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 나이에 무슨 ~~"이라고도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닙니다.
여름휴가가 다가오는 데, 돈은 없고 갈 곳도 마땅찮아,
혹시나 하고 자연휴양림 사이트에 들어가 뒤지다보니,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전국 37개 자연휴양림 중, 딱 한 곳에 딱 한 자리가 비어있기에,
무조건 예약부터 하고나서 위치를 확인하니, 멀지 않은 경기도 양평의 중미산 자연휴양림입니다.
누군가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이 분명한 데, 그 분께 다시 한 번 감사 + 감사!!
얼마냐구요? 하룻밤에 6천원 + 주차료 3천원 + 1인당 입장료 천원.
<이곳은 입구의 안내판이 너무 작아 잘보고 찾아 들어와야 합니다.
이곳엔 매표소가 둘 있는데, 우린 '제1 매표소'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차를 몰고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
<게다가 이렇게 산 위에 한꺼번에 몰려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자리는 한가하게 그것도 계곡 옆에 있으니 횡재했습니다.>
<Deck라는 평상위에 텐트를 치는데 그것도 만만한 게 아니더군요.
맨 땅에 치는 것보다야 훨씬 더 쉬웠지만, 묶었다 풀었다를 몇 번 했습니다.
텐트는 어디서 났냐구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선물로 준 것인데, 회사는 사라져 버리고 텐트만 남았습니다.
10여 년 된 이 텐트는 오늘이 두 번째 햇빛 보는 날입니다.>
<텐트치며 흐른 땀을 식히려 바로 옆 계곡물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셔터를 눌렀네요.
내가 봐도 좀 너무 했네!
배 좀 집어넣으라 하고 셔터를 누를 것이지....>
<남들이 찍은 걸 보니 멋지기에 나도 한 번 시도해봤습니다.
삼각대도 없이 찍은 작품치고는 훌륭하지 않습니까?>
<원래는 이렇게 생겼는 데 ~~>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놀랍고도 신비로워라!!>
<짐정리를 마친 후, 우리는 어떻게 생긴 휴양림인지 둘러보러 산책에 나섭니다.>
<취사장 입구 표지판에 쓰인 문구, "뱀 및 독충주의"
에고고, 무서워라~~~>
<우리 말고도 뒷짐지고 걷는 분이 계시는군요>
<이런 곳에서 편히 지내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하룻밤 쯤 고생하는 맛도 짭짤합니다.
예전 여름 휴가 때, 방갈로 하나를 빌리고 혹시나 해서 텐트를 가져갔었는 데,
막상 텐트 안에 들어가보니 방갈로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캠핑을 해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실행에 옮기는데 4년 걸렸습니다.>
<이곳은 표지판이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우린 막다른 길을 피해서 산책로로 들어갑니다.>
<참나무 잎사이로 고개내민 이름 모르는 꽃 삼형제>
<길만 있고 사람은 없는 ~~>
<그래서 비어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의자 옆에서,
차마 앉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젠 비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고,
요즘 내게 날아드는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난 차마 앉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빈 것이 찬 것보다 풍족합니다!>
<여기도 버섯이 있어 담아보았어요>
<우릴 위해 다른 사람들이 다 비워주었는 지, 너무도 조용합니다.
이 시간에 바닷가 해수욕장에 있다면?
시끌시끌, 바글바글, 끈적끈적, 그리고 머리 벗겨지게 뜨거울 것인데....
이곳에 오길 참 잘했습니다.>
<태교숲길?
가만있자, 첩을 하나 얻어 하룻밤 역사를 이루고 여기와서 태교를 열심히해서....???
아서라, 잘못해서 이명박이나 박근혜 닮은 애가 나오면 다시 물리지도 못하고....
너무 끔찍한 일이지, 꿈에라도 무섭고 겁난다!!>
<태교숲길에 들어서니 '고사리같은 손' 대신 진짜 고사리들이 길 양켠에 있습니다.>
<여기는 '옹달샘'이라고 팻말이 붙어있는데,
옹달샘이라면 맑은 물이 퐁퐁 솟고 깨끗해야 하는데,
이미지와는 달리 조금 지저분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흑백사진이 되었습니다.
절대로 뽀샵 안했습니다. 난 그런 것 할 줄 모릅니다.>
<조용히 걷고있는데 물소리가 들리기에 내려가 보니 ~~>
<폭포가 있어 또 한 번 멋을 부려보았지요>
<군데군데 발담그고 물놀이 할 곳도 마련되어 있지만,
여기서 시간 지체하기 보다는 얼른 가서 저녁준비해야 합니다.>
<나도 열심히 거들었습니다. 신혼의 소꼽장난이 시작됩니다.>
<90년 경에 장만한 것들이니, 오늘 가지고 온 캠핑도구는 모두 다 나이가 지긋합니다.
요건 광주 나산 클레프가 망하기 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고 ~~>
<요건 10리터는 족히 들어가는 물통인데, 접으면 종잇장 두께이기에 야외용으로 아주 좋습니다.>
<아이스박스도 25여년 되었고 ~~>
<코펠도 스물다섯 살입니다.>
<밥이 다 되었으니 이젠 국을 끓일 차례입니다.
우리 옛날 학교 다닐 때 그랬잖아요, 오늘도 꼭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감자 한 알, 양파 반 개 썰어넣고 쌀뜨물에 된장 풀어서...
꽁치 통조림만 빠졌습니다.>
<요건 10년도 안된 바베큐통,
오늘 가져온 장비 중 제일 신품입니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가 ~~>
<진수성찬을 차렸습니다.>
<데크에 쪼그리고 앉아서 먹다보니 무엇이 필요한 지 감잡았습니다.
식탁과 의자가 있어야 되겠고,
텐트 고정하려면 망치, 삽, 간짓대, 로프도 필요하고....>
<야외에 나오면 코펠에 눌어붙은 누릉지 끓여먹는 맛도 최고지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참숯 누릉지! >
<오늘을 계기로 '간편히 캠핑 다니는 법'도 생각해 냈습니다.
밥하는 게 시간걸리고 잘못하면 태우게 되니, 햇반으로 대체하고,
바베큐통이 무겁고 삼겹살 굽는데 시간 걸리니, 인스탄트 삼계탕으로 바꾸자!>
<먹고나서 깨끗이 설거지하는 것까지가 내 임무입니다.
내일은 중미산에 오를 계획이니 일찍 잠에 드려 하는데 ~~>
~~ 완존히 착각이었습니다.
여름이라고 방심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초저녁부터 춥다는 아내는 침낭을 펴서 아들과 함께 이불삼아 덮었기에 괜찮았는 데,
반팔에 반바지차림으로 이 밤을 지내려는 내가 괘씸했는 지 동장군(?)이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온 게 아무 것도 없어, 할 수 없이 얼굴 닦는 수건으로 팔만 살짝 감싸보았지만,
어찌나 추운지 밤새 덜덜 떨다가 일어났습니다.
덕분에 아침일찍 시작하려했던 중미산 등반은 동장군과 함께 물건너 가버리고,
따끈한 물에 불린 컵라면 한 젓가락으로 속을 녹이니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잊지말고 챙겨야 할 것 또 있네요, 침낭과 긴 팔 웃옷에 긴 바지!
벌레 소리와 함께 한 하루,
물소리와 함께 한 하룻밤,
아직은 캠핑의 참 맛을 모르지만,
성지순례 끝나면 전국 휴양림 탐사를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공산성 (0) | 2014.10.26 |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 양평 군립미술관 (0) | 2014.09.15 |
[경기도 섬여행] 1. 무의도, 무늬만 섬여행 (0) | 2014.07.27 |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0) | 2014.07.23 |
전남 곡성 도림사, 그리고 계곡 (0) | 2014.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