분들을 만나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성지순례를 마치는 마지막 날, 마지막 순례지에서 나는 큰 의문을 풀었습니다.

그 옛날 이 땅에서 바로 이런 분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켜오셨던 것입니다.


꼭 다시 한 번 오라고 마당까지 나와서 전송하시는 노부부,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들르겠다고 했지만 사탄띠가 실천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진목정 성지를 마지막으로 4년에 걸친 111곳의 성지순례를 모두 마쳤습니다.

성지순례를 시작한 후 난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행복을 알고 고마움을 알고 사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주고 나를 이끌어준 아내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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