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뙤약볕엔 숨쉬기마저 힘이 들어 꼼짝도 않고 쥐죽은 듯 지내다가,
이젠 조금 나아졌으리라 싶어 오랫만에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남태령 옛길에서 시작하여 우면산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관문사거리 부대앞' 버스정류장에 내려 남태령고개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왼편으론 버스 다니는 큰 길이 있고 그 오른편에 옛날 신작로길이 나오는 데,
어느 집 앞 자그만 공간에서 포도가 영글어가는 모습이 우선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여기까지만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되어 있고 그 다음부터는 걷는 길 ~~>
<민가도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다.>
남태령 옛길
"남태령은 오래전부터 서울과 수원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18세기말 정조가 수원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릉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지나면서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정조는 과천관아의 이방에게 이 길의 이름을 물었고,
이곳의 명칭이 '여우고개'라고 할 수 없어 둘러댄 것이 남태령이었고,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전설이 있다.
~~ 옛날에는 사람 한 명 지나기 어려운 아주 좁은 길이었고,
조선시대 선조들에게는 한양에서 삼남(충청, 전라, 경상)으로 통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이제 숲으로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
과천루(果川樓)
"남태령 옛길에 위치한 과천루에 서면 좌우로 청계산과 관악산이 감싸고 있는 과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과천8경 중 제5경 남령망루(南嶺望累)는 '남태령 망루에서 바라보는 과천'을 말한다.
조선후기의 학자 신경준은 '길에는 주인이 없다.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남태령 옛길은 한양에서 삼남으로 통하는 중요한 관문으로, 물산이 가는 통로이자 과거 보러 한양 가는 길이었다."
<과천루가 나오는 데 너무 낡아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놓았습니다.>
<과천루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길을 가다보니 ~~>
<근처에서 벌을 키우는 분이 놓아 먹인 닭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갈림길에서 왼쪽의 좁은 길을 택하라 하여 그대로 따라 가는 데 ~~>
<아직까지는 사람 그림자마저도 보이지 않는 아주 한가한 길입니다.>
<아무도 없기에 길거리에 앉아 점심상을 차리는 데,
메뉴는 김밥 두 줄과 얼음물 한 병!>
<이제 뱃속도 채웠으니 또 걷기 시작합니다.
이걸 참호(?)라고 하던가, 군데군데 여기저기 많이도 파놓았습니다.>
<조금 편평한 너른 곳엔 헬기장도 있습니다.>
<이곳도 참호인데 서울시와 군부대가 합작으로 뚜껑을 덮어놓았답니다.
'친환경 참호'라고 씌여있던가???>
<군대 이야기는 재미없고, 꽃은 보기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드디어 사람을 만났습니다.
길에 들어선지 1시간 반 만에 처음으로 앞서 가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여기서도 왼쪽길로 들어서라고 하기에 왼쪽길로 가는데 조금 더 가니 또 갈림길이 나와서,
동네 사람인듯한 분에게 물어봤더니 오른쪽 길로 가야한답니다.>
<되돌아 나와서 오른쪽 길로 가는 데, 산이 가파른 게 영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꽃구경도 하면서 ~~>
<계단도 오르면서, 숨도 헐떡이면서 ~~>
<올라보니 전망대가 있는 데, 전망이 별로입니다.>
<아마 산허리로 돌아가도 되는 길인데 그분이 꼭대기를 넘어가도록 길을 잘못 가르쳐 준 것 같습니다.
전망대에서 한참 내려가니 군부대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
<군부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
<드디어 책자에 나오는 지명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유점사 쉼터'이고, 뒤로 가면 범바위 입구, 앞으로 가면 서초약수터, 소망탑....>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서는 데, 무서운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지역은 과거 지뢰매설지역으로 2012년도 군에서 지뢰제거를 실시하였으나,
유실 또는 미 제거 지뢰로 인한 사고발생 위험이 있어 접근을 금지하며 ~~">
<'지뢰'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는 지, 산사태 막으려는 시설도 군사시설로만 보입니다.>
<흐리지만 한강이 멀리 보이네요>
<이젠 계단이 계속되는 데 계단에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시작은 1번이고 저 위에는 270번, 우린 쉬지않고 올라갔습니다.>
<계단을 다 올라 조금 더 가니 드디어 소망탑이 보입니다.>
<그냥가기 서운하여 주위에 흐트러진 돌들을 모아 나도 탑을 하나 쌓았습니다.>
<높이는 별 것 아니지만 15층이나 되는 석탑입니다. ㅎㅎㅎ>
<소망탑에서 조금 더가면 전망대가 있다고 했는 데, 아무리 찾아도 전망대는 사라져버리고 ~~>
<그 나머지 길도 책을 보고 잘 찾아간다고 갔는 데 ~~>
<갈림길에서 또 길을 잘못들어 부렀습니다.>
<길을 잘못 든 덕에 서양영화에나 나옴직한 대저택도 보고 ~~>
<평창동에서 보았던 좋은 집들을 이곳 양재동에서도 구경했습니다.>
<좋은 동네는 유치원도 예뻐요~~!>
<그렇게 내려오니 한참 공사중인 건물들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이고,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우린 마을버스를 타고 양재역으로 향했습니다.>
날이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이젠 걸을만 합니다.
틈나는 대로 걷고 또 걸어서 뱃살을 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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