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현장에 근무할 때, 소주 한 박스 챙기고 배 한 척 빌려서 전직원이 보길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한 박스를 다 마시고, 부용동의 윤선도 유적지에 들렀을 때 혼자 속으로 한 말,
'귀양왔으면 조용히 지낼 것이지, 백성들 못살게 굴어 이렇게 호화스럽게 짓고 살다 갔으니,
민초를 모르고 자연만 읊은 당신 작품들은 전부 가식이다.'
윤선도 할아버님,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사죄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땐 잘 모르고 그랬습니다."
<고산 윤선도님이 해남에 살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으니, 내가 무식해도 어지간히 무식합니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내부에는 해남 윤씨의 이야기가 있는 데, 대강 이렇습니다.
-. 한 터에서 600년 이상 가문을 이어온 해남 윤씨
-. 윤효정 : 흉년에 세금을 못내 옥에 갇힌 백성들의 세금을 대신 내주고 풀어주기를 세번이나 함(三開獄門 積善之家)
-. 윤선도 : 자손들에게 근검과 적선을 강조하며 자신도 그러한 삶을 살았음
-. 윤두서 : 백성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근검한 삶의 모습을 보여줌
<강진이 고향인 해남 윤씨 친구가 있는 데,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에 그땐 심드렁하게 받아들였는 데,
오늘 여기 와서 해남 윤씨의 내력을 보니 그런 자부심을 가질만도 합니다. >
윤선도는 후손에게 타이르되
1. 옷이나 말의 안장은 치장을 검소하게 해야 한다. 나는 쉰 살을 넘기고서야 모시옷과 명주옷을 입었는 데~~
3. 노비는 잘 살펴 가난하게 살거나 우리들에게 원한을 품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4. ~~ 멀리 사는 노비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많이 주어 일하는 기쁨을 얻게 하여라
6. 재산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지 말도록 하여라.
9. 우리 가문의 흥성과 멸망이 이 한 장의 종이에 있으니 절대 범연히 보아 넘기지 말라.
<찍어온 내부 사진이 별로 없어 올리지는 못하는 데,
제1전시실 : 해남 윤씨 어초은공파의 역사와 전통, 사대부가의 삶에 대한 고문서와 서책 등을 전시
제2전시실 :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의 생애, 그리고 그들의 학문·문학·그림·글씨 등을 전시
특별전시실 : 공재 윤두서, 낙서 윤덕희, 청고 윤용의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한나절은 걸릴 것인데, 우린 대충대충 보고 나옴.
이 사진은 뒤에서 본 유물전시관 전경>
해남 윤씨 녹우당(綠雨堂)
"녹우당은 해남 윤씨의 고택이다.
윤선도의 4대 조부의 효정(호 : 어초은)이 연동에 살터를 정하면서 지은 15세기 중엽의 건물이다.
사랑채는 효종이 스승인 윤선도에게 하사했던 경기도 수원집을
현종 9년(1668, 윤선도 82세)에 해상운송하여 이곳에 이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선도는 한성부 남부 명례방(현 서울 명동)에서 살다가
중년에 연동으로 내려와 해남 금쇄동과 완도 보길도를 왕래하면서 불후의 시조문학을 남겼다."
<녹우당 앞 은행나무 그늘에서 문화해설사님이 열심히 설명해주고 계시는 데,
이 500년 넘은 은행나무는 윤효정이 아들의 진사시험 합격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던 나무랍니다.>
<그러나 녹우당은 내부 수리중이라 들어가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고산사당>
<300년도 넘은 해송,
자동차와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보세요.>
<어초은 사당>
<녹우당 뒷산에는 천연기념물인 500년 넘은 비자나무 숲이 있는 데 ~~>
<여기서도 5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한다기에 포기했습니다.>
<우린 그냥 녹우당 뒤편 길을 따라 한바퀴 빙 돌았습니다.
대흥사까지의 숲길도 좋았지만, 이곳도 정말 좋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룻밤 묵어가고 싶습니다.>
<이 지방 최고의 부잣집이었으니 호사스럽게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윤선도의 자녀 분재기를 보면 노비는 약 500여명이었고 토지만 600여 마지기였답니다.
그래도 근검과 적선을 강조하였으니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경주 최부자댁에만 있었던게 아닌가 봅니다.>
* 분재기(分財記) : 후손에게 나누어 줄 재산을 기록한 문서
<큰 꾸밈없는 담장도 참 예쁩니다.>
<고산 윤선도 선생 시비>
<나오다가 한 번 더 뒤돌아보았습니다.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는 어찌보면 기호학파와 영남학파의 싸움인 데,
호남학파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래도 해남 윤씨 가문이라도 있었으니, 체면치레는 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화해설사 말씀이 연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해서 나오다가 연못 사진 한 컷 추가!>
이제 우리는 짱뚱어탕 먹으러 강진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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