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8. 여시아문 여시아상(如是我聞 如是我想)

상원통사 2015. 5. 31. 22:01

여시아문(如是我聞)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다른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도 살아 생전에 설법만 하셨지 저술은 남기지 않으셨다.

그 제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하고, 정리한 것들을 모두 외워서 후대에 전했고,

전해지던 것들을 200여년 후에야 활자화 한 것이 지금 우리가 보는 초기불경인데,

최초에 정리하는 과정(1차 결집)을 살펴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후, 생전에 펼쳤던 말씀들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마하가섭 존자는

제자들 중 깨달음을 얻은 500명의 장로들에게 연락하여 왕사성 밖 칠엽굴에 모이도록 했고,

20여 년 간 시자(侍者)로서 부처님을 모시면서 그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던 아난존자가,

불경의 초안자로 선정되어 아라한급의 500 제자 앞에 나와 말문을 연다.

 

아난존자 : 이와 같이 저는 들었습니다.                         (如是我聞, 여시아문)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  (一時 佛在 舍衛國 祇樹給孤獨園, 일시 불재 사위국 기수급고독원) 

               비구스님 1,250분도 함께 하였습니다.           (與大比丘衆 千二百五十人俱, 여대비구중 1250인구)

 

(이렇게 시작하며 부처님께서 생전에 펼치셨던 설법 한 대목을 이야기하면, 500명의 장로들이 거기에 대해 검증을 한다.)

장로 001 : 맞습니다. 저도 그 때 그 자리에서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장로 251 : 아니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중간의 (~~) 부분은 옳지 않습니다.

장로 350 : 그 부분은 이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장로 499 : 그 얘기는 다른 곳에서 하신 얘긴데 거기에 덧붙여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깨달은 오백 명의 제자가 만장일치로 동의할 때까지, 하나하나 토론하고 검증하고 수정하여 한 대목을 완성한 후,

다시 외우기 쉽게 게송(偈頌)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 그 자리에서 500 제자 모두가 암송하였다.

초기 불교 경전은 이런 과정을 거쳐 정리되었으며, 그것들을 모두 외워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모든 불경은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요즘 들어 내 생각과 느낌들을 글로 적어보며 또다른 즐거움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손으로 만져본 느낌들은 나만의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적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 마음이 편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이다.

똑같은 것을 두고서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나는 또 다르게 생각한다.

또 어떤 것은 내가 잘못알고 엉뚱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다른 사람이 읽을 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못마땅해 하거나 불쾌해 할 것이고,

좀더 적극적인 사람이 반대의견이라도 피력한다면 일일이 변명하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매 문장마다 ‘~~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하다’고 적어야 할 것인데,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여 적다보면 읽는 사람도 짜증이 나리라. 

하여 공통분모를 앞으로 끄집어내는 꾀를 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로 문장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구나....

그러나 너무 밋밋하여 좀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여시아문’이 떠올랐고,

살짝 빌려와 조금 바꿔서 쓰는 것은 큰 죄가 아니리라 싶어 응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시아문’의 '聞'자 대신에 쓸 ‘생각한다’는 뜻의 한자어를 고르기도 쉽지가 않았다.

역시 지식의 보고인 인터넷에는 내가 궁금해 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올라와 있다.

-. 想(생각 상)    : 말 그대로 생각하는 것. 가장 흔히 쓰임

-. 思(생각 사)    : 그리워한다는 뜻이 포함됨. 思慕(사모), 相思病(상사병)

-. 考(상고할 고) :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생각함. 깊이 생각함. 考察(고찰), 考慮(고려)

-. 慮(생각할 려) : 헤아리고 살핀다는 뜻이 있음. 配慮(배려), 思慮(사려), 熟慮(숙려), 憂慮(우려)

-. 念(생각할 념) :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되뇐다는 뜻이 있음. 念誦(염송), 念佛(염불)

-. 憶(생각할 억) : 두뇌보다 가슴으로 생각함. 이성보다 감성적인 것을 생각한다는 뜻이 있음. 記憶(기억), 追憶(추억)

 

이들 중 내 생각을 적는데는  ‘생각 想’자가 가장 적당할 것 같아, 고민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부터 내 생각을 적는 글의 말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시아상(如是我想) : 이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시아상'으로 시작하는 글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이해해 주시고,

혹시나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더라도 비난하지 마시고, 예쁜 댓글을 달아주는 여유를 보여주셨으면 한다.

물론 나중에 공부를 많이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좀 더 정리되고 세련된 표현이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수정할 것이다.

내 생각이니까, 그리고 내 생각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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