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지순례

33-1. 우곡성지

상원통사 2015. 6. 9. 21:21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성지는 내일 가면 다 가는 것 같다.

 다른 곳은 하룻밤씩 자야하니 힘들겠고, 마지막이니 내일 엄마 아빠랑 가보는게 좋지 않겠니?"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더니 둘째와 셋째는 두 말도 않고 동의했지만,

큰아이는 '너무 촉박하여 알바를 대신 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빼놓고,

네 사람만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에 있는 '우곡 성지'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여행하는 것도 참 오랫만입니다.

 

우곡성지

"우곡 성지는 한국 최초의 수덕자로서 '칠극'의 가르침을 따라 천주교 수계생활을 28년동안 이어온

 농은 홍유한(1726~1785) 선생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농은 선생은 명문가 풍산 홍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학문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16세 때부터 유명한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문하에서 학문을 정진하였다.

 그러다가 1750년경부터 성호 이익 선생의 제자들과 함께 천주실의, 칠극 등 서학을 연구할 때,

 그는 다른 제자들보다 깨달은 바가 남달리 커서 1757년경에는 서울의 살림을 정리하고

 충청남도 예산으로 내려가서 칠극에 따라 18년 동안 혼자 천주교 수계 생활을 하였다."

 

<성지로 오르는 길은 외길, 그 끄트머리가 이곳 우곡성지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음을 떼자 성모님이 예수님을 안고 계시는 모습이 보이고 ~~>

 

 

<조금 지나면 '칠극의 길'로 가는 다리가 나옵니다.>

 

 

"'칠극(七克)'은 스페인 출신 예수회 회원 판토하 신부가 쓴 교리서로 1601~1610년 사이에 중국 북경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일곱 가지 죄의 뿌리인 '칠죄종(七罪宗)'을 이겨내고 하느님의 나라로 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리서이니,

 곧 '하늘에 닿아 있는 층계'(창세 28,12)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겸허한 마음으로 교만을 이겨내자

 2) 사랑으로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자

 3) 나눔과 섬김으로 인색함을 이겨내자

 4) 인내심으로 분노를 이겨내자

 5) 절제된 생활로 탐욕스런 마음을 이겨내자

 6) 정결함으로 음란함을 이겨내자

 7) 부지런함으로 게으름을 이겨내자"

 

 

 

"농은 홍유한 선생의 수덕생활을 기억하고 본받기 위해,

 우곡성지의 이 성당을 칠극성당(七克聖堂)이라 이름한다."

 

 

<아내와 둘째는 미사에 참석하고, 나와 막내는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전해들으니 신부님 말씀 왈,

  신도가 참석하여 같이 미사를 올릴 수 있는 날은 1년 중 10~20%밖에 안되고,

  대부분 신부님 혼자서 미사를 올리는데, 오늘은 너무 많은 분이 오셨다고 하셨답니다.>

 

 

<아들과 난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니 ~~>

 

 

<청소년 수련장에 들어온 학생들을 위한 수영장도 있고 ~~>

 

 

<쉼터도 있어 잠시 앉아있는데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뻐꾹, 뻐어꾹, 뻐어꾸우욱~~"

  아들녀석은 뻐꾸기 소리가 처음이라며 신기해 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나도 참 한심한 아빠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꽉 채웁니다.>

 

 

<홍유한 선생 묘소 가는 길엔 그 분의 동상이 모셔져 있고 ~~>

 

 

<"홍유한 후손 순교자 현양비"가 있는데 ~~>

 

 

<신유박해(1801) 때 5분, 기해박해(1839) 때 6분, 병인박해(1866)때 2분 등 13분이 순교하셨으니,

  홍씨 가문의 한 계열이 거의 멸족 수준입니다.>

 

 

 

<그 묘소 뒷편으로 십자가의 길이 있어 오르는 데 ~~>

 

 

<다른 성지들은 이쯤이면 돌아가는 길로 접어드는데 이곳은 그런 기미도 안보이고 ~~>

 

 

<날은 더운데 경사는 갈수록 급하니 땀만 뻘뻘 ~~>

 

 

"1775년에는 경상도 땅 순흥고을 구고리에 와서

 10년 동안 수계생활을 더욱 철저히 하다가 60세인 1875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축일표(祝日表)도 없고 기도 책도 없이 7일마다 축일(주일)이 온다는 것만 알고

 매월 7일, 14일, 21일, 28일에는 경건하게 쉬고 속세의 모든 일을 물리치고 기도에 전념하였다.

 또 금욕일을 몰랐으므로 언제나 좋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그래도 끝까지 다 왔습니다. 산 중턱만큼에 선생의 묘소가 있습니다.>

 

 

<내려다보니 전망 한 번 좋습니다.>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내려가는데,

 쉬면서 찰밥 한 덩이 먹은 것이 벌써 소화가 다 되었는지 뱃속에서는 꼬르륵 ~~>

 

 

<그 소리를 어떻게 들었는 지, 순례오신 분들이 김밥을 우리에게까지 나눠주셔서 감사 백배!!!

  이 분들 틀림없이 복 많이많이 받으실겁니다. >

 

이제 우린 점심 먹으러 식당을 찾아 나섭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더 즐거운 성지순례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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