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돌아다니질 못해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움츠려들었기에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바람도 쏘일겸 꽃구경 가자고 아내를 꼬드겼건만,
성당에 무슨 봉사활동하러 가야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기에,
할 수 없이 혼자 나서는데 마음은 반쯤 삐쳐 있습니다.
난 결혼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오늘은 남산에서 동쪽으로 한 뿌리가 뻗어나와 올망졸망한 동산들을 이뤄놓은 동네를 걸어보려 합니다.
우선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에 내려 남산타워 아파트를 가로질러 올라가면,
아파트와 뒷산 사이에 있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포도가 나오는데,
아직은 때가 이른지 길가의 개나리엔 이제야 꽃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꽃이 많이 보이게 찍었는데도 요만큼밖에 안됩니다.>
<그러나 서울 방송고등학교 옆 산책길로 들어서니, 산수유꽃은 봄이 이미 가까이 왔음을 말해줍니다.>
<저 아래에서는 시끄러운 소음과 더불어 아파트 공사가 한참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꽃망울을 터트리며 제 할 일 다하고 있는 산수유!>
<여기 이 산은 '금호산'인데 공원 이름은 '응봉근린공원'입니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꽃들을 찾아보며 쉬엄쉬엄 가다보니 ~~>
<조명명소가 나오는 데, 황사때문에 전망은 조금 흐립니다.>
<이제 금호산(응봉근린공원)을 한 바퀴 다 돌고서 오던 길로 되돌아나와 ~~>
<매봉산에 들어서니 꼭대기에 팔각정이 있습니다.
"응봉과 매봉은 둘 다 매와 관련 있는 이름인데 그 유래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나는 이곳의 지형이나 산세가 매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에 역대 임금들이 이곳에서 매사냥을 즐겼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교과서에 봤는지, 노래가락으로 들었는지, 둘 다 맞는 지 잠시 헷갈립니다.>
<꽃이 있고 ~~>
<새가 있고 ~~>
<물이 있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상징, 아파트가 있습니다.>
<오늘은 아니고 나 떠난 뒤에라도 꽃망울을 예쁘게 터트려 주시라고 ~~>
<매봉산 산신령께 기도하고 달맞이 공원으로 향합니다.>
<매봉산을 내려오는데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넘었습니다.
아파트로만 잔뜩 둘러싸인 동네에서 한 끼 때울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순대국집에 들어가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벽에 걸려있는 신문 기사(2010년 2월 5일 매일경제)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어르신들에게 국밥 공짜
옥수동 달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탁자 6개의 순대국집,
하루 200그릇 쯤 팔리지만 그 중에 몇 그릇이 공짜인지 함씨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어쩐지 순대국이 맛이 있더라~~!!>
<우리 생각엔 착하디 착한 일이지만 대수롭지 않은듯 사진마저도 찍기 싫어하시기에 옆모습만 담고서 ~~>
<밖으로 나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가게 모습을 한 컷 담았습니다.
「함흥순대국」
주소 : 성동구 금호동 4가 1526(성동구 매봉길 22)
전화 : 02-2281-6246(아니면 2282-6246)
혹시나 지나는 길이 있으면 들러보세요.
맛도 여느 순대국집 못지 않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달맞이봉을 찾아가는데, 말로 하기 쪼끔 복잡하니 알아서 자알 찾아 보세요>
<달맞이봉이란 예전부터 정월 보름에 이곳에서 달맞이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공원 꼭대기 전망 좋은 곳에 서서 내려다보니, 저 위에서 저 아래까지 한강이 다 보입니다.
이제 황사가 조금 옅어졌는 지 시야도 더 트였습니다.>
무쇠막
"무쇠막은 조선시대 때 주철을 녹여 무쇠솥, 농구 등을 주조해서 국가에 바치거나 시장에 내다 파는 야장들과
대장간이 많은 지역으로 이곳을 무수막, 무쇠막, 무시막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전에는 '왕십리 배추장수'와 함께 '물쇠골 솥장수'라고 일컬어 왔으며
무수막, 즉 수철리를 한자음화해서 '금'은 철(鐵)에서 인용하고 '호'는 수(水)를 인용하여 '금호동'이 되었다.
이곳은 옛날 토지가 비옥하지 못하고 경작지도 적지만 주민들이 근검하기 때문에 토지를 잘 활용해서
과수원을 경영하여 복숭아가 많이 산출되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달맞이 공원을 내려와 한강변을 걷다가 응봉산으로 가는 길목에 '무쇠막 표석'이 있습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금호동에 있는 외삼촌 댁에서 몇 달 학교에 다녔었는데,
그 '금호동'이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 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안내판도 없고 입구도 초라한 데 ~~>
<조금 들어서니 개나리꽃이 장관입니다.>
<아까 달맞이 공원에서 보았던 응봉산의 노란 꽃들은 산수유가 아니라 개나리였습니다.>
<벚꽃만 화려한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개나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아니지요, 머리 위에서 며칠만 반짝하는 벚꽃보다,
눈높이에서 오랫동안 자태를 뽐내는 개나리가 오히려 더 화사한 꽃인줄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일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꽃구경하기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었는데,
성동구청에서 이렇게 화려한 꽃잔치를 준비놓은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작년 봄 나들이에선 석촌호수의 벚꽃으로 봄을 만끽했는데, 오늘은 응봉산의 개나리로 봄기운을 가득 담았습니다.
봄엔 집에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손해입니다. ㅎㅎㅎ>
<여기는 응봉상 정상의 팔각정 ~~>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강도 잘 보이고 ~~>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30여년 전 다녔던 학교도 보입니다.>
<벚꽃만 봄꽃이라 착각하지 마세요,
수줍은 듯 화려한 개나리 곁에 다가가면 눈이 취하고 마음도 취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실 겁니다.>
<요건 뽀오나쓰로 한 컷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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