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인 하루였습니다.
강남역에서 지하철에 올라 의자에 앉을 때엔 분명히 손에 쥐고 있던 신용카드가
신림역에서 내리려고 보니 사라지고 없어, 가방, 호주머니, 지갑, 모자, 신발 속까지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서 지상으로 나오는데 그새 얼이 빠져버렸는 지
김밥파는 곳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쳐 눈 앞에 보이는 버스에 올랐고,
종점까지 간 버스에서 내려서는 반대 방향으로 500m쯤 갔다가 되돌아와야만 했으니
아내가 없이 홀로 나선 오늘의 여행은 캔디 생각이 납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관악10번'을 타고 종점에 내려서
관악구 민방위 교육장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여기는 민방위 교육장, 그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러나 이정표가 없어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다가, 친절한 부부가 아르켜 준 길로 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
<이내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에서 내리막길을 택했는데, 갈수록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마침 호압사로 가는 이분을 만나 물었더니 뒤따라오라 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숲속의 미아가 될 뻔 했습니다.
이정표 하나 없는 불친절한 관악구!!!>
<같은 곳에서 찍었는 데 이 사진은 조금 삭막한 도시 느낌이 나고 ~~>
<이 사진은 가을냄새가 많이 묻어나오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ㅎㅎㅎ>
<조금 더 걷다 보니 ~~>
<길을 건너 가을산으로 오르는 무서운 뱀도 보고 ~~>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무서운 말벌도 보고 ~~>
<밤 한 톨을 입에 물고 나무에 오르는 청설모도 보고,
장끼(꿩)도 한 마리 봤는데 워낙 빨라 미처 셔터를 누를 틈도 주지 않고 도망가버리더군요>
<이 동네 산길은 왜 이렇게 갈림길도 많은 지, 거기다가 이정표도 없습니다.
그러니 초행인 내가 헷갈릴 수밖에 없지요.>
<하여튼 어찌어찌 하여 이곳까지 오니 겨우 호압사란 화살표가 보이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드디어 호압사가 나옵니다.>
호압사(虎壓寺)
"조선의 도읍을 서울로 정하고 궁궐을 짓는 과정에 태조의 꿈속에
반은 호랑이이고 반은 모양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건물을 들이받으려고 하여 군사들로 하여금 화살을 쏘아댔지만
괴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러차례 짓던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 꿈에서 깬 태조는 무학대사를 불러 말을 전하였고,
무학대사는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암산(虎岩山)에 호압사를 창건하게 되었다."
<예전엔 어땠는 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리 크지 않은 호압사인데 ~~>
<장난기 가득한 아기부처님이, 헤매인 끝에 이곳에 겨우 도착한 나를 반겨줍니다.>
<약사불을 모신 약사전, 이 절의 대웅전에 해당합니다.>
<절 앞 마당에는 500년 묵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고 ~~>
"이곳은 호압사 경내이자 사유지로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개방한 공간입니다.
호압사를 지나시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고
건강과 행복이 충만한 매일이 되시길 축원드립니다." - 호압사 주지 합장 -
<옆으로는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숲속 쉼터가 있습니다.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호압사!!!>
호압사 포대화상
"포대화상님은 체구가 크고 배가 불룩하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니시고 항상 서민들과 함께 하시면서
특히 어린이나 노인, 병약한 분들에게 복과 덕을 베푸시는 스님입니다.
전설에는 배를 만지면 부자가 되고, 귀를 만지면 장수하며, 머리를 만지면 총명해진다고 합니다.
포대화상님의 원력으로 모든 분들이 복덕구족하고 평안하며, 소원성취 하시길 기원합니다." - 호압사 주지 합장 -
<호압사를 나오면 또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편의 '서울대 입구' 방향으로 가면 ~~>
<약수터가 나오고 ~~>
<커다란 바위를 타고 넘는 약간 험한 내리막길을 따라가다가 ~~>
<아차 하는 순간 또 길을 잘못들어 관악산이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빠꾸~~>
<어찌어찌 하여 정자가 놓인 평평한 터를 찾았고 ~~>
<조금 더 내려가니 예전에 왔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천주교 삼성산 성지!!!>
<이곳엔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한
성 라우렌시오 앵베르 범(范) 주교, 성 베드로 모방 나(羅) 신부, 성 야고보 샤스탕 정(鄭) 신부의 묘소가 있고 ~~>
<구상 시인의 시비가 있습니다.
"님들의 피로서 증거한 복음과 함께
님들의 자취도 이땅에 영원 하오리"
<둘레엔 십자가의 길이 있고 ~~>
<입구엔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기념비가 눈에 띄입니다.
"성지는 교우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발전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호압사가 있는 정도의 산 속에 절과 성당과 교회가 있다면,
10년쯤 흐른 뒤에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삼성산 성지에서 내려와 차가 다니는 큰길을 건너 삼성 뜨란채 아파트 301동을 지나서,
오른쪽 오솔길로 들어서면 '관악산 둘레길 3구간'에 해당하는 코스가 나오는 데 ~~>
<한참 걷다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 잠시 쉬며 먹을 것을 꺼냈습니다.
큰 아파트 단지가 두 개나 있어 짜장면 집이나 분식집 정도는 하나 있겠지 생각했는 데,
겨우 발견한 것은 조그만 슈퍼 하나,
그러나 삼각 김밥마저도 없어 막걸리 한 병과 삼립빵 두 개를 샀는데,
막상 마시려고 보니 컵이 없어 막걸리를 병나발 불며 마른 빵을 우걱우걱 씹었습니다.>
<막걸리 한 병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다시 걷기를 시작 ~~>
<동네가 보이는 찻길을 지나고 ~~>
<신림6배수지 공원을 지나고 ~~>
<남강고등학교 담장을 지나고 ~~>
<제대로 가는가 싶었는 데 ~~>
<갈림길에서 또 다시 길을 잘못 들어 ~~>
<엉뚱한 곳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반가운 장면을 만나서 사진 한 컷!
89년도 처음으로 차를 샀을 때엔 어찌나 좋았던지 차 덮개까지 준비했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그것을 다시 보니 옛생각이 나서 새삼스럽습니다.>
<다시 뒤 돌아와서 쉼터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께 호림박물관을 물어 보고 ~~>
<알려준 대로 갔는 데 뭔가 또 이상합니다.>
<그래도 동네가 보이기에 무작정 내려가 ~~>
<휴대폰의 네비게이션을 켜고 동네 길을 걷다보니 ~~>
<드디어 호림박물관이 나옵니다.
그러나 문을 닫았기에 들어가 불 수는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신림역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헤매이다 끝낸 오늘의 걷기여행,
길을 걷다보면 헤매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아내가 옆에 없어 허전하고 외롭기는 했지만....
'행복한 걷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서오릉 (0) | 2017.06.07 |
---|---|
22. 여의도 한바퀴 (0) | 2017.04.16 |
20. 남태령고개 넘어서 우면산으로 (0) | 2015.09.01 |
19. 창의문-인왕산-숭례문 (0) | 2015.06.04 |
18. 금호산-매봉산-달맞이공원-응봉산 (0) | 201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